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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달팽이 haru Oct 03. 2024

청포도에이드 그 남자애



이윤 by haru

2018년 임수아 19세 고3

서울 청송 고등학교 

어느 덧 시간이 지나 수아는 19살이 되었다. 

엄마를 닮아 우아하고 고결해 보이는 미모였다. 

긴 생머리에 질끈 지켜 올려 묶은 머리를 하고 또래와는 다르게 얼굴에는 화장기 같은 것이 없었다. 

화장 같은 걸 하지 않아도 피부는 새하얀 옥빛 같았으며 팔다리는 길고 늘씬했다. 

고모집에서 지내면서 많은 고생을 했지만 여전히 고생 하나 안해 본 재벌 2세로 보였다. 

미모와는 다르게 비록 낡은 운동화를 신고 어딘가에서 물려 입은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말이다.

“야 임수아! 기다려 오늘 같이 스터디 하기로 했잖아 잊었어?”

유일한 단짝 동생 희주가 급하게 수아를 불러 세웠다. 

“야! 박희주 언니라고 부르라 했지~ 자꾸 까불어? 너?”

수아는 희주의 이마에 땡꽁을 한대 치며 말했다.

“아 좀! 언니는 맨날 나 공부 가르쳐 준다면서 맨날 빼먹어 “

볼맨 소리로 수아에게 쏘아대는 희주는 수아가 잠시 고모 집을 가기 전 머물렀던 고아원에서 알게 된 한살 아래 동생이었다.

둘 다 고아라는 점에서 통했는지 비록 수아는 곧 고모 집으로 가게 되었지만 희주와는 그 뒤로도 연락 하고 지냈었고 유일하게 그 고아원에서 삐뚤어지지 않은 성격으로 잘 어울리게 된 것이다. 

“희주야 너도 곧 있음 고 3인데 알아서 공부해야지! “

“언니 내가 학원을 다닐 형편도 아니고~”

맞는 말이었다. 고아원에서도 겨우 고등학교 졸업까지 시켜 주는 조건으로 있는 거라 희주는 그럴 형편이 되지 못했다.

“휴.. 나 오늘 알바 대타 가야되. 대신 내일은 꼭 봐 줄께. 수학이랬지?”

“어…”

“왜 시무룩해~? 어깨펴고 응?”

그때 지나가던 옆 반 여자아이가 수아의 어깨를 툭 하고 치고 걸어갔다.

“어깨는 니가 펴야지. 후훗”

희주는 무서운 언니들이 수아를 한번씩 건드는 것을 목격한 적이 많지만 그럴 때 마다 슬쩍 물러났다. 

희주 역시 고아라는 이유, 고아원을 다닌다는 이유 만으로 학교에서 왕따였기 때문에 어떠한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수아는 학교에서 은근히 왕따를 당하는 은따 였다. 

고아라는 사실이 소문이 나면서부터 였다.  김기두의 딸 김민주를 주축으로 괴롭힘은 시작되었다.

전 재벌 2세 였지만 무일푼. 하지만  골든 호텔 의 오너의 집에서 살고 있었고 그의 친척인 것은 사실이니 너무 대놓고 괴롭힘을 선두 하지는 않았다. 

“쟤는 은근 우리 무시해? 안 그래 민주야?”

민주는 그런 수아를 못마땅 하듯 쏘아 보았다. 

“민주야. 어떻게 할까?”

옆에서 거들던 여자애가 민주의 의견을 묻는 듯 괴롭힐 궁리를 하였다.

“냅둬. 구질구질한 년. 또 어디 알바 가나보다 바쁘게 가는거 보니 ”

“어우 고3이 무슨 알바야? “

수아는 돈을 벌수 밖에 없었다. 

15살 때부터 고모 집에서 눈칫밥을 제대로 먹고 있었고 누구보다 성인이 되면 바로 독립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게 머지 않았다는 것은 수아 본인도 잘 알고 있었고 그 희망만으로 어떻게든 견뎌 내고 있었다.

