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남자 어른 두 분이 계신다. 두 분 모두 아버지 또래이다. 두 분 모두 사회에서 성공하신 분이다. 두 분 모두 자수성가 남자이다.
한 분은 메이저 방송사 지방 국장이셨다. 은퇴하시고 자기 사업을 하신다. 오래전에 처와 이혼하셨다. 혼자 재미있게 사신다. '할리 데이비슨'을 좋아하고, 총포류를 좋아하며 즐기신다.
다른 한 분은 삼성 계열사 임원이셨다. 은퇴하셨다. 이 분 또한 오래전에 처와 이혼하셨다. 역시 혼자 재미있게 사신다. 고배기량 엔진의 차량을 좋아하고, 영화 '킬 빌'을 사랑하신다.
나는 두 분에게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나는 서른의 남자이고, 저 사람들은 강한 남자의 삶을 먼저 살아본 인물들이니까.
일과 사업, 투자와 경제, 인문학과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실 때 잘 듣는다. 나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입 다물고 듣는다. 그들 각자의 시야에서 많은 전투 경험들이 나오고, 거기서 내 무기로 삼을 것들이 다양하게 있다.
그러나.
어떤 면으로는 약간의 슬픈 감정을 느끼기도 했는데.
두 사람 모두 여자와 결혼에 관한 이야기는 한번도 내게 해준 적이 없다.
그래서 나도 물어보지 않았다.
'CBDC'라는 것이 있다.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우리말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이다.
쉽게 말해 지금의 종이돈을 디지털화하여 사용하게 될 화폐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부의 주도하에, 정부가 보증하고, 정부가 조달한다.
아직은 시험적으로 '바하마'만 이걸 한다. 다만, 대부분의 선진국 정부는 베타 테스트를 마쳤다. G7부터 선제적으로 CBDC를 도입할 것이다. 학계에서는 2-3년 이내,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이 역시 미국의 달러 주도하에 진행될 해류이다. 미국의 경우 당장은 채무자, 채권자 사이에 디지털 형태로 송금이 일어나더라도, 즉각 청산되지 않는다. 채무자가 송금을 하고 몇 영업일 동안 은행에서 정리정돈을 한 뒤, 채권자에게 돈이 이동하는 방식이다.
CBDC가 도입되면, 은행의 역할은 사라진다. 당사자들의 움직임이 있을 시, 그 즉시 거래가 이뤄지고 채무 채권 관계가 청산된다.
원리는 저렇다.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금융권과 학계의 주류 의견은 'CBDC가 선진국의 주 결제 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될 거다.'이다. '비트코인은 신흥국들 위주의 결제 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될 거다.'이다.
이유는 미국이 CBDC로 시스템을 전환하고나서, 재빨리 화폐 패권을 잡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날, 중국이 원유 같은 원자재 대금 결제를 중동에서 위안화로 깔짝거리는 꼬라지를 더 이상은 보고 싶지 않아 할 것이기 때문이다.
CBDC 도입 후, 미국이 현재 이빨 빠진 호랑이 된 달러 헤게모니를 되찾을 방법은 조약 한 줄 추가하는 것이다.
CBDC 결제 스위프트에 소속된 타국 정부들에게 강제 사항 하나를 두는 것이다.
"CBDC 결제 스위프트에 소속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일정량 이상의 CBDC 달러를 각 국 정부 중앙은행 예금으로 비축해둬야 한다."
그러면 각 국 정부들은 CBDC 달러를 대량으로 사들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러면, CBDC 달러의 가치가 오른다. 수요가 단기 폭발적으로 밀어 치기 때문이다. 원래 1 정도 되었던 가치가 1.4 - 1.5까지 오를 수 있다는 학계의 의견이 있다.
그래서 나는.
CBDC가 도입되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CBDC 달러가 세상에 나타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대량 매집할 것이다.
나는 비트코인이 아니라, CBDC 달러를 노리고 있다.
출처 모를 속성 가진 가상자산보다는, 힘에 욕심 있고 실제로 힘도 센 깡패들이 굴리는 질서에 편승할 것이다. 깡패들이라고 함은 미국과 미 정부와 FED를 말한다.
