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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달팽이 haru Oct 24. 2024

심기불편하게하지마,인간

학년1반 임수아의 교실, 과학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하품을 하고 있다. 선생님의 수업내용이 지루하다 느끼는 이윤이었다. 

선생님은 칠판에 그림과 글자를 마구 써내려 가며 열띤 설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구에는 산소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살수가 있는 것이다 만일 우리 지구에 산소가 없다면? 사람이든 동식물 모두 살수가 없겠지?


과거 산소가 없던 원시 시절에서는 혐기성 세균만 살았는데~~ 음, 이 혐기성 세균이 진화하면서 빛 에너지를 이용해 산소를 만드는 최초의 호기성 광합성 생물이 태어났지.자! 여기서 퀴~~즈~!이게 뭘까?“


선생님의 질문에 모두들 갸우뚱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선생님은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는 사람..없나?흠..”


선생은 출석부를 뒤져 위에서 아래로 읽어 내려갔다.


“어, 전학생이있네? 어디있니?“


아이들의 시선은 일제히 이윤에게로 쏟아졌다. 여자아이들의 눈빛은 더욱더 초롱 초롱 해졌다.


“아..저 말인가요?”


“어 ,그래 너 전학생 이름이 뭔가?”


“이윤입니다.”


“그래 대답 가능?”


 이윤은 머뭇 거리다 잠시 생각했다. 말을 할까 말까 생각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 교실에서 수업이라는 것에 참여하려면 선생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을 4교시쯤 되니 알 것 같았다.


“아.. 그러니까 그건…36억년 전, 지구상에 등장한 시아노 박테리아 입니다.”


“오~ ”아이들이 반응했다.


이윤은 대답을 더 이어갔다.

“원시 지구의 산소를 생성시킨 두 가지 방법 중에 하나인 빛 에너지와 물 공기 중에 탄산가스를 이용해서 광합성을 했고 그리고 결국 산소를 만들어 냅니다. ”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놀라워 하는 표정으로 이윤을 바라 보았다

.


“음..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생성 할수 있는 유일한 격이죠. 

그리고 최초의 미생물 박테리아 입니다. 우리의 가까이 있는 바다..에서 일어나는 신비하고도 고마운 존재 인 거죠”


“오~” 하며 일제히 아이들의 박수소리가 울렸다.

선생은 매우 흡족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대답 잘 .. 들었다“


이윤의 대답은 모두를 놀랍게 만들었다. 수아역시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이윤은 어깨를 으쓱 이지도 않고 무엇 때문에 자신을 보며 놀러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쉬는 시간이 되고 또 한번 여자아이들이 몰려 들었다. 이번에는 몇몇 남자아이들도 섞여 있었다


“윤아 어쩜 그런걸 알고 있는 거야? 너 공부 잘하는구나?!”


“아..그런 건 아닌데.. 그냥 내가 아는 걸 말한 것 뿐 이야 ”


“너 혹시 물리학도 잘하냐?”


옆에 있던 남자아이가 물었다.


“아..아니 아니”


이윤은 쑥스러운 듯 한 표정을 지었다. 생긴 것도 남들의 이목을 끄는 데 모자라 똑똑하기 까지 하니 전학 첫날 부터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때 김민주와 그 무리들이 수아의 반에 찾아 왔다.


“야 임수아 불러”


민주는 한 아이를 시켜 수아를 데리고 오라 지시했다.


“저기 ..수아야..”


책을 보고 있던 수아가 고개를 들어 뒤를 돌아 보았다. 

못마땅한 표정을 하는 김민주와 깔깔 대는 그 무리 들이 서있었다.


“하…”


김민주는 손을 까딱 거렸고 수아는 행여나 민주가 교실에서 행패를 부릴까 복도 밖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왜. 무슨 일인데”


“이번에 창립 기념 파티 때  올거지?”


“하.. 내가 거길 왜가?”


민주가 말하는 창립 기념 파티는 골든 그룹이 개최하는 30주년 기념 파티를 말하는 것이었다.


수아는 이미 그 사실을 고모를 통해 듣고 알고 있었지만 굳이 자신이 갈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불청객일테니 말이다.


“어머! 그럼 안되지? 전 회장의 딸 인데 ! 아무리 지금은 거지 처럼 살고 있어도 말이야?


민주는 더 들으라고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하며 수아를 위아래로 훓어 보았다.


“그거 말하려고 일부러 부른 거니?”


“엉. 아님 내가 뭐 니 얼굴 보고 싶어 왔겠니? 얼굴 보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는데?”


그리고는 교실 안 자신을 빤히 쳐다 보고 있는 잘생긴 남학생을 보고 피식 웃었다. 이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우리 아빠가 너 꼭 오라고 했어. 옷도 보내 주신데. 그러니까 곱게. 차려 입고 와. 알았지? 쪽 팔리지 않게“


반 협박 식으로 말을 이어가는 민주였다.


“야 김민주. 이런 식으로 우리 반 와서 나 부르지마. 그리고 너네 아버지. 아니 회장님한테 옷 같은 거 필요 없으니까 보내지 말라고 전해 드려 알았지?“


”야!“


김민주는 수아의 심기를 건드리기 위해 호시탐탐 노린다. 


