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남이 들어왔다 2 (brunch.co.kr) - 이전글
오후의 다이빙이 끝나고 나른한 저녁이 되었다.
나는 슈트와 장비를 깨끗이 씻고 정리를 시작했다.
유 강사와 나는 항상 뒷정리를 도맡아 해야 했다.
- 아~ 오늘 오래간만에 몸 좀 풀었다~
준호 형이 어기적 걸어왔다.
- 어 형 오늘 다이빙 오랜만이었지 감기 때문에 그동안 고생하셨네 ㅎㅎ
- 그니까. 참 너 오늘 처음이었잖아 가이드 어땠냐?
- 생각보다...
- 생각보다?
- 정말 좋았어.
- 오~~ 그래? 아까 보니까 저분~심하게 버둥 대던데 ㅎㅎ
유 강사가 다이닝에 앉아있는 그녀를 흘깃 보고는 말을 했다.
- 당연하지 처음인데 ~ 그래도 입수하고 나서는 다행히 안정적이었어.
- 첫 가이드 다이빙~~ 크~~~ 잊지 못하지~~ 느낌 장난 아니지 않냐?
-.... 원래 그런가?
- 그렇지~ 네가 다이빙 수백 번 했어도 느낌 다르지~ 어시도 아니고
오늘은 진짜 단독이었잖아. 소민누나는 니 어시도 안 하더구먼 ㅎㅎ 계속 이 강사 형 옆에만 있고
-하.. 그러니까. 덕분에 그래도 뭐 둘이서만 괜찮았어.
근데.. 진짜..
- 왜?
- 아.. 좀 마음이 이상한 게.. 간질 거리기도 하고. 나도 긴장을 너무 많이 했나.
- 간질?
- 응? 아니 좀 암튼 이상했어.
준호 형이 그녀를 다시 흘깃 보고는 말을 이었다.
- 흠. 예쁜 여자랑 다이빙해서 그러냐?
- 엉?
- 야 솔직히 저 누나 좀 까칠해 보이긴 하는데 얼굴은 이뻐 그지?
- 아.......
- 뭐여~ 뭐 그리 떨떠름해?
사실 그녀가 예쁘기는 하다. 다른 남자 눈에도 그렇게 보인다니 기분이 왠지 씁쓸한데..
역시. 내 눈에만 예쁜 게 아니네..
- 아~ 맞다 너 여자들한테는 철벽이지?
그럼 내가 한번 꼬셔볼까?
'?!!'
- 아.. 준호 형 건들지 마.
- 오~~~~~ 니 거다 이거냐?!
- 아 뭔 헛소리야~
그때 마침 이강사가 우리를 불렀다.
- 야~~ 너네들 장비 체크 다 제대로 했어?
- 네~~ 지금 하고 있어요~!
- 아 형 빨리 해~
- 아~~~ 좀 느긋하게 하면 되지~ 성질 급해가지고는 쯧
.....
- 진짜 형... 내 손님이야. 건드리지 마. 부탁할게.
- 야야~!! 농담이야~ 하~~ 새끼~ 왜 또 진지모드여~
준호형이 농담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알고 있다. 리조트에 오는 여자 손님들에게 껄떡대는 모습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니.
이 강사 님이 그런 형에게 몇 번이나 주의를 줬지만 원래 천성이..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형이 여자를 꼬시든 말든 상관할 바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다.
뒷정리를 마무리하고 간단하게 샤워를 끝마쳤다.
평소에 잘 뿌리진 않았지만 오늘은 좋은 향기가 나는 향수도 뿌려 보고 싶었다.
칙칙.
'윽. 너무 많이 뿌렸나?'
옷을 갈아입으려고 옷장을 봤다.
'하.. 다 티셔츠뿐이냐.'
이상하게 옷차림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아 뭐야. 대충 입자'
평소대로 옷을 대충 걸치고 젖은 머리는 툭툭 털었다.