“민주야 근데 임수아 반에 전학생 온다는 거 들었어?”

“전학생? 또 무슨 구질구질한 애가 올라나”

까르르 ~

민주의 말에 일제히 웃어 제끼는 여자애들 이었다.

“아니야~ 남학생인데 어제 교무실에서 주리가 봤데”

“남자애?”

“어! 근데 장난 아니게 잘 생겼데?”

“말이 되? 지금 고3인데 전학오는 것도 이상한데 더군다나 잘생겼다고?

“아니 주리 말로는 그렇데?”

“걔 안목을 누가 믿니?”

“아..하하 그..그런가?”

민주는 성의 없이 말하고는 흥 콧움을 치고는 자기 교실로 돌아갔다.

저녁 9시 

GU 편의점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편의 점 문에 열렸고 누군가가 스르륵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수아는 손님이 오는 소리에 바로 반응하는 편의점 알바 만렙이었다.

 벌써 16살즈음부터 해오던 알바 였기 때문이다. 

세상에 혼자 버려지고 수아도 나름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 버린 것이다. 

재벌 2세라는 것은 애초에 자신에게 주어졌었던 특권 같은 거였다는 것을 점점 깨닳게 되었다.

결국 인생은 혼자라는 인생진리 같은 것을 빠르게 깨우치기도 했다. 19살의 임수아는 그렇게 그 나이 답지 않게 몸도 마음도 한 껏 자랐다.

“뭐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교복입은 남학생이 두리번 거리고 있었고 이내 그 모습은 수아의 눈에 들어왔다.

“와..”

그의 모습은 누가 봐도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눈이 부셨다.

‘무슨 남자애가 저렇게 예쁘게 생겨?어? 우리학교 교복?’

그러자 갑자기 남학생이 훗 하고 웃었다.

나는 분명 속으로 하는 말이었는데 혹시라도 말로 새어나왔던 건지 당황스러웠다.

“저기..인간들은 보통.. 아니 갈증이 날 때 물 말고 뭘 마셔요?”

“네?”

‘갈증이 날 때 뭘 마시냐니.. 희안한 질문이었다. 학생이니 술을 마시지는 않을 테고..?’

속으로 한 말이었다. 

그런데 또 남학생이 훗 하고 이번에는 아주 티나게 웃었다.

‘어?!!뭐지?”

또 당황스러웠다.

‘바보.방구! 똥! 머저리! 야옹야옹!’ 말도 안되는 말을 속으로 지껄였다.

그러자 또 훗하며 웃어 제꼈다. 그 순간 남학생의 귀에 꽂힌 이어폰이 수아의 눈에 들어왔다.

‘아…난 또’

라디오를 듣는 건지 어쩐건지 그걸 듣고 웃는 건가 보다 이해 했다.

그런데 그 남학생이 자신의 속마음 소리를 듣고 웃는거라고 착각했던 자신이 너무 웃긴 나머지 헛웃음이 나왔다.

“하핫…이런..진짜 나 뭐하는 거야..하핫”

“네?”

당황해 보이는 것은 남학생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고 웃어제꼈으니 말이다.

“아..아. 그 갈증 날 때 뭐 마시냐고 물으셨죠?”

“아..네 맞아요.”

남학생은 싱긋 웃어 보이며 답했다.

“음..전 보통 청포도 에이드 마시는데… “

“그거요!”

“네?!”

“그거 주세요 어디 있어요?”

“아 저..저기 냉장고 진열대 쪽에 보시면…”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학생은 빠르게 걸어가더니 청포도 에이드를 하나 꺼내왔다.

“나도 이제부터 이거 마실게”

빛보다 빠른 속도로 주스를 꺼내온 것도 놀라웠지만 순간 훅 들어온 반말에 적잖이 또 당황스러웠다.

“네?”

 “아.. 나이가 비슷해 보여서?”