아마 창립기념 파티를 이용해서 망신을 줄 것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 곳에 수아가 제 발로 가기 만무했다.


수아의 너머로 날카로운 눈빛이 민주를 노려 보고 있었다.


’너로구나. 수아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이윤은 김민주를 쏘아보았지만 민주는 자신에게 관심 있어 쳐다 보는 것으로 크게 착각했다.


수아는 자리로 가 앉았지만 민주의 말을 듣고 마음이 가라앉은 것은 사실이었다.


‘수업이고 뭐고..나가고 싶다…’


톡톡


누군가 수아의 어깨를 톡 하고 쳤다. 바로 뒤에 앉아있던 이윤이었다.


“왜? 뭐야?”


“나갈래?”


“응??”


“나가자고. 밖에”


수아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 하고는 이윤과 함께 밖을 나왔다.

 학교는 이제 종이 울리고 수업시간이 되었고 둘은 이리저리 방황하다 텅빈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네?”


“어 체육수업이 없나 보네..오늘”


”받아!“


이윤이 농구공을 던져 주었다. 수아는 덥석 그것을 받아 들었다.


“뭐? 농구 하자고?”


“하면 되지~ 뭔지 모르지만“


공을 주고 받다가도 이윤은 공을 매번 손에서 놓쳤다. 

어기적 거리며 공을 튕기는 모습이 어린아이가 마치 처음 공놀이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하하하~핫 아 너무 웃겨. 그게 뭐야~ 하핫 너 농구 처음 해보냐?”


수아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어 제꼈다.


“농구? 그게 뭐지?”


“뭐냐고?!! 진심? 몰라서 묻는 거야?”


“어. “


“자 봐봐! 이렇게 공을 튕겨서 저 골대에 슛! 하고 넣는 거야“


수아는 제법 공을 잘 던지고 잘 넣었다.


“해볼게”


이윤이 수아가 하는 것을 보더니 금세 따라 했다. 그리고는 공을 골에다 넣었다.


“오~ 금방 배우네~너 근데 머리는 똑똑한데 체육은 잘 모르는구나?“


“근데 내가 또 뭐든 금방 배우긴 해“


“엉.그런 것 같네 하핫”


수아는 또 한번 크게 웃었다.


한참을 그렇게 공을 튕기며 놀다가 이제는 숨이 차는 지 수아가 벤치에 털썩 하고 앉았다.


“이제 기분 좀 괜찮아?“


“기분?”


“아까 별로 였잖아. ”


“아~ 그거? 괜찮아. 별로 신경 안 썻는데?”


“애들이 다 듣는 데서 니 신경 긁는 소리 하던데… 괜찮다니..“


“네네~ 아까는 사실 유쾌하진 않았지. 근데 지금 좋아졌어 덕분에“


“다행이네”


“나 일부러 데리고 나온 거지? 아까 그거 보고”


“뭐. 나도 수업이란게 따분하기도 했고”


“따분하다고 하기에는 대답을 너무 잘하던데? 너 공부 잘해 몇등 했어??”


“그냥 진짜 알고 있는 걸 말한 것 뿐이야. 그리고 스승님 말에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은 기본 아닌가?”


“하핫! 스승님이래 ~ 요새 누가 그렇게 불러?”


“너 웃으니까 보기 좋다.”

뜬금없는 이윤의 말에 수아는 볼이 상기 되었다.


“아.. 뭐..뭐래. 무튼 전학 첫날 부터 땡땡이라니 너도 보통은 아니다!하핫”


“그래 웃어 그게 보기 좋아. 넌“


이윤은 다정한 눈빛으로 수아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 수아는 이윤을 빤히 바라보았다. 사실은 편의점에서 만나고 오늘 두번째 보는 건데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게 무엇 때문인지 전혀 모르겠어서 잠시 그를 지그시 바라 보았다.


“왜 그렇게 봐?” 이윤이 물었다.


“뭐 때문이지?


“뭐가?”


“나. 널 어디선가 본 것 같거든…”


“봤잖아 편의점에서“


“아니! 거기말고 … 예전에 혹시 우리 만난 적 없어? ”


이윤은 순간 자신과의 계약을 기억하는 건지 흠칫했다..


신 상괭이와의 계약을 자각하려면 성인이 되어야 하는데 조선시절로 치자면 15살 즈음 혼인을 할 나이가 되니 그때쯤에는 인간들이 자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현대에서는 19살은 넘어야 성인이 되니 수아가 자신과의 계약을 각성 하기엔 아직 일렀기 때문이다.


“너가 착각…한 거겠지? 난 서울에 살지 않았으니까”


“ 서울에 없었다고? 그럼 어딨었는데?


이윤은 어떻게든 둘러 대려 했다.


”제주도 …“


제주도라는 말에 수아의 얼굴이 굳었다       


‘ 아차 … 실수했다  ’이윤은 하필 수아의 가족이 몰살 당한 제주도를 말해 버린 것이다.


