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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인 Jul 04. 2023

제12장 기적처럼 주어진 행운의 열쇠

1. 유망주 발굴 시도 실패  

     

주식공부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서, 주식투자자는 운동종목의 국가대표팀 감독들이 하는 일과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들이 동원가능한 모든 정보망을 가동해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발굴하듯이, 투자자도 자신이 가진 지식·정보·경험·인맥·지략 등을 총동원하여 빼어난 기업을 찾는다. 

     

감독이 선수들을 잘못 뽑으면 경기를 이기기가 어려운 것처럼, 투자자가 종목을 잘못 고르면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주전 선수가 부상을 당하거나 고령으로 기량이 떨어지면 감독은 선수를 바꿔야 하듯이, 투자자도 주식을 보유한 기업에 적신호가 켜지면 재빨리 종목을 교체해야 한다. 

     

그런데 선수의 부상이나 기업의 적신호는 미리 예고하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서 평소 미리 후보군을 넉넉히 갖춰놓지 않으면 갑자기 위기가 닥쳤을 때 신속히 대처하기가 곤란할 것이다.

      

또, 월드클래스 선수도 경기 도중에 뜻밖의 치명상을 입어 선수명단에서 빠질 수 있듯이, 업계의 선두기업도 자연재해나 불의의 사고 등으로 불시에 쇠락할 수 있다. 또, 오랫동안 무명이던 선수가 갑자기 스타가 되는 수가 있듯이, 이름이 없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느닷없이 뜰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투자로 부자가 되려면 가장 먼저 ‘장래가 밝아 보이는 기업을 찾는 것이 관건일 것 같아서 주식공부의 많은 시간을 유망주 발굴법을 찾는 데 할애하였다. 궁극적으로 주식시장에서 고수로 통하는 여덟 명의 저서를 뒤져서 각자가 제시한 조언들을 발췌해 <표 11>과 같이 비교표를 작성하였다. 

<표 11> 투자종목 선정과 관련된 주식고수들의 조언

 2. 오리무중 사리분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더니, 여덟 고수의 조언을 아무리 읽어봐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하나같이 제목만 ‘좋은 주식을 고르는 기준’으로 되어있고 실제 내용은 ‘좋은 주식을 골라야 하는 이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본인들은 최상의 훈수를 두었다고 여길는지 몰라도, 초보자 입장에서는 갈피를 잡기가 매우 어려웠다.    

 

먼저 강방천의 조언을 보면, 「평균 이상, 일등 기업, 경쟁을 즐기는 기업과 함께 하라.」고만 하고, 그런 기업을 식별하는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또, ‘지갑과 깔림을 보라.’거나 ‘망원경/현미경적 시각으로 주식을 해석하라.’는 훈수는 초보 투자자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훈수로 여겨졌다. 

    

존리의 조언 역시 초보 투자자가 그대로 따를 수 있는 방법이 아닌 것 같았다. 산업계에 변변한 인맥 하나 없는 초보 투자자가 어떤 경로로 경영진의 자질, 기업의 확장성, 진입장벽, 기업의 수익성과 가치 등을 세세하게 평가할 수 있겠는가. 특히 요즘처럼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가 엄격한 세상에 영장도 없이 무슨 재주로 경영진의 도덕성과 역량을 파고 들라는 말인가.  

   

박영옥도,「경쟁력 있는 1등 기업, 비니니스 모델이 좋은 기업, 재무구조가 건강하고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 열린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는 기업에 투자하라.」고만 하고 그런 기업을 찾는 방법론 대신 자신의 경험담을 적었다. 

       

정재호도「우량기업, 위대한 기업,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 태양이 비추는 기업을 찾으라.」고만 하고, 그런 기업을 알아보는 방법에 대하여는 말하지 않았다. 그처럼 훌륭한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서 그런 기업을 알아보는 방법을 알고자 한 것인데, 질문을 돌려받은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김정환은「산업과 정책의 방향, 생활 속 트렌드, 미래를 주도할 산업 등을 집요하게 분석하라.」고 하였으나, 역시 쉽게 따를 수 있는 방법은 아닌 것 같았다. 산업과 정책의 방향을 파악하여 미래를 주도할 산업을 점치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가능할 것 같으나, 생활 속의 트렌드를 남들보다 일찍 포착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배진한 역시 「열 배의 수익을 안겨줄 텐베거(ten bagger) 기업, 메가트렌드에 속한 주도기업, 이익이 턴어라운드 되는 기업, 저평가된 자산주, 최고의 CEO가 경영하는 기업 등을 고르라.」고만 하고, 그런 기업을 알아보는 방법은 말하지 않았다. 「텐배거 종목 한 가지만 알면 된다!」라는 말과 함께 ‘복기’ 방법을 권했지만 초보자로서는 매우 버겁게 느껴졌다(149쪽).   