“아..교복.. 청송 고등다녀요?”

“응..”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비쥬얼의 남학생이었다. 이런 애가 있었다면 분명 학교에서 소문이 자자 했을 것이다.

“여태까지는 본 적이 없었겠지?”

“네? 그게 무슨 말..?”

따릉 하고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야자를 마친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그 중 몇몇의 여학생들은 수아 앞에 서있는 낮설고 잘생긴 남학생을 보며 까르르 웃었고 힐긋힐긋 쳐다 보았다. 

“청포도 에이드 맛있네”

어느새 남학생은 청포도에이드를 다 마셨다. 그리고는 터벅터벅 다시 냉장고로 가더니 하나를 더 빼내 들었다.

“계산!”

“아..하나 더 드실려고?”

삑.

“2천원이요”

“자 이건 네거”

“네? 저요?”

“응. 마셔 너도 좀.. 갈증 나 보이니까”

“하.??”

남학생은 주스를 들이 밀어 주더니 그대로 밖으로 나가 버렸다.

“엥?”

오늘은 내가 당황해야 할 날이었던가? 

이상하게 수상하게 잘생긴 남학생이 주스를 사다 주고 갔다.

이건 좋아해야 되는 건가 수상하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싫지는 않은 기분 이었다.

“와~ 되게 수상한데.. 뭐..땡큐..”

시간은 점점 흘러 벌써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 되었다. 

수아는 이제 마무리 정돈을 하고 있었고 날이 궂어 지는 것을 보고는 서둘러 움직였다.

“아..비가 올려나”

비가 오는 것은 우산을 쓰고 가니 문제 되지 않았지만 천둥번개가 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사고 이후, 어느 순간부터 천둥 번개 소리가 그렇게 무서울수가 없었다.

 일시적 증상 이라고 병원에서 말 하긴 했지만 그 일시 적이라던 트라우마가 벌써 5년째 현재 진행 중이었다. 

우르릉 쾅!

“꺅!!!!”

수아는 저도 모르게 테이블 아래로 몸을 아래로 숨겨 웅크렸다. 덜덜덜 떨리는 손을 겨우 올려 테이블을 붙잡고 천천히 일어섰다. 

밖은 이미 캄캄한 밤이었고 이윽고 장대비가 쏟아져 내렸다. 순간순간 번쩍하는 번개가 강하게 떨어 졌고 골목 밖은 인기척도 느껴 지지 않았다.

‘무서워…’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혔고 어서 번개가 치지 않기 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때,

띠링~ 편의점 문의 종소리가 울렸고 낮설지 않은 그 실루엣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데자뷰인가?” 

긴가민가 하며 재차 눈을 비벼 그 곳을 쳐다 보았다.

“응? 너는?”

아니나 다를까 청포도 에이드를 건넨 그 남학생이었다.

“괜찮아?”

그가 나를 보며 걱정되는 얼굴을 하며 물었다. 

“어? 너는 또 왜 왔어?”

“아..그냥.. 지나가는 길에 ?”

“지나가는 길? 너 집이 이 근처야?”

“아..어.”

“어..그렇구나.”

“근데 왜 그러고 있었어? 뭐가 무서워서?”

‘앗,, 내가 천둥번개가 무서워 숨어있는 모습을 봤구나?!’

“어..그건..그냥 어 테이블 밑에 뭐..뭐가 떨어져서. 아 ..볼펜 여기 있다”

수아는 어색한 연기를 펼치고는 정말로 바닥에 마침 떨어져 있는 볼펜을 주워 들었다. 

“훗..”

또 다시 그 웃음을 지어 보이는 남학생은 조금 더 가까이 수아에게로 다가갔다.

“혹시 천둥번개가 무서운거야?”

“아~아니?!”

자신의 속마음을 들킨 것마냥 소스라치게 놀라 순간 뒷걸음을 쳤다.

