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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껍데기 24

적당히 먹고 나가거라

by 구르는 소

늦은 성묘를 하러 가서 벌초를 하고 왔다.

한풀 더위가 확 꺾이고 찬바람이 불어서인지 잡초들이 힘이 없다.

니들이나 나나 힘들긴 마찬가지이구나.


아버지 산소에 두더지가 큰 굴을 여기저기 파놓았다.

봄에 와서 두더지 잡는 약을 뿌려놨는데 살아남았다.

약 먹으면 피를 토하고 내장이 밖으로 나온 채 죽는데서 좀 걱정했는데

안 죽고 잘 살아남았나 보다.

너도 먹겠다고 열심히 땅 파면서 사는 모양이다.


몇 달 전, 약 뿌려놓았다고 화가 났는지

3월 구멍보다 서너 배는 더 크게 굴을 파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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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가 아버지 산소를 죄다 헤집어 놓고 있다.


알람시계를 두더지굴에 집어넣었다.

이렇게 해서 도망갈지 모르겠지만

매 12시마다 땅속에서 알람 울리면 두더지가 스트레스받아 도망가겠지.

기회 줄 때 다른 데로 가거라.

다음에 굴이 다시 보이면 덫설치하고 나프탈렌이랑 다 뿌려 놓을 거다.


너나 나나 살아가기 힘들구나.

하지만 힘들어도 남한테 피해 주면 안 되지.

편하게 많이 먹으면 나처럼 돼지++된다.

12시 전까지 적당히 먹다가 좋은 기회가 주어질 때

빨리 탈출해라~ 떠날 때도 알아야 하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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