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책은 아니지만, 제가 쓴 책을 사랑합니다.
저는 회사에서 의기소침할 때가 많았습니다.
동료들보다 스펙도, 능력도 부족해서요.
무엇을 해낸다기보다는 근근이 버티는 기분이었죠.
그런 제가 '업계 최초'로 책을 출판한 겁니다.
그 사실을 상기하면 조금이나마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러니 이 책을 사랑할 수밖에요.
하루는 동료들과 컴퓨터 앞에 모여 앉아서 일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구글에 '시험관아기'라고 검색하자 여러 이미지 가운데 제 책이 보였습니다.
다행히 본 사람은 없었지만 저는 놀라 가슴이 뛰었습니다.
밝혀서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하여 몰래 썼습니다.
업계가 좁고 폐쇄적이라서요.
물론 언젠간 들키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조마조마합니다.
조마조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짜릿합니다.
비밀 무기를 가진 기분이랄까요?
성공한 기업가이자 작가인 팀 페리스에 의하면,
'천재와 싸워 이기는 법'이 하나 있습니다.
그 방법이란, 두 가지 이상의 분야에서 상위 25%에 드는 것입니다.
1등은 어렵지만, 25%안에 드는 건 해볼만 합니다.
저는 연구원이라 대부분의 사람보다 실험을 잘 합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나 제인 구달은 아닙니다.
또 저는 매일 글을 쓰지만, 강원국, 유시민 작가처럼 잘 쓰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연구와 글쓰기, 두 가지 분야를 합치면 저는 꽤 독특한 연구원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반드시 제 무기가 될 겁니다.
내 방식으로, 천재를 이길 겁니다.
두고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