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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달팽이 haru Oct 24. 2024

전학생 그 남자애


이윤 by haru



2018년 6월 청송고등학교 


3-1반 교실 앞, 아이들이 복도로 나와 수근수근 대고 있다.

 타깃은 분명했다. 오늘 전학 온다는 아이 였다.


한간에는 사고를 쳐서 강전을 당했다는 일진이라는 소문, 어디서 사고를 쳐서 퇴학을 당했지만 부유한 집안의 부모 덕으로 겨우 전학을 왔다는 소문. 잘생기긴 했지만 싸가지가 없다는 말, 잘생기긴 했지만 얼굴을 성형했다는 말. 


 소문이 소문을 돌고 돌아 마치 소설을 쓰는 것마냥 화려했다.


그만큼 아이들의관심이 쏠려 있었고 

베일이 벗겨 지는 그 시간을 아이들은 손꼽아 기다렸다.


아침 조례 시간이 다가오고 아이들은 평소와 다르게 자기 자리에 바르게 착석 해 앉아 선생님을 기다렸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교실로 터벅터벅 들어왔다. 


“어허 왠일로 너네들이 이렇게 바른 자세로 앉아있냐? 뭔일있냐?”


그때 한 여자애가 흥분 된 표정으로 말했다.


“쌤! 오늘 전학 온 애 있담서요!”


“네네!!”


아이들이 일제히 그 아이의 말을 거들었다. 


“와우~ 소문 한번 빠르네~ 그래 맞아 오늘 전학생 있다. 어서 들어오렴”


드디어 전학생이 교실로 들어왔고 아이들은 그 아이에게 시선이 모두 쏠렸다.


천천히 들어오는 그 모습은 마치 빛이라도 신비로웠고 꽃 향기가 나는 듯이 향기로웠다.

여자아이들은 그 모습에 바로 매료 될 수 밖에 없었다.


“꺄~! 미쳤다!”


“비쥬얼 무엇!”


“야 저거 성형 아니겠지?”


“야..했다 해도 괜찮아”


“말도 안되…으응 말이돼...완전 돼”


수아의 앞에서 나타난 그 전학생은 바로 편의점에서 자신에게 청포도 에이드를 내주었던 그 아이.

천둥번개가 무서워 숨어있던 꼴을 다 본 그 아이. 도시락을 사 놓고 혼자 다 먹게 했던 그 아이. 


바로 그… 남학생이었다.


‘헛! 저애는?’


“자자!~! 조용! 전학생 인사 하게 좀 조용히 좀 하자 애들아”


선생님의 말에 급 조용해진 교실이었다.


그러자 전학생 그 남자애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윤이라고 합니다.”


여자아이들의 꺄~ 하는 함성소리가 일제히 울렸고 남자아이들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수아는 그런 남학생을 보고 그저 어안이 벙벙했다. 


‘우리 반이었어? 청포도에이드 …그 남자애?’


전학생 자신을 소개하는 그는 편의점에서 만난 그 남학생이었다. 

교복을 보고 청송고라는 것은알았고 전학을 온다는 정보도 알고 있었지만 그게 같은반이었을줄은 몰랐다.


‘그럼 내가 같은 반인 걸 이미 알고 나를 아는 척? 했던 걸까? 근데 왜?’


머릿속에는 수많은 물음표가 떠 올랐지만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모든 생각이 싹 사라져 버렸다. 

이윤이라고 소개한 그 아이는 천천히 걸어가더니 수아의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걸어 가는 동안 눈을 마주 쳤지만 딱히 인사를 따로 하진 않았다.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아니면 기억을 못하는 건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후자는 아니었다.


그렇게 함께 밤을 같이 보낸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물론 편의점에서 말이다.

1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었다. 여자아이들이 이윤의 주위로 우르르 몰려 왔다.


“윤이야 안녕. 우리 반에 온걸 너무나 환영해. 이 반을 대표 해서 반가워~”


설레 발을 치며 유리가 먼저 선방을 쳤다.


“야 니가 뭐라고 우리 반을 대표 하는건데 !?”


옆에서 보 고있던 승희가 콧 웃음을 치며 말했다. 다들 너나 할 것 없이 윤이의 눈에 들어 보려 애쓰는 것 같이 보였다.


“윤이야 이 아이 말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 아니 안들어도 되!”


“잠깐만, 애들아. 이렇게 주위에 몰려 있으면 나 좀 부담스러운데?”


이윤이 차분하게 아이들에게 말을 건넸다. 그 목소리 또한 이세상 것이 아닌 것처럼 부드럽고 달콤하기 그지 없었다.

여자아이들은 녹아 내리 듯 그 말에 몸을 주체 하지 못하며 베베 꼬았다.


“아 근데 나 잠깐 임수아랑 할 얘기가 있어서”


“?!”


모두들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수아를 쏘아 보았다. 뒷 통수가 매우 따가 웠지만 이윤의 말에 놀란 건 사실 수아 본인 이었다

나랑 할 말이 있다고? 아니 근데 내 이름은 어떻게 아는 거지?’


