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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달팽이 haru Mar 23. 2024

20.머릿속에 맴돌아서

김유진






'우연 보육원'



"안녕하세요. 어머니.. 정말 오랜만에 ...오랜만에 오셨네요"


"네....정말 면목 없습니다.."


원장이라고 하는 여자의 뒤에 자그마한 여자아이가 빼꼼하며 쳐다 본다.


"너의 어머니셔..유진아 "


"어머니?"


어머니 라고 칭하는 그 여자는 나를 보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리셨다.


12살 적지 않은 나이에 어머니의 존재를 알게됬다. 그때 까지 부모도 없는 고아인줄알고 살았던

나날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 나에게 어머니라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오늘 아침도 일찍 일어났다. 마침 새소리가 짹짹 거리며 들렸고 창문에는 스르륵 해가 비춰지고 있었다.


"아.. 오늘도 자알...잤다.음~~"


팔을 쭉 펴며 기지개를 켰다. 매일 맞는 아침이지만 10년 전부터는 다른 아침 이었다.

아침 배식을 받으려 맹열하게 뛰어 갈 일도 없었고 일렬로 앉은 자리에서 이부자리 검침을 받을 일도 없었다.

그야 말로 평화롭기 그지 없는 아침들 이었다.


여전히 어머니는 그 곳에 매일 같이 가서 울고 오시지만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걸 모른 척 하지않고 어머니에게 힘내라고 말해야한다. 나의 보잘 것 없는 위로가 나를 다시 거둬둔 어머니에 대한 작은 보답이라고 해야할 까.


 나는 나를 거둬준 어머니에게 더 이상의 것을 바라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고, 등록금이 버거워 2년제 대학을 갔을 때는 나름 그래도 장학금을 받으며 다녔다.

사회생활을 빨리 했다고 쳐도 나는 어느새 너무나 어른이 되어 가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그 남자다. 어느날 부터인가 매일 같이 카페를 들락 거리는 한 남자다.

저번에는 고장이 난 듯 주문 할 때부터 이상 했다.

그리고는 이후 부터 꼭 같은 자리에서 같은 커피를 마시고 힐끔 힐끔 나를 쳐다 본다.


근데 또 웃긴건. 힐끔 거리며 보는 그 남자의 시선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것이다.

내 외모가 딱히 나쁜 건 아닌건지 카페에 나를 보려 오는 남자 손님이 더러 있었지만 이 남자는 뭔가 좀 달랐다.


내게 관심이 있어 보러 온거라면 말 한 번 걸어보려 애쓸텐데.. 여느 남자 들 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닌건지 그저 보다가 생각에 잠기는 듯 커피만 마시다가 그리고는 간다.



'흠.. 뭐하는 사람인건지.

아닌가.. 오히려 기분 나빠해야하나? 하지만 ..그 시선이 은근히 신경쓰이는 건..'


"그거야...맨날 저렇게 대놓고 티내면서 쳐다보니까 그렇지"


"앗! 깜짝이야! 뭐야 초능력 생겼어? "


"난 니 눈 만 봐도 뭔 생각하는 줄 알지"


같이 일하는 은진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동창 이었지만 사실 친구 까지는 아니었다. 우연히 카페에서 만나 같이 알바를 하게 되면서 은근히 맘이 맞고 술친구로 죽이 맞았다. 그리고 서로 합의 하에 '친구'라는 것이 되었다.

은진이는 눈치가 바싹하고  여시같은 면이 있는 친구였다.


"너무...뻔해..스토리가. 저렇게 니 눈에 눈도장 콱 찍고 뭐..해보려는 거겠지. 조심해"


"뭘..조심하긴 뭘 조심해"


예리한 은진 이었다. 아마 그녀의 촉이 맞을 지도 모른다.


"니 눈에... 호기심이 어려있어"

순간 내가 속으로 한 생각들을 다 읽히는 느낌이었다.


"아..됐어! 주문이나 받어!손님 !"


뭐 살짝 궁금 하긴했다. 항상 멀끔한 차림새에 은은한 향수냄새가 나고 코 끝을 간지럽혔다.


"제가 손님 커피 갖다 드리고 그러는 알바생은 아닌데?"


"아 죄송해요 제가 잠시 딴생각하느라"


소스라 치게 놀라는게 오버하는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정말 놀란거야?'


"흠.. 됐고요. 뭐. 맨날 오는 손님인데. 제가 갑질할 순 없죠. 앉으세요 손님"


"아.. 정말 죄송해요.“


뻔한 전개였지만 이렇게 라도 해볼까 싶었다. 진짜 예전에 날 아는 사람이라서 날 그렇게 보던건가 싶어서 말이다.


"어디서 많이 봤는데..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어요?"


"아.. 그냥.. 요 며칠 제가 자주 왔죠."


'흠..뭐야 예전에 날 봤던 것도 아니고..그럼'


그저 그런..카페에서 일하는 좀 반반 여자한테 관심이나 있는 놈뺑이인가 ?


"되게 한가한가 보다. 이 시간에 이러고.. 농땡이? 치는 거 보면"


"아니.. 이렇게 멀쩡하게 수트 입고 다니는 백수 봤어요?


진심으로 화를 내는 것 처럼 보였다. 아닌가 당황 한 건가?


"있죠~  왜 없어~ 요즘 취업하기 얼마나 힘든데~~~"


'여기있죠 취업못하고 여기 카페에서나 일하고 있는 나'


" 훗."


그 남자가 피식 하면서 웃는 거였다. '뭐지?'


"왜 웃어요?"


"아뇨. 누가 생각나서."


'누가 생각나서?'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나쁜것도 좋은 것도 아닌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짧은 대화였다. 누가 생각난다는 그 말이 되게 여운이 남아서 일하는 내내 머릿 속에 맴돌았다.


'누가..생각나서라...무슨 뜻인지?'


"나 오늘 일찍 들어간다~"


"응 뭐야?뭐 땜에!"


"나 낼 면접!"


"오~~~ 잘하고 와"


친구인 은진이에게 대차게 말하고 카페를 돌아서 나왔다.

집으로 가는 내내 무엇 때문인지 그 남자가 떠올랐다.


'하..내가 막..금사빠 이런거는 절대 아닌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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