리조트에서 있으면서 멋지게 꾸미는 것은 거의 없었다.
가끔 단체 손님들의 저녁 파티가 있을 때나 마닐라로 나갔을 때나 좀 차려입는 정도였다.
그녀가 아직 다이닝에 있을까?
궁금한데...
방을 나와 그녀의 방을 보니 아무도 없는 듯했다.
'아직 다이닝에 있나 보다'
서둘러 계단을 걸어 내려와 다이닝을 쓱 하고 보았다.
그녀가 앉아있었다. 뭔가 열심히 적고 있는데 심각한 표정을 하다가 미소를 짓기도 하고..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 걸까?
꽤 가까이 근처까지 갔는데 내가 옆에 있는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 산호섬... 흠 또 뭐가 있었더라..
'아.. 다이빙 일지구나'
그녀는 다이빙일지를 적으면서 무척 집중하고 있었다.
이론 강의 때 건네주었던 다이빙 일지에 형형 색깔의 볼펜과 색연필로 그림까지 그려가며 적고 있었다..
'헙... 귀여워'
이 색연필들은 또 어디서 난 건데?
- 근데~~~ 이거 중요한 게 빠졌네.
내가 온 지 눈치채지 못한 그녀가 헛 하고 놀란 기색이었다.
- 여기 앞에 산호섬 바위 랍스터 기억 안 나요? 푸른색. 내가 그거 보여줄라고 엄청 깊은데 까지 끌고 갔는데
- 아~
그녀는 갑자기 뭔가 생각 낫다는 듯 웃어 보였다.
- 뭔가 본 것 같기도.. 그 벌레 같은 게 랍스터였어요?
- 엉? 벌레라니~~~ 너무해 ㅎㅎ
그녀는 자신이 만져 보려 했다는 게 랍스터인지도 몰랐나 보다. 벌레라니. 그런데도 만져 보려 했다고?
대담한 거야 엉뚱한 거야?
장난으로 속상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녀는 정말로 미안하다는 얼굴을 했다.
'헛.. 이게 아닌데..'
- 내가 그 이름이 생각이 안 나서...
분위기를 바꾸자!
- 에이~ 내 이름을 아직도 모르는 거예요?
- 아니 그게 아니라!
장난을 친 거였는데 너무 정색했다.
'어휴.. 뭔 말을 못 하겠네..'
- 어휴 뭔 말을 못 하겠네..
'?!!'
같은 생각을 했어?
아.. 그녀 앞에서는 함부로 장난을 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담이 잘 안 통하는 그녀.
하지만 나는 금세 느꼈다. 첫 다이빙 이후로 우리의 텐션은 조금 달라졌다.
뭐랄까. 그래도 내 이야기에 잘 받아쳐주기도 했고 이제는 미소를 보여주기도 했다.
청량한 바람이 불어왔고 새들은 기분 좋게 지저귀고 푸릇한 나무가 가득했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이곳에서 처음 다이빙 했을 때 하고 안 해봤던 것 같은데..
'처음'이라는 그 기분이 다시 한번 느껴졌다.
그녀와 함께 해서 더 좋은 처음
말 그대로 '행복'의 느낌이었다.
- 중요한 게 빠졌네요.
나는 다이빙 일지에 다시 시선을 돌렸다.
- 여기 누나 옆에 제가 계속 있었잖아요.^^
사실을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띠었다.
'응? 당황한 건가?'
- 어.. 언제부터 누나 동생했다고 누나래..
'누나라고 부른 게 이렇게 부끄러울까? 귀엽게 발게지네..'
- 나보다 연상이시니 누나지요?
별생각 없이 말한 거였는데. 갑자기 내뱉고 보니 나도 갑자기 두근거렸다.
왜지?
그녀가 다이빙 일지의 산호섬 그림옆에 그녀의 이름을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그 옆에 내 이름도 써넣었다.
'임진아의 첫 강사님. 박민재..♥'
하.. 트? 뭐야.... 두근거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