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남이 들어왔다 2

(전지적 그의 시점) 30. 그의 사정

by 작가이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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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연하남이 들어왔다-1 (brunch.co.kr)











늦은 오후 해변 다이빙을 하러 나갔다.


살짝 어둠이 내릴 때 하는 다이빙은 그 것대로의 매력이 있다.

사실 밤 다이빙을 하려고 했지만 아직 그녀에겐 무리라 판단되었다.

그래서 늦은 오후를 택했다.


어둠이 드리우는 바다는 낮과는 다른 왠지 모르게 낯설겠지만 그녀에게

바다의 모든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얕은 바다로 내려가 그녀와 자유롭게 유영했다.

이제 그녀는 내 손을 잡지 않아도 바닷속에서 허둥대지도 둥둥 떠다니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운동신경이 있는지 다이빙에 소질이 있었다.


' 앞으로도 누나와 이렇게 다이빙을 할 수 만 있다면..'


나는 바위틈에 숨어있는 문어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녀의 웃는 모습이 바닷속에서도 보였다.

그녀는 진짜로 바다를 즐기게 된 것 같았다.


거북이 그녀의 앞에 나타났고 그녀는 거북을 따라가는 시늉까지 해 보이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어스름 리조트는 어두워지고 있었고 우리는 해변 다이빙을 마치고 나왔다.


젖은 머리를 손을 탁탁 털면서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 누나 따듯하게 샤워하고 나오세요. 저녁식사 준비 되면 데리러 갈게요


- 아응 고마워~ 해변 다이빙 재미있었다!


- 그렇죠. 누나가 즐거웠다면 나도 대 만족이에요.


- 고마워^^ 그리고 난... 맛있는 저녁도 좋지만...


나는 역시... 그녀의 미소가 좋다.


그녀가 갑자기 내게 다가와 내 머리칼을 슥.. 만졌다.


- 뭐!!!????








................




땀을 흘리며 잠에서 깼다.


'뭐야.. 뭔 꿈이 이래?!'


리조트에서 일한 지 1년이 돼 가지만 여태 이런 꿈을 꾼 적이 없었다.

여자가 나온다니. 심지어 그녀가. 게다가 므흣한 분위기까지...


'하.. 미쳤네..'


새벽 2시

다시 잠을 청하려 한참을 뒤척이다가 도저히 안 돼서 바람을 쐴 겸 밖으로 나왔다.


응?!

그녀의 방에 불이 켜져 있었다.


노크해 볼까..?

아니다.. 이 시간에? 그건 아닌 것 같다..


주저하는 내 마음과 달리 내 눈은 그녀의 방에 고정돼 있었다..


'하.... 어쩌려고 이러냐....'


그녀의 방의 불이 꺼질 때까지 나는 한참을 방 밖에서 서성거렸다..




고 3 때였다. 처음으로 만난 여자애가 있었다.

멋모를 때 하는 첫사랑이었다. 같은 반 여자애였고 먼저 고백을 하고 사귀자고 해서 그러자 했다.

그리고 그 아이와 처음으로 입맞춤을 할 때.


내 발작의 시작이었다.


나는 그 애와 입맞춤을 하다 호흡곤란이 일어왔고 내 첫사랑도 실패로 끝났다.

아마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여자라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인을 알지 못한 채 그 후로도 여러 차례 여자를 만나면서 정말 좋아하는 여자도 생겼었다.

그래도 항상 스킨십을 하려고 하면 호흡곤란이 왔다.


할 수 없이 병원을 찾아가 밝혀진 것.

과민성 스트레스 발작으로 판명되었다. 즉, 여자와 스킨십을 할 때 과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의사는 어렸을 적에 아마도 그런 기억이 있었을 것이고 그 영향을 받았을 거라 추측했다.


여자에 대해 별다른 트라우마도 없는데 왜 그런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렸을 적...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이 많이 있다. 여자가 아니라 어렸을 적 아버지와 재혼한 새엄마와 관련된 기억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내가 여자를 멀리 하게 된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


사실 이곳 리조트에 오는 여자들 중에도 조금 관심이 가는 여자도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 여자들과 뭔가를 시작한다던가, 뭘 해보려고 하는 시도 따위는 하지 않았다.


내 발작 증상은 없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심할 때는 손을 잡거나 해도 그 증상이 시작되었다.


한 번은 실습 강의를 할 때 바닷속에서 호흡곤란이 와서 사고가 날 뻔 했다.

그 이후로 사실 강사자격을 따고 나서도 강의를 미뤄왔다.


이 강사 형만 내 사정을 알아서 굳이 실습강의를 하지 않아도 내 커리어를 쌓는데 무리가 없게 해 주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하는 것도 민폐 아닌 민폐였다.

형의 배려로 여태 버텨왔지만 말이다. 그리고 실습강의를 해보자 결심하고 나서 진아누나가

첫 손님이 된 것이었다.


그녀의 손을 잡고 다이빙을 해도 전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편안한 느낌이었달까.

그녀의 이마에 손을 갖다 대어도 아무렇지 않았고...

발작이 나타나지 않아 그녀의어깨에 손을 댈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나에게 있어 너무나.. 특별함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특별한 그녀를 놓쳐선 안된다고 생각이 들었고

제대로 그녀에게 마음을 전달해야겠다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된다면..

내 욕심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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