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돼지 그리고 껍데기
20화
돼지++ 껍데기 20
천국은 강요하는 자의 것이 아니다
by
구르는 소
Oct 11. 2023
하루 휴가를 내서 길거리를 걷는다.
갑자기 어떤 아주머니가 얼굴을 들이밀고 눈을 맞춘 채 지나간다.
'예수 믿으세요. 천국이 가까웠어요'
낯이 익은데 어디서 봤더라?
매일 아침 지하철역에서 같은 소리를 외치는 분이다.
낮시간까지 똑같은 소리를 외치며 다니시는구나.
조금 있다가 다른 할머니가 전도지를 건넨다.
'구국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예요. 우리 교회 나와요'
자칭 하나님 친구라는 정치목사가 운영하는 교회이다.
허리가 굽은 나이 드신 할머님이 전도와 정치활동에 열심이시네.
100미터 정도 걸으니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모여 있다.
지나가는데 사탕이 든 교회신문을 건네준다.
'예수 믿고 같이 천국 갑시다'
어르신들만 수천 명 다니는 지역의 큰 교회이다.
소일거리로 전도활동이라도 하면 어르신들 건강에 좋긴 하겠다.
횡단보도 앞에 잘 차려 입은 중년의 남녀가 서있다.
지상천국의 그리스도 얘기를 들어보겠냐고 묻는다.
하루종일 이렇게 서있으면 허리가 아플 것 같다.
포교활동이 자기 직업인지 아니면 휴가일에 전도를 하는 건지 궁금하다.
길건너편에는 파라솔 아래 같은 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믹스커피를 건네고 있다.
코로나가 심할 때 대구에서 물의를 일으킨 종교단체의 사람들이다.
파라솔로 나를 이끌며 지역에서 활발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지를 건네준다.
반사회적단체가 사회적 단체가 되었다.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많은데 현혹되기 딱 좋을 듯하다.
다행히 오늘은 '눈에서 광채가 나시네요'라고 따라붙는 이들이 없다.
도에 관심 많은 사람들은 오늘 쉬는 날인가 보다.
일하는 사람도 많은데, 놀고 있는 사람도 많다.
자기들 종교를 전파하는데, 자기 직업인지 휴가일에 자발적으로 하는 일인지 궁금하다.
나이 들어 일자리가 없으니 종교활동에 심취하는 것은 아닌지.
종교가 경제가 되면 종교지도자가 타락하고 정치를 한다. 영육간 전쟁으로 이어진다.
돼지가 먹는 것은 좋아하지만 억지로 먹이면 싫다.
나도 신앙이 있지만 원치 않는 포교활동과 강압적인 관심은 싫다.
서로의 껍데기는 각자 존중해 주면서 살자.
내 돼지우리도 그대들만큼 고귀하고 거룩하다.
keyword
돼지
종교
예수
Brunch Book
돼지 그리고 껍데기
18
돼지++ 껍데기 18
19
돼지++ 껍데기 19
20
돼지++ 껍데기 20
21
돼지++ 껍데기 21
22
돼지++ 껍데기 22
돼지 그리고 껍데기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30화)
15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구르는 소
소속
비영리기관
직업
활동가
좀더 나은 나와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바램. 다소 냉철한 좋은이웃이 되고 싶습니다.
구독자
95
제안하기
구독
이전 19화
돼지++ 껍데기 19
돼지++ 껍데기 21
다음 2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