쪽지에 있던 내용은

Post Script

by 언더독

오늘 있었던 일을 쓴다. 별 다를 것 없는, 일하는 하루였다.


해 질 무렵 집에 도착했다. 비를 맞으며 일을 했다. 샤워하기 전, 저녁 음식 배달을 시키고 씻었다. 아무개 할인 이벤트를 하고 있는 가게였다. 베이컨 파스타를 시켰다.


나같이 험악하게 생긴 남자도 그런 거 좋아한다. 창피하니 나가서 못 먹는 것뿐이다.


배달이 다른 가게보다 15분 정도 빠르게 도착했다.


여러분들도 본 적이 있다. 어떤 배달 업체는 메모를 음식과 같이 준다. 대강 주문에 감사하다는 내용인데, 평소에 확인 안 하는 쪽지가 오늘따라 눈에 들어왔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주문해 주신 고객님께.


안녕하세요. 5살 **이 아빠 ***입니다.


모두가 말리는 창업을 3번째 도전 중입니다.


잘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고 요식업에 뛰어든 지 3년 차인 저는 이미 두 번 망하였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아내와 약속 후 세 번째 창업을 하였습니다.


절실한 마음으로 아내와 딸아이를 생각하며 진심을 다하겠습니다.


고객님의 소중한 리뷰는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이게 손글씨로 되어 있었다.


나는 글을 쓰는 작가이고, 음식이 잘 팔릴 수 있도록 확실한 리뷰를 써뒀다.


563297b64183d.image.jpg?resize=1200%2C799 나도 절실히 뭘 팔아본 적이 있다.




나는 내가 5년 뒤, 1차 목표의 70%가량을 달성할 것을 알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그렇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작가로서의 프로젝트가 변변찮은 출력을 내었을 때를 말한다.


나는 언제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에 닥칠 것으로 경로를 계산한다. 내 삶은 언제나 그래왔던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와 아이의 밥줄이 걸려 저렇게 절실한 사람의 장사도 망할 수 있다. 눈에 보일 수 없는 가치에 집착스럽게 절실한 나 또한 출판과 개인 브랜딩에 있어 성과를 못 낼 수도 있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내가 여기서 글을 써서 이름 모를 사람들의 가슴에 불씨를 지펴주듯, 나에게도 그러한 멘토들이 있다. 대부분 부자 외국인들이고, 세이노 회장님과 김승호 회장님도 있다.(개인적인 친분은 전혀 없다. 나 혼자 그분들을 유심이 본다.)


한 부자 외국인 멘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직역하자면 이런 내용이다. 여기에는 그의 아버지가 나온다.




아버지 : 빗속에서 뛰어나라.


아이 : 아빠, 왜 하필 빗속이죠?


아버지 : 아들아. 날 좋을 땐 개나 소나 잘하는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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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5월이다. 세금 내야 한다. 각종 소득세를 납부하고 상황이 정리되면, 지체 없이 고시텔로 들어갈 생각이다. 지금은 뜻 맞는 동기와 원룸에서 월세를 보태어 생활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내가 지금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인지, 늘 더 강한 전략을 강구하기 때문이다.


고시텔로 들어가면 지금보다 더 비용절감을 할 수 있다. 그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글쓰기에 집중하기 위해 주말 근로 스케줄을 삭제했다. 곧 생활비 용도의 수입이 줄게 된다. 대응해야 한다.


세 자체도 줄지만, 밥과 김치가 제공된다. 요즘 음식값이 비싼 만큼, 효과가 있을 것이다. 방이라고도 하기 창피할 만큼의 닭장이지만, 못 살만큼은 아니다. 푸시업이야 방문 열고 다리 내놓고 하면 될 일이고, 풀업이야 옥상 시멘트 꺾인 어디 매달려하면 될 일이다.


또, 더 큰 고독과 고통으로 걸어 들어가고자 하는 나의 뜻이 있다. 그렇게 해야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도 성격이 예민하고 기민한 편이다. 타이핑을 시작하면 그러한 성격이 온전히 발현된다. 주변의 소리, 냄새, 움직임에 민감해진다. 그것들로부터 방해받고 싶지 않다. 2년이 좀 안 되는 시간 동안 글을 쓰며 느끼는 것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아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 점이다.


반드시 질 좋은 글이 제공되어야만, 독자들이 만족할 수 있다.


보잘것없는 가능성에 연료 탱크에는 부족한 기름만이 남아있더라도, 나는 액셀을 밟아야만 한다.


동기는 섭섭해한다. 그러나 내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야 한다.


나는 갈 거다.





Post script. "아내와 아이를 둔 가장에게."


나의 글을 보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가정의 가장들이 눈에 많이 띈다.


가장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린다. 내 글을 시간 내어 봐주시는 것에 있어서.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


스스로를 부정하지 말라.


이미 나이가 들었고, 많은 시간이 지나갔다는 것에 있어서 후회와 탄식이 차오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그게 무엇인지 이해한다.


과거, 나의 친부는 사무실과 공장 2개를 가진 제조업을 운영했고 리만 브라더스 사태가 터지고 3-4년 뒤 파산했다. 그 뒤로 제정신이 아니게 되었다. 그는 가장으로서, 남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불명예스러운 일들을 수차례 범했다.


장남인 나는 그것이 그에게 잔인한 충격이 됨을 이해하였기에, 집안에 윤택을 가져다 주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당시, 산업단지 주변 업체 대표들의 줄초상이 이어졌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도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기억난다. 잇몸이 다 내려앉고, 머리가 빠졌던 것을.


내가 유일하게 가장인 친부에게 바랬던 점은, 그럼에도 투지를 잃지 않는 전사의 모습이었다. 그가 얼마를 벌어오는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야 진정한 남자가 될 수 있다.


그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럼에도 여러분들에게 어떤 대가에도 지켜내야 할 가치가 남아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투지를 잃지 말라.



Novocaine (slowed)

https://www.youtube.com/watch?v=taXYjBmZz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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