“ 그랬구나 제주도… 난 15살 때 이후로 안 가봤어 그때 처음 가보고 ”


“아..음… ” 


이윤은 수아의 눈치를 살폈다


“ 왜??  나 괜찮아 왜 내 눈치를 보는 거야? ”          


“그야…”

이윤은 말을 하려다 말았다.


하지만 수아가 입을 떼었다.


“내 가족이 죽은 곳이 하필 제주도라서 좀 화가 났었어. 나 그때 제주도 처음 가보고 너무 좋았었거든. 바다는 또 왜 그렇게 예쁜건지… 맞다. 돌고래도 엄청 많았고”


‘?!’       


수아는 잠시 생각에 젖어 드는 것 같았다.


“ 혹시 … 가보고 싶어? 다시?”

이윤이 물었다.


“ 음… 언젠가는? 실은… 우리 가족 사고로 죽은 게 아니거든. 범인이 있어. 난 반드시 그 놈 찾을 거야. 근데 제주도에 가야 단서라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졸업하고 나면 바로 가 볼거야. 지금은 내 형편이 좀 …그래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지만“


단호 해 보이는 수아의 표정을 보고 이윤은 걱정이 한 가득 생겨버렸다.


‘네가 찾아야 할 사람은 살인범이 아니라 운명의 상대인데… 내가 널 어떻게 도와야 할까…’


“아 ! 덥다 야 기분도 꿀꿀한데 가자!”


“응? 어디 ”


“아이스크림 먹으러! ”


이번에는 수아가 이윤의 손을 덥석 잡아 끌어 올렸다.


가슴이 찌릿하고 느껴오는 이 감정은 불편함일까. 아직 완전히 인간이 되지않은 이윤은 그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



김민주의 교실 앞, 이윤이 그 앞을 서있다가 아이들이 나오자 민주를 보며 나오라는 손짓을 했다.


“응? 뭐지? 왜 나를?”


민주는 이윤을 보고 의아해 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뭐야?뭐야? 민주야 전학생이 왜 널 부르지?”


“흥..역시 남자들은 누가 여기서 잘 나가는 지 아는 거 아니겠어?”


“오~ 역시 퀸~ "


민주는 서둘러 이윤이 있는 복도로 나갔다.


“둘만 이야기 하고 싶은데?”


“좋아. 어디로 갈까?”


“음…아무도 없는 곳?”


“아무도..없는 곳?”


이윤은 민주를 데리고 근처 공사장까지 갔다.

 그 곳은 꽤 으슥했으며 공사하다 만 잔재들이 나뒹굴고 있어 꽤나 위험해 보이는 곳이었다.


“흠. 이곳이 적당하겠네”


“아니..아무도 없는 곳이 설마 여기야?” 민주는 의외의 장소에 도착해 기분이 언짢아 졌다.


“왜? 조용~ 하니 좋잖아?”


주위를 둘러보고 약간 무서웠는지 민주는 살짝 몸을 떨었다.


“여긴 너무 으슥한데? 뭐라도 나올 것 같아.”


“뭐가…귀신 같은거??”


“뭐?! 뭐?!!”


“니 옆에 그분 아까부터 너 계속 쫒아 오던데…실은 내 눈에는 사람들 눈에 안 보이는 것들이 보이거든… 예를들면..”


이윤은 민주의 가까이에 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니 옆에 있는 … 귀신 같은거”


민주는 소름끼치는 듯 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하하하~~ 의외로 순진한 구석이 있네?”


“뭐야?! 너!! 장난 친거지?! 이게 보자보자하니까!!”


“보자보자 하니까…너는 도가 지나치던데.. 임수아  건드리지 말아라..”


“뭐? 아이씨.. 그딴 얘기 하려고 날 불러낸거야!?”


“그렇지. 안 그럼 널 따로 볼일이 뭐가 있겠어?”


“웃기고 있네 니가 뭔데 임수아 랑 뭔 관계야!?”


“난 그냥.. 임수아 편이야.”


이윤은 무심하게 내뱉었다. 그리고는 민주의 미간에 손가락을 딱 하고 갖다 대었다.


“있잖아. 사람이 자꾸 나쁜 짓 하면은…벌을 받게 되어 있어. 

지옥에서든..앞으로 계속..니가 환생을 해도 말이지. 아닌가, 환생도 구제할 거리가 있어야 해주는데. 넌 씁..”


“뭔 개소리야?!”


“이번 한번이다. 오늘 혼내주려 했는데.. 봐준다. 

그러니 앞으로 임수아 건드리지 말아라. 이 몸이 아주 심기 불편해 지니까"


민주는 씩씩대며 뒤돌아 가는 이윤을 그저 쳐다 볼수 밖에 없었다. 

다리가 굳어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 옆에 그 처녀귀신이 할말 있다니까 잠시 대화 좀 나누다 와~”


이윤은 민주를 잠시 봉인해 두었고 그 자리에서 민주는 몇 시간을 꼼짝도 못하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악!~!!”

조용한 공사장에 민주의 신경질 적인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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