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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달팽이 haru Oct 24. 2024

지켜야할 여자

2018년 1월 겨울, 제주도 앞바다 


선문대할망이 물고기 들에게 밥을 주고 있었다. 주위로는 온갓 바다 생물들이 다 몰려 들었다. 돌고래며 바다 거북 까지 말이다.


그때 이윤이 할망의 앞으로 와 삐죽거리며 말했다.


“정말 끝까지 내 부탁 안 들어 줄꺼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들어 주던가 말던가 하지! 반성을 하랬더니 허튼 소리만 하는구나”


“그러지 말고 죽는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던데 살아있는 상괭이 소원도 좀 들어주라~ 응?”


“니가 사람 만들어 달라는 소원은 애초에 말이 안되지는 않았다. 근데 이번 거는 좀 아니지 않냐?”


“그게 뭐 어때서?! 아니 내가 계약한 사람 내가 지킨다는데 그게 뭐?어? 그러다 엄한 놈이랑 얽히면 어떡하냐고?! 나도 그 놈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내가 같이 좀 찾아 주면 안되는 건가?어?”


할망이 물고기에게 던져 주고 있던 밥을 이윤에게 던지려다 말고 이내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 보았다.


“하이고 참. 그런 적은 한번도 없었지 않았느냐?


“이번엔 상황이 다르잖아. 까딱하면 나도 죽을 수 있는데”


이윤의 말이 떨어 지게 무섭게 할망의 표정이 바뀌었다.


“알았다. 내 그 놈한테 연통한번 넣어보마”


역시 이윤은 자신이 죽을수도 있다는 말에 선문대할망이 반응을 보일 것 을 예감했었다.


“진짜지? 그 서울에 있다던! 사람됬다던! 상괭이 말하는 거지?!”


“아이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귀찮게 하지말고 좀 가거라”


“알았어!”

상괭이 이윤이 신이나서 이리 첨벙 저리 첨벙 대었다.


“속 없는 녀석. 저 녀석이 어쩌려고 그러는 건지…에휴..”


할망이 한숨을 쉬더니 주위에 있던 물고기 들이 돌연 휙 돌아 가버렸다. 바다 거북도 가볍게 목 인사를 하더니 헤엄쳐갔다. 하지만 그 곳에 남아있던 돌고래 한마리에게 무어라 말을 하더니 할망이 돌고래 코를 탁탁 하고 쓰다듬었다.


“가서 전하거라”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더니 이내 비가 쏟아 질 듯이 어두워 졌다,


“징조가 안 좋구나. 천기를 어겼으니 필시 하늘이 노하셨을 터. 그러나 어찌 하겠수. 그게 운명이면 지가 알아서 이겨내든 굴복 하든 뭐라도 하지 않겠는가?”


***


2018년 6월 여름이 다가오기 전

서울의 골든 아쿠아리움 에 이윤이 찾아갔다.


한 여자 조련사가 돌고래를 지휘하고 있었고 관객들은 너나 할것없이 박수를 쳤으며 특히 어린아이 손님들이 소리를 질러대며 좋아했다. 

조련사의 웨일콜러 소리에 훌라우프를 통과하거나 손님들 쪽으로 물을 내 뿜기도 면 관객들은 너무도 즐거워했다.


“하…수족관의 돌고래 신세라.. "


관객들 속에서 이윤은 그 모습을 보고 있었고 돌고래를 조련하던 여자는 그런 이윤의 정체를 먼저 알아 보았다. 

쇼가 끝나고 이윤은 천천히 그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멋진 쇼였습니다~”


“훗… 보통 사람들은 이 쇼를 보고 와 멋잇다. 근사하다 말하지만 그 쪽은 그런 생각 안 하는 것 같은데? 아닌가?”


“흠….사람이 되셨는데 꽤 예리 하시네요?”


“내가 좀 예전부터 예리했음”


“정식으로 인사 드릴게요. 선배님. 이윤 이라고 합니다”


“선배님은 무슨 ~ 할망한테 대충 얘기는 들어서 이름은 알고 있어. 그래 서울 와서 살겠다고? 아직 사람도 안 됬는데?”


이윤이 머리를 긁적이며 머뭇 거리다 말했다


“실은 그게 좀 사정이 생겨서..”


“사정이 뭔진 뭐 내 알바 아니고 “


여자는 시크하게 돌고래에게 물고기를 하나 탁 하고 던져 주고는 뒤돌아 갔다.

몸에서는 옅은 자몽 향기를 내뿜었으며 가지런히 지켜 올린 머리는 그녀의 올곧은 고집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아. 집은 내가 다 해놨어. 그대가 원하는 대로”


“와… 일사 천리 십니다. 제가 사람 되면 이 은혜는 꼭 갚을 께요”


“너 내 이름 모르지? 실망이네.. 은혜는 필요 없고… 알바나 할래?”


“아..알바요??”


“아 내가 요새 좀 일손이 필요해서. 참한 일꾼하나 필요한데, 일은 어렵지않아 저녁시간에 돌고래 잠깐 돌보는 일이니까.”


“하핫.. 제 사정 아시면서. 저 낮에만 사람이에요. 밤에는 상괭이로 돌아가야되구요”


“알어. 그래서 집에다가 풀장 까지 만들어놨잖아. 너도 참 피곤해..지겠다.”


