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이 모두 퇴근한 연구실. 적막감이 맴돈다. 종일 정신없이 일하다가 갑자기 찾아온 고요함에 머리가 잠깐 멍-하다. 하지만 이내 마음이 평온해진다.
‘드디어 혼자다.’
제가 글쓰기를 시작한 건 필연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라는 책 한 권이 그 불씨를 지폈을 뿐, 저는 이미 마음을 안정시킬 방법을 찾아 헤맸던 것 같습니다.
저는 내향적입니다. 동시에 개인주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하다 보니 정신적 피로가 상당합니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쉽게 지치는데요. 처음엔 그 이유를 몰라, ‘체력이 부족한가?’하고 영양제를 고려해 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압니다. 제겐 신체적 노동보다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사실을요.
육체적 피로는 그저 휴식을 취하면 그만입니다. 반면 정신적 피로를 푸는 건 훨씬 복잡한 문제죠. 성별, 나이는 물론이고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도 해소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엔 글쓰기 처방이 딱 들어맞았습니다. 퇴근 후 홀로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고 있자면, 어느샌가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선사시대에는 남성들이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면 모닥불을 쬐며 심신을 달랬다고 합니다. 글쓰기가 그런 역할을 하지 않나 싶습니다.
잘은 몰라도, 그 옛날엔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애를 꽤 먹었을 겁니다. 하지만 불 지피는 노하우를 터득하고 난 뒤엔 든든한 아군이 되었겠죠.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난생처음 일기가 아닌 글을 쓰려고 하면 생각처럼 손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머리가 아프고, 사서 고생인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몇 가지 요령을 터득하고, 몸에 익으면 일기를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때부턴 든든한 삶의 아군이 될 겁니다.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 외향인들에겐 굳이 글쓰기를 권하지 않습니다(물론 그들에게도 글쓰기는 좋습니다만).
반대로, 그런 외향인들에게 에너지를 빼앗기는 내향인들은 빼앗긴 에너지를 다른 곳에서 회복해야 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 글을 써보라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도 여러모로 기 빨리는 하루였고, 이렇게 회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