나는 경제, 싸움, 전쟁 등과 관련한 이슈에는 극히 보수적인 사람이며 철학, 인문학과 관련한 이슈에는 극히 진보적인 사람이다.
아주 가난한 집안의 별 볼일 없는 태생으로, 지금의 상태까지 오기 위해서는 그런 자세가 필요했다. 내가 그런 스타일을 좋아한다기보다는, 필요했던 것이다.
나 같은 태생에게는 세상이 기회를 한 번 이상 주지 않는다.
단 한번뿐이기에, 해낼 기회가 왔을 때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했다.
지금도 똑같고.
그래서 당장은 현금 없이 주식에 올인되어있는 것이며, 미 정부와 FED의 동향에 항시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현금이 없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게, 일반적인 보통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는 그들로 하여금 어떤 바를 느끼게 하는가.
왜 저렇게 궁상맞게 사나 싶을 것이다. 나는 아주 특이한 사람으로, 같은 남자들도 혀를 내두른다. 일회용 라이터의 남은 가스가 없는데도 어떻게든 각을 기울여 한참을 쓰는 내 모습을 세무사 친구가 보고는 박장대소를 한 적이 있다.(죽마고우다.)
평범하고 보통인 여자의 시각에서는 어떻겠는가.
보통의 내 또래 여자들은 저축조차 제대로 안된다. 카드빚이나 없으면 다행이다.(그래서 나와 만났던 여자들 또한 모두 비범했다. 직전 여자친구는 24살에 4천만 원을 모은 아이였다.)
결혼이라니. 연애라니.
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고, 무슨 생각을 해야 하나.
나는 남들보다 시야가 지나치게 길며, 계획은 극도로 구체적이다.
자산 증식의 수비자세에서, 현금 흐름 증강의 공격 자세로 스위칭할 시점도 정확하게 정해져 있다. 최소한 불혹을 넘기고 나서야 그렇게 할 계획이다.
그전까지의 나의 생활 스타일을 보는 보통의 평범한 여자들이 나를 어떻게, 어떠한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방송 국장님 아저씨, 삼성 임원 아저씨는 이혼으로 인해 재산의 절반에 자산 처분 세금까지 부담하여 위자료로 덜렁 날아갔다. 십 년 가까이의 양육비까지 꼬박꼬박 제공했어야 했다.
과연 저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잘못을 하여 이혼이 벌어진 것이라 생각하는가.
저 사람들은 나름대로 사회에서 성공하고 남들의 존경을 받는 지위에 있는 고가치의 남자들이다. 저 남자들의 인성이 개차반일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그런 사람에게는 사회가 성공이나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다.
'도날드 트럼프'는 전처인 '이반카'와 결혼하기 전에, 변호사를 선임하여 결혼 계약서를 따로 썼다고 한다. 사회에 통용되는 이혼 시 '재산 절반 나가리'와 '세금까지 네가 다 내는 걸로'를 방어하기 위한 계약서였다. 그래서 이혼할 때, 트럼프 오가니제이션의 재산이 지켜졌다고 하는 일화가 있다.
나는 내 일생에 있어 간절히 이루고자 하는 레거시가 있다.
나는 행복하고 싶지 않다. 나는 위대해지고 싶다.
그러한 레거시의 주춧돌은 경제 능력이 된다. 그래서 이렇게 칼을 가는 것이다. 내 모든 생명력을 다하여 내가 목표한 지점을 정확하게 달성할 것이다.
내가 저 두 남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 한편에 슬픈 감정을 가졌던 것은.
사랑다운 사랑을 할 수 있는 소울메이트 여성을 발견하여 오래간 바람직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저러한 경제적 사회적 성공을 쟁취하는 것보다도 더더욱 희박한 가능성을 띄고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동물적으로 직감해버렸기 때문이다.
보통의 평범한 삶을 산, 보통의 평범한 5060들은 가끔 사랑과 여자에 관해.
그리고 결혼과 진정한 로맨스에 대해서.
지금 시대 물정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조언하듯, 실실 웃으며 내게 말할 때가 있다.
나는 보통의 5060이 아닌, 자수성가한 5060의 이야기를 서두와 글의 뼈대로 둔 서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