“와우..저에게 딱 필요한거네요”


“신경 많이 썼어. 해수풀로 만들었으니까. 돈이 좀 많이 들었다. 뭐 내 돈 아니고 할망 돈이지만”


“감사하네요. 할망에게도 선배님도”


“너 이번에는 진짜 사람 될수 있어?”


“그러려고요. 그래서 이렇게 왔구요”


“흠. 자칫하다가 일이 틀어지면.. 넌 죽게 된다 들었는데?


“그럴 일이 없게 만들어야지요.”


여자는 이윤에게 어디론가 따라오라 손짓했다. 따라 들어 간 곳은 그녀가 혼자 쓰는 사무실이었다. 이윤은 사무실에 놓인 그녀의 이름 명패를 보고 아차 싶었다.


여자의 정체는 바로 30년 전 사람이 된 상괭이였다. 사람 이름으로 최은혜. 은혜롭게 살라 하여 선문대할망이 지어준 것이다.


이윤 보다 먼저 사람이 된 그녀는 제주도가 아닌 동해에서 살던 상괭이였다. 날씨가 급격히 추워 지는 바람에 수온이 높은 제주도 바다로 왔다가 선문대할망을 만나게 되고 그녀는 제주도 태생이 아니었지만 할망과 약조를 하고 사람이 되기 위해 계약을 맺는 신 상괭이가 되었다.


그런데 인간이 되고 나서 제주도를 한번도 찾지 않았다면서 이윤 앞에서는 그녀를 탓했던 할망이었다. 하지만 그 것도 다 이윤이 사람이 되지 않길 바라는 할망의 바램 때문에 거짓말을 한 것이 라는게 들통이 났다. 실은 은혜는 매년 할망을 찾아 갔었다는 말을 덧 붙였기 때문이다.


“여기 앉어. 근데 할망을 매년 봐도 늙지를 않네. 아닌가 죽지를 않는 거지?


“제주도의 대 신께서 죽을리가 있겠습니까?”


“너무 사람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니 나도 때때로 착각 할때가 있어. 사람인가 하고 말이야. 후훗 우습지?”


“할망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더 우습네요 전?”


“거짓말?”


“그런게 있어요. 아 근데 선배님은 대략 인간 나이로 몇살 인가요?”


“몇 살로 보이는데?”


“흠..글쎄요..”


“사람이 된 신 상괭이는 나이를 천천히 먹어. 그게 좀 억울하긴 한데. “


“왜요? 억울해요? 천천히 나이 먹는게 좋은거 아닌가요?”


“내 옆에 있는 사람과 같이 나이가 들어가야 그게 정상이지”


“아.. 그런 깊은 뜻이. 꽤나 어렷을 때 사람이 되었다 들었는데..”


 “사람 나이로는 27살이야”


 “아 그렇구나. 그 나이보다는 어려 보이시긴 합니다.”


“넌..? 아니지 아직 사람이 안 되었으니“


“전 고등학생이어야 하니.. 지금은 19살이지요. “


“그래. 니 신분증을 만들어야 겠구나... 어디서 사고만 치지않으면 니 신분 조회 같은 건 하지 않을테니. 그만큼 조용히 살아야 해”


은혜는 다시 진지한 얼굴로 이윤을 보며 말했다. 


“학교라는 곳을 가는 건…아직 시간있으니 생각해봐. 의외로 아~ 주 무서운 곳이니까”


“제가 지켜야 할 사람이 그 곳에 있어서요. 하루 종일 학교 아니면 일하는 곳인데. 낮에 학교에서라도 옆에 있어야 해요”


“ 사고만 치지 마라. 니 정체 들켜서는 안되니까.”


“그럼요. “


“그리고. 너무 사람들 사이의 일에 관여하지 말고 너무 깊게 들어가지말라는 뜻”


“네넵..”


“흠.. 여기 핸드폰. 이거 주려고 오라고 한거 였어”


“아.. 요즘 사람들이 쓰는 전화기 라는 거지요?”


“사람들은 이걸로 다 연락하고 지내니까. 내 번호도 여기 입력 해놨어. 사용법은 너 똑똑할거니까 설명서 보고 익혀.”


“감사해요. 이렇게 다 세심하게 준비해주시고”


“내 이름이 왜 최은혜인줄 알아? 할망이 은혜를 베풀고 살라고 그렇게 지어줬어. 난 그저 할망이 아끼는 너에게 은혜를 베푸는 중이야”


“헷.. 아끼기는요 맨날 구박만 하는데”


“아닐걸~?”


“완전 맞을껄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바로 연락하고, 사람으로 사는 미리 예행 연습 이다 생각하고 매일 신중 해야해”


“네. 아.. 근데 그 알바 자리 저 말고 다른 이가 하는 것도 괜찮을까요?”


“왜? 누구있어?”


“네. 지금 떠오르는 사람이 있네요. 딱 맞는 아이가."


이윤은 그렇게 말하면 씨익하고 웃었다. 

은혜는 영문을 몰랐지만 이윤의 사정을 잘 알고있었기에 더이상 푸쉬하진 않았다.


"다음에 올 때는 같이 올게요. 분명 마음에 드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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