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글은 '미친짓'에 관한 내용이다.
살다 보면.
특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는 삶을 산다고 하면, 위험을 감수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 있어서, 이게 맞나 싶은 순간이 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더 이상 활로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 온다. 곧 나락으로 꼬꾸라질 것만 같은 위기감이 엄습해 올 때가 있다. 내게도 예외는 없었다.
마음의 평정이 완전히 산산조각 나버리는 극한의 상황에서, 때때로 또라이 짓을 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 상황에서 노래가 나오냐" 또는 "이 상황에서 밥이 넘어가냐"
말 그대로 그 상황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미친놈처럼 보인다 한들, 효과가 있기에 필요하다.
예컨대, 팬데믹이나 서브프라임 같은 전 세계적 경제 위기가 발생하는 상황을 말한다. 팬데믹 당시 내 주식 계좌의 평가손이 -30%를 초과하여 추락했었다. 처음에는 정신병자가 되었다. 염병을 했던, 말하기 부끄러운 기억이 난다. 당시 내가 처음 겪어보았던 자산가격의 추락이었기 때문이다. 내게도 새파란 초짜시절이 있었다.
긍정, 희망 운운하는 사람들은 이런 실전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몇 천만 원 손실이 몇 달을 이어지는 상황을 겪으며 긍정을 운운한다면, 그것은 곧 자살할 징조가 아닐까 한다. (나는 긍정 운운하며 배실배실 웃어대는 사람 멀리한다. 그만큼 실제 전투력이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연준에서 무제한 양적완화를 실시하기 전까지, 자산시장은 추락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처음 내 돈을 태우고 겪어보는 베어마켓이었기 때문에, 충격적이었다. 책에서 배웠던 거시경제 모델을 상기하기가 불가능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대공황, 닷컴버블, 서브프라임에서도 자산 시장은 되살아났다는 점 하나였다. 그냥 그걸 생각했다.
혼자 방에서 쿠바나 노래를 틀어놓고, 줄담배를 태우며 차차차 스텝을 밟았던 기억이 난다.
마켓과 계좌가 개판이 나든가 말든가, 본래의 매매계획을 그대로 따랐다. 그냥 미친척하고 매일을 정신 나간 간 놈이 되어 차차차 스텝을 했던 것이었다.
계획에 따라 1000만 원을 한 큐에 손절하기도 했다. 그때가 24살인가 25살인가 그랬을 거다.
그런 몇 달이 이어진 후, 양적 완화가 시작되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익을 냈고, 세금도 아꼈다.
큰 돈을 태우고 사업을 하든 투자를 하든, 일생에 있어 반드시 저러한 경제 위기는 오게 되어있다. 그럴 때 또라이 짓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잠시나마 시간을 그대로 흘려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직 그 단순한 이유 하나 때문이다.
사람이 순간 너무 큰 충격을 받게 되면, 지능이 엄청나게 떨어진다. 거의 닭이나 비둘기와 비슷해지는 것 같다. 그때, 어떠한 중대한 결정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잘 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잠시 시간을 흘려보내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사람 같은 사람으로 돌아온다.
영국 군가 중에 [ I don't want to join the army ]라는 노래가 있다. '나 군대 가기 싫다.'는 노래가 군가랍시고 있다. 가사는 이렇다.
I don't want to join the Army
난 군대에 가고 싶지 않아
I don't want to go to war
난 전쟁하러 가고 싶지 않아
I'd rather hang around Piccadilly underground
차라리 피카딜리에서 돌아다니는 게 낫겠어
Living off the earnings of a high born lady
고귀한 아가씨의 수입으로 살면서
I don't want a bayonet up me asshole
난 총검에 똥구멍 찔리고 싶지 않아
I don't want me bullocks shot away
난 불알에 총 맞기 싫어
I'd rather stay in England, in merry, merry England
차라리 잉글랜드에, 유쾌한 잉글랜드에 있으며
And fornicate me bleedin' life away
피 흘리는 삶 따위 저 멀리 날려버릴래
https://www.youtube.com/watch?v=9kci2ylzkyw
영국은 전쟁을 많이 했다. 영국 군인들은 사지로 내몰리며 이런 노래들을 부른다. 그리고 총에 맞아 죽던지, 폭탄에 맞아 죽던지, 아니면 끝까지 살아남던지 하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영국은 독일 나치에 대항하여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