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성묘를 하러 가서 벌초를 하고 왔다.
한풀 더위가 확 꺾이고 찬바람이 불어서인지 잡초들이 힘이 없다.
니들이나 나나 힘들긴 마찬가지이구나.
아버지 산소에 두더지가 큰 굴을 여기저기 파놓았다.
봄에 와서 두더지 잡는 약을 뿌려놨는데 살아남았다.
약 먹으면 피를 토하고 내장이 밖으로 나온 채 죽는데서 좀 걱정했는데
안 죽고 잘 살아남았나 보다.
너도 먹겠다고 열심히 땅 파면서 사는 모양이다.
몇 달 전, 약 뿌려놓았다고 화가 났는지
3월 구멍보다 서너 배는 더 크게 굴을 파놓았다.
이눔시키!
두더지++가 아버지 산소를 죄다 헤집어 놓고 있다.
알람시계를 두더지굴에 집어넣었다.
이렇게 해서 도망갈지 모르겠지만
매 12시마다 땅속에서 알람 울리면 두더지가 스트레스받아 도망가겠지.
기회 줄 때 다른 데로 가거라.
다음에 굴이 다시 보이면 덫설치하고 나프탈렌이랑 다 뿌려 놓을 거다.
너나 나나 살아가기 힘들구나.
하지만 힘들어도 남한테 피해 주면 안 되지.
편하게 많이 먹으면 나처럼 돼지++된다.
12시 전까지 적당히 먹다가 좋은 기회가 주어질 때
빨리 탈출해라~ 떠날 때도 알아야 하는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