“여긴 좀 시끄러운데 잠깐 밖에 나갈래 임수아?”


이윤이 수아에게 먼저 말을 건넸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모두들 놀란 토끼 눈에 더욱 더 커졌다.


“뭔데? 임수아랑 무슨 사이야?!”


아이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며 우리 둘의 관계가 무엇인지 궁금해 했다.


 ‘관계는 무슨 관계야?! 편의점에서 도시락 먹은 사이지!‘ 라고 수아는 말하고 싶었지만 도무지 입 밖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편의점에서 알바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떠 벌리고 다닐 일도 아니었다.


더 이상 아이들이 호들갑을 떨기 전에 이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야 했다. 

적당한 곳을 생각 했지만 역시 학교 옥상 밖에 없었다.


은따를 당하면서도 옥상에는 올라 간 적이 없었는데, 아니 가족들이 죽고 난 뒤 한번 너무 답답해 와본 적은 있었다.

그런데 그런 곳에 낮선 남자아이와 있다니, 내 인생에서 최대로 희안한 사건 이었다.


“그래서 뭐. 무슨 이야길 하려고?” 수아는 다짜고짜 이윤에게 따지고 물었다.


“오우..왜이리 화나 있어?”


“화? 아니? 내가 왜 화를 내?” 그렇게 대답했지만 실은 상당히 텐션이 올라가 있는 상태 였다. 

이게 화가 난 것인지 아님 그저 놀란 마음 인건지는 조금 헷갈렸다.


“난 너 보니까 반가워서 인사라도 할려고 했지”


돌아 오는 대답은 매우 노멀 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바란건지, 사실은 그날 헤어진날 밤 너의 이름을 묻고 싶었다 정도는 말해도 되지 않을까 잠깐 고민을 했다.


“그..그게 나도 바..반가웠어! 어쩜 어떻게 우리 반에 전학 온 거지? 너 미리 알고 있었던 거야?그래서 편의점에 온 거고?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지?”


생각지도 못한 말들이 줄줄이 이어 나왔다. 실은 이런 걸 말하려고 한게 아닌데 몹시 창피해 졌다.


“하핫.. 그걸 어떻게 미리 알겠어. 나도 오늘 알았지.

 편의점은 진짜 그냥 지나가다 들른거고, 편의점에 있을 때 명찰을 봤지? 대답이 됬어?”


“아 하하 그치? 그런거지? 난 또~”


수아는 애써 당황하지 않은 척 대답 했다.

이윤은 조금 망설이는 듯 하다가 말했다.


“근데 좀 궁금하긴 해“


“뭐..뭐가?”


“네가 잘 사는지”


‘이건 또 뭔소리?’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르겠는데?”


이윤은 마치 자신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사람 처럼 말을 했다.

 내가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것은 서로 아는 사이 일때 하는 말이 아닌가?


“아 …학교 오다가 들었거든. 우연찮게. 너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라면?”


“그.. 가족 들 이야기” 이윤은 수아의 눈치를 보는 듯 했지만 이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수아의 얼굴은 이내 일그러졌다.


“미안.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은데”


“그게 아니야. 너한테 듣고 싶은게 아니라. 친구들이 너에 대해서 함부로 말들 하는 것 같아서 넌 괜찮은지 걱정 됬어”


“내가 걱정 됬다고? 니가 나에 대해서 뭘 알아서 ? 내가 진짜 애들이 말하는 것 처럼 개 싸가지에 구질구질하고 재수 털린 전 재벌 2세 라면 어쩔 건데?”


“훗”


“왜 웃는 건데?”


“그럴리가 없잖아”


“그럴리가 없다고?!”


수아는 점점 흥분되어 이윤의 말에 반박했다.

 무엇 때문인지 점점 더 흥분이 울분이 되어 가는듯했다.


“천둥번개 치는 거 무서워서 벌벌 떠는 애가.. 라면 하나에 세상 다 얻은 것 같은 표정을 하는 애가.. 그런 애 일리 없잖아.“


이윤은 조금 전 보다 훨씬 더 나를 잘 아는 사람 처럼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게 왜 위안이 되는 말 처럼 들렸던 걸까?


“그냥 잘 살고 있는지 궁금했어. 그리고…”


“그리고..?”


순간 학교 수업을 알리는 음악이 울려 퍼졌다.


“일단 교실로 돌아가야겠다. 같이 가자. 임수아”


이윤은  내 손목을 휙 잡아 들었다. 강제적으로 잡은 것 이지만 그 손길은 너무나 다정한 느낌이었다.



같은 시각,

옥상 한켠 벽 쪽에 김민주가 둘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손톱을 이빨로 잘근잘근 씹으며 이빨을 탁탁 부딪혔다.


이는 김민주가 불안 할 때 나오는 행동이었다. 


“흠..전학생이랑 아는 사이? 어떻게 아는 거지? 저런 애가 왜 저 재수탱이 옆에 있는거야….짜증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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