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 경기를 본 적이 있다. 그랜드 마스터끼리의 수싸움을 구경해 봤다.
나는 체스 규칙만 안다. 전략을 배워본 적이 없다. 아는 게 많지 않지만,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양쪽 모두 최선의 수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끊임없이.
누가 더 그것을 끈기 있게 하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싸움이다.
인생도 같을 수밖에 없다. 어떠한 상황에 처하든, 최선의 선택을 행하는 데에 집중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승리할 확률이 높다. 이러한 성향이 짙은 사람을 보고, 자기 규율이 있다고 표현한다.
자기 규율. 짧게 설명하자면 기분이 좋건 나쁘건, 컨디션이 좋건 나쁘건 해야 할 일들을 해가는 것을 말한다. 세이노의 가르침을 쓰신 세이노 회장님은 이를 적토마에 비유했다. 적토마에게는 홍당무가 필요 없다는 그 말.
오늘 밤 나의 기분은 좋지 않다. 그럴만한 일이 있었고, 나는 그런 기분이 든다.
그러나 또 글을 쓴다. 이것이 내가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수이다. 나는 작가이고, 작가는 글을 쓴다. 끊임없이 생산물을 펼쳐 보이는 것 자체만으로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 작가는 성실한 작가라는 인상으로 글의 창의성과는 무관하게, 마음의 울림을 조금이라도 줄 수 있다.
글을 쓴 지 2년이 좀 안되어 간다. 지금은 구독자가 1000명에 가깝다. 100명 남짓한 시절부터 내 글을 계속해서 보아준 분이 계신다. 'CEO 이진' 님이다. 처음 설익은 실력으로 글을 쓸 때부터 나에게 관심을 주셨다. 첫 자가출판을 시도하고, 인플루언서들과의 미팅을 하고 다닐 때도 내 글을 보셨다. 주식투자에 관련된 글을 쓸 때도 보셨다. 온라인 쇼핑몰을 전투적으로 운영할 때도 내 글을 보셨다. 그리고 지금도 보고 계신다.
아마도 내 글의 독자 중,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이 분일 것이다. A to Z를 함께했다.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나는 이 분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 감사하다. 정말로 그러하다.
이처럼 분명히 자기 규율은 다른 사람의 진심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계획이 뒤틀리고 악재가 연달아 발생할 때, 최선의 수를 두는 행동이 나를 구제해 줄 확률은 사실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러나 10번 중 1번이라도 나를 구제해 줄 수 있는 확률을 지니고 있다면, 행함에 의미가 있다.
나는 과거에 항해사였다. 컨테이너선박을 운항하는.
야간에 중국 국적의 화물선이 내 선박을 향해 추돌하는 각도로 돌진해 올 때가 있었다. 선박끼리의 추돌사고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참사이다. 추돌하면 천문학적인 손실에 이어 형사 책임까지 안게 된다. 인명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대단히 높다.
미리부터 추돌 위험에 대해 감지했다. 무전을 해도 답신이 없었다. 등화 신호에도 답신이 없었다. 음향 신호에도 반응이 없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통신을 사용해 봤다. 미리부터 각을 틀어 추돌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주변에는 작은 어선들도 많아 복잡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
나는 확신했다. 저 선박의 항해사는 술에 떡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경제 항로를 임의로 이탈하는 것은 회사에게 욕을 먹을 일이지만, 추돌 사고를 낼 수는 없었다. 나는 조타수에게 급변침을 지시했고, 길이 300m에 달하는 선박이 육중하게 기우뚱거렸다. 제자리 급선회를 했다. 거대한 프로펠러 샤프트가 떨리며 선체의 진동이 발목에 느껴졌다.
그렇게 추돌을 피할 수 있었고, 우리는 예정 시각에 맞추어 항구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최선의 수를 연속해서 두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글로 쓴다. 정말 구제받아야 할 순간에는 하늘이 돕는 것 같기는 했다.
설령 하늘이 무심하여 내게 파멸을 선사한다고 할지라도.
내가 마지막까지 최선의 수를 끊임없이 두었다는 기록을 남기게 되면, 나의 아들이나 손 아랫사람들에게 그러한 강인한 영혼을 심어주게 된다.
그러한 영혼을 이어받은 이들 또한 무수한 세상의 공격을 받을 것이나, 그 중 아다리가 맞아 영웅이 되는 인물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더더욱 최선의 수를 끊임없이 둘 수밖에 없다. 나는 그것이 명예라고 생각하며, 진정 선한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나는 글을 계속 쓸 수밖에 없다. 당장에 글이 돈이 되지 않고, 당장에 진척이 보이지 않더라도 이것이 지금의 내게 주어진 최선의 수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어떤가. 최선의 수를 끊임없이 두고 있는가.
Jimi Hendrix - Voodoo Child
https://www.youtube.com/watch?v=l8rrobYMEEQ
최선의 수를 끊임없이 둬볼께요 :)
좋은 아침입니다
잘 하고 계신 것 같아요. 하나님도 알아주실 것이고 도움을 요청할 때 절대 못 들은 척하시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남편과 손자가 체스게임을 좋아해 유투브로 관람하는 걸 봅니다! 체스 좋아하시는 분들이 꽤 많으신가봐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 젊음의 야성에서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계속 야성적인 모습으로 살을 이끌어가시길 응원합니다.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가 사는 대항해 시대의 시작이 바다로 배를 띄운 선주라는 자본가 선장이라는 경영자 그리고 바다라고 하는 자연 사이에서 낀 존재로서 고군분투하는 선원들이 펼치는 한편의 대하드라마이겠지요.......
서세동점의 대항해 시대는 여전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하고 바다를 겪어본 귀중한 체험은 세상을 통찰하는 값진 경험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저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기와서 세상살이에 도움되는 가치를 발견하고 닮아가려고 노력하고 실천하는게 나만의 취미이자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글의 힘을 알게 되고 자본주의를 직시하게 되고 철학으로 본질을 보는 법을 익힐 수 있는 이곳은, 자본주의에 정통한 해적왕이 주식이란 잉크와 가죽으로 만든 보물지도같은 실제적이면서 신비한 장소가 되었습니다.
작가님의 브런치 글도 유튜브도 블로그도 모두 진심이 담긴 글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팬이 되었고, 좌로가 스티커가 붙은 작가님이 판매하던 샤워기로 매일 상쾌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자기규율은 사업을 하던 글을 쓰던 세상의 무슨 일을 하건 중요한 것 같습니다.나름 헝그리정신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에 작가님 글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작가님 덕분에 책꽂이에 철학책을 한개 두개 모으게 되었습니다.
팬이 점점 많아지시니 왠지 모를 행복한 느낌이 들고 작가님 구독자수를 보며 왠지 모를 에너지를 얻고 살아갑니다. 오늘도 중요한 말씀 받아갑니다. 늘 공부하도록 지혜 나눠주시니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두번째 책 출간 기원 ㅎ 얼마 남지 않았다 싶군요~ 늘 건강하시기를...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 건강하신지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항상 기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늘 그래왔듯이 정진하겠습니다. 점심을 먹었으니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겠군요.
글로 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CEO이진
내 기분과 상관없이, 내 기분이 좋든, 나쁘든 그것은 그것대로 존중하고
자기규율을 끊임없이 지켜나가는 작가님이 진정 성공자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했는가. 그것이 마지막 수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잊지 않겠습니다~!!
울림이 있는 글 감사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정직하게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