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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껍데기 14

상처받은 내 껍데기

by 구르는 소

짐을 옮기다 살짝 피부가 쓸렸다. 아프다.

예전엔 상처가 나더라도 연고 같은 것은 바르지 않고 반창고도 붙이지 않았다.

지금은 조금만 껍데기가 쓸려도 바로 연고를 발라야 한다.

아프기도 하거니와 잘 낫지도 않는다.

껍데기는 두꺼워져 가는데, 왜 아픔은 두 배가 되어 가는 것이냐!


돼지++가 되어 아픈 건지, 나이++ 먹어서 아픈 건지 모르겠다.


돼지 겉 껍데기는 더욱 예민해졌지만,

내 속 껍데기는 점점 물러져간다.


예전처럼 소리 지르지 않는다. 내 목만 아프다.

예전처럼 욱하고 화내지 않는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처럼 급하지 않다. 순리에 따르며 기다려주면 된다.

예전처럼 혼내지 않는다. 칭찬해주려 하고 장점을 찾아본다.

예전처럼 구르지 않는다. 자기계발 좀 안 하면 어떠냐.


지금의 나,

괜찮다. 그리고 너도...


이제 이것저것 배우지 않아도, 익히려고 애를 쓰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하다.

발버둥 쳐봐야 더 나아질 것도 없다.


편안히 살다 도축된 돼지고기가 맛있단다.

마음껏 먹고 즐겁게 마시면서 행복하게 일하다가

++살코기와 노릿노릿한 껍데기를 유산으로 남기고 사라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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