“왜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난 그런거 하나도 안무서운..꺄!!”

그때 또 다시 천둥번개가 콰르릉 하고 울렸고 수아는 또 순간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숨겼다.

남학생은 한숨을 지어 내쉬었고 그런 수아를 빤히 바라 보았다.

몸을 덜덜 떨며 여직 테이블 아래서 꿈쩍도 하지 않은 수아는 이 남학생에게 거짓말 한 것이 들통나 내심 창피했다.

“괜찮아. 천둥번개는 그냥 지나가는 거야. “

 “아…쪽팔려…”

“나는.. 세상에서 그물이 제일 무서워. 음..그리고 낚시대가 무서워. 음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아! 주사 바늘도 무섭던데..”

“뭐라는 거야?”

남학생은 주절주절 자신이 무서워하는 것들을 나열 했다.

“세상에는 무서운게 참 많은 것 같아 그치?”

“그물이 무섭다고? 낚시대? 주사 바늘? 너 되게 특이하다”

“큭..뭐가 특이해. 그럴수도 있는거지. 사람은 누구나 무서워 하는게 한 두 가지는 있는 법이니까”

수아는 남학생이 이 말을 하는 의도를 금새 알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거 창피해 할 필요 없다구”

이미 너무 창피해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 오른 수아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며 너무나도 다정하게 말했다. 

그래서인지 좀처럼 달아 오른 얼굴이 사그라 들지 않았다.

‘생각보다 ...멀쩡한 아이네?”

수아는 조금 전 청포도 에이드를 건네받고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던 게 조금 미안해졌다.

남학생은 수아의 팔을 잡아 끌어 올려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근데 너 언제 알바 끝나?”

“나? 아..조금 있으면 ..”

시계를 보니 벌써 밤 11시가 지나고 있었다.

“되게 늦게 까지 한다…안 힘들어?”

“아 이제 익숙해져서 뭐..별로..근데 넌 이 근처 집이면 어디 집이야? 내가 왠만한 집은 다 아는데..”

 “아.. 난 얼마 전에 이사와서”

“아..이사 왔구나. 그래서 처음 보는 거였구나? 아 그럼 학교는 전학 오는거야?”

“아 응 전학..맞어 그 전학이라는 걸 갈거야”

“아..그렇구나"

그때 눈치가 없게도 배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바로 수아의 배에서 나는 소리였다. 

알바를 하느라 여태 저녁도 못 먹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자정이 지났을 때 시간이 지난 삼각김밥이나 도시락을 챙겨서 먹었다. 

하지만 아직 자정이 되기 까지 시간이 남았고 수아는 조금 더 굶주린 배를 참아야 했다. 

남학생은 머뭇거리다 이번에는 두리번 거리더니 컵라면 하나와 도시락을 집어 들었다. 

“이거 계산”

“아..응 9500원,..입니다.”

“이거 너무 많은데 같이 먹을래?”

“어? 이거 너 먹으려고 산거 아니야?”

“응 근데.. 너무 많을 것 같고 혼자 먹음 심심하잖아?”

남학생은 또 싱긋 웃으며 말했다.

“??.”

어느 샌가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있었고 수아는 나무 젓가락을 두개 챙겨 시식 테이블에 가져 갔다.

“아까 청포도 에이드도 얻어 먹었는데.. 미안하네”

“내가 주고 싶어서 준건데??"

“왜?”

“그냥, 말했잖아 갈증 나 보였다고”

“오 라면 불겠다!”

 그가 말하고 있었지만 수아는 이내 라면에 집중했다. 

허겁지겁 라면을 후후 불어 대며 맛있게도 먹고 있는 그 모습을 남학생은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넌 도시락 먹어. 난 라면이면 충분해!”

수아가 라면을 먹다 슥 눈치를 보고는 도시락을 가르키며 말했다.

그런데 남학생은 도시락을 수아의 앞에 슥 밀어 주었다.

