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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소 Mar 16. 2024

베란다 화원 주인장 사라지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우리 집 베란다 화원의 주인장이 소천하셨다. 

시들어 말라죽은 난도 다시 소생시키는 능력을 가지신 분이었는데

본인은 소생시키지 못했다. 


2미터가량 죽죽 자라나는 선인장처럼 손자도 죽죽 키워놓으시고

화창한 봄날 햇빛아래 꽃들을 피워낸 난처럼 손녀들도 예쁘게 가꿔놓으시고선

황망한 사고로 이 베란다 화원에서 사라지셨다. 


작은 식물들이 커가면서 화분무게가 무거워진 탓에 

오래된 화분받침대의 다리가 휘어져버렸다.

화원 주인장도 무릎연골이 다 닳아 걷기를 힘들어하셨는데

세월의 무게가 본인 다리를 받쳐주지 못했나 보다. 


선물로 받은 난이나 나무들 시들거나 말라가면 

베단다 화원 주인장한테 가져와 응급처치와 인공호흡을 거쳐

다시금 꽃을 피우고 건강한 식물들로 바꿔어 놓았는데

이 많은 베란다 화원 속 화분들을 이제 어찌하랴!


30년 전 마당 화원의 주인장이던 남편을 먼저 천국으로 보낸 뒤

30년간 이곳저곳에서 베란다 화원을 잘 운영해 오던 주인장!

이제 저 천국에서 그리던 남편을 30년 만에 만나 

천국 화원을 멋지게 만들어주시려나...


오랜만에 화원 주인장들끼리 천국에서 만나

예수님이 아름답게 뿌려주시는 꽃잎들 휘날림 속에서

오붓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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