“이것도 먹어. “

“응?! 도시락도?”

“어.”

“왜 너가 다 사놓고 안 먹는 거야?”

“갑자기 안 먹고 싶어졌어”

“엥..그게 뭐야.”

“그럴수도 있지” 

“뭐가 그럴수도 있어~ 너 부자야?”

“응?부..자?”

“부자 아니면 남한테 이렇게 적선하지마. 기분 나쁘게”

“부자면? 적선해도 되는 거고? 그런 것 치곤 너무 잘 먹는데? 후훗”

“아..아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고..라면은 맛있으니까..헤헤”

“많이 먹어. 진짜로 사실…배가 안 고파졌어”

“응? 뭐 때문에?”

“너 먹는거 보니까?”

“나 먹는게 어때서?”

수아는 편의점 유리로 비취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 보았다. 

천둥번개 소리에 무서워 테이블 밑으로 숨으면서 머리는 산발이었고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이마에 송글송글 아직도 맺혀 있었다.

“아.. 하…나 지금 더럽다는 말을 이렇게 한 거구나?”

“아! 아니 하핫 그게 아니라!”

“아 됐어! 일하다 보면 꾸미고 할 시간도 없어. 이게 자연스러운 거라구!”

왜 이렇게 주절주절 핑계 아닌 핑계를 댔는지 이해 할수 없었지만 딱히 뭐라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삐죽 거리며 씩씩대고 있었지만 배고픔은 어떻게 안 되는 지라 남은 도시락도 라면도 다 먹어 치워 버리는 수아였다.

“잘 먹네. 너 먹는거 보니까 배부르다는 말이었어. 진짜로”

“칫 우리 부모님도 아니면서 누가 그런 말을 한대?”

그때 남학생이 이마를 살짝 찌푸리더니 어딘가 아픈 표정을 했다.

“어..어디 아파?”

“아..아니야.. 넌 괜찮아?”

“뭐가?”

수아는 뭐가 괜찮냐는건지  영문을 몰랐다. 하지만 남학생의 눈빛은 진지했고 무언가 대답을 해줘야 할 것만 같았다. 

“괜찮아. 난 지금 배도 부르고. 덕분에”

“하핫..”

 그 말이 뭐가 우스웠는지 몰랐지만 남학생의 기분이 좋아 진 듯 해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시각은 12시가 다 되어 갔고 어느 덧 다음 타임 알바생과 교대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제 끝난 거구나”

“넌 집에 언제 가는거야?”

“뭐..시간되면 가지?”

“너무 늦게 돌아다니지마. 부모님 걱정하셔”

“부모님..안 계시는데”

“안 계셔?너….고아야?”

“아..그냥 지금 안계셔”

“아~”

수아는 남학생의 부모가 어디 외국에라도 있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의외로 그런 아이들이 많이 있다. 특히 이 동네에는 말이다. 

고모 집은 강남에서도 제일 땅값 비싼 곳에 있었고 그 곳의 아이들은 덩그러니 집에 혼자 남아 있고 부모는 외국을 왔다 갔다 하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너도 꽤나 잘 사는 집 아들이구나’

혼자 맘대로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틀림이 없다고 여겼다.

“그럼.. 잘가.” 골목을 나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 남학생과 헤어 졌다. 

뭐 때문인지 골목 끝까지 올라가고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 보고 서있었다. 

한번씩 뒤돌아 보면 남학생은 크게 손을 번쩍 들어 인사를 해주었다.

‘뭐야.. 남친도 아니고. 처음 보는 앤데.. 뭐가 이리 자연스러워’

“아 맞다! 근데 너 이름이 뭐야?!”

수아는 남학생과 여태 같이 있었으면서 이름조차 묻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뒤돌아서 이름을 물었을 때, 그 아이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뭐야… 엄청 빠르네..이름도 모르는데..” 

유난히도 더워진 6월의 어느 날 ,낮선 남자아이와 조금설레이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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