       

"바둑 프로기사들은 대국을 마친 뒤에 항상 대국을 복기하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고 한다. 투자도 동일하다. 과거에 텐배거를 달성했던 최고의 종목들을 복기하는 것이 텐배거를 발굴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다.  

미국의 전설적 투자자 윌리엄 오닐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최고의 종목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파악하여 텐배거 종목들을 찾아냈다. 100개  가량의 종목을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다 보면 텐배거 종목의 특징을 발견하게 되고 관련 종목들을 고를 수 있게 된다."

     

박세익은 좋은 기업의 조건을 알려주는 대신투자하면 안되는 기업의 조건을 알려주었다. 「가시성이 떨어지고 실현가능성이 낮은 기업, 대리인 비용이 우려되는 기업, 마진구조의 헤게모니를 정부가 갖고 기업, 마진구조에 대한 검증이 어려운 기업 등을 배제하라.」고 훈수를 둔 것인데, 투자할 기업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될 여지가 적어보였다. 

      

마지막으로 채상욱은 「멀티플, 시가총액, 성장가능성, 재무제표, 성장의 최대치 등을 점검하라.」고 훈수를 두었으나,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은 제외하라.’는 조언을 제외하고, 초보 투자자가 쉽게 따를 수 있는 것이 한 가지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기운이 빠지고 풀이 죽어서 고민에 빠졌는데, 이따금씩 잠시 나타났다 즉시 사라져 나도 누구인지 정체를 모르는 ‘내 마음 속의 또 다른 나’가 나더러 ‘다시 냉정하고 진지하게 잘 생각해보라.’고 충고를 날렸다. 그래서 곰곰 따져봤더니, ‘참새는 봉황처럼 날 수 없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산악인 엄홍길이 히말라야 최고봉을 정복할 때 사용한 로프를 준다고 해서 내가 히말라야를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수십 년 동안 주식시장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며 어렵게 터득한 기법들을 이제 막 주식시장에 진입한 초보자가 어찌 똑같이 따라할 수 있겠는가? 

     

축구 애호가들은 손흥민, 메시, 호나우두, 네이마르, 음바페 같은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를 즐겨보지만 두 가지 사실을 분명히 안다. 첫째는, 똑같이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다가 기회가 오면 절묘하게 골을 넣지만 선수들마다 순간동작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의 발기술과 득점 장면을 아무리 집중해서 관찰해도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3. 진퇴양란 천우신조 

      

고수들의 조언에 걸었던 기대를 잊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기업들을 하나하나 살펴나갔다. ‘대한민국 기업정보의 창’이라고 하는「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접속해 기업들의 사업보고서들을 샅샅이 뒤지고, 한경에센스 사이트에 접속해 증권사 보고서들을 열심히 읽었다.

     

이름이 낯익은 기업들을 눈길 가는 대로 골라서 책과 강의에서 배운 대로 시가총액, 사업계획서, 수익구조, 투자계획, 경쟁업체, 감사의견, 대주주, 재무제표, 경영지표(PER·PBR·EPS·ROE·EV/EBITA), 주가차트, 이동평균선 등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꽤 많이 흐르도록 삼성전자·네이버·카카오·현대차 등을 놓고 저울질을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알짜기업들을 영리하게 찾아서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을 꼼꼼히 해보려 하여도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한 기업들 중에 한 번 믿고 친해볼 만한 것들을 고를 길이 없었다. 

     

어렵사리 분석대상을 좁힌다 해도 막연하기는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기업의 얼굴이라는 재무제표에도 눈가림이 많을 뿐더러, TV의 경제뉴스나 경제신문의 증권소식 중에도 소음이 적지 않고, 호재와 악재에 관한 뉴스에도 ‘악마의 속삭임’이 들어있다고 해서다. 

     

답답한 마음에서 유튜브의 주식채널들을 기웃거려봤더니 돈에 걸신들린 사기꾼들의 천국처럼 보였다. 차트와 거래량만으로 주가의 등락부터 세력들의 기동까지 훤히 안다는 자랑과 과시는 ‘대한 해병은 귀신도 잡는다.’는 신화를 떠올리게 하였다. 

     

그래서 역부족을 자인하고 포기를 진지하게 고려하는데 그때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마치 먹구름에 가려졌던 태양이 좁은 틈새로 햇살을 뿌리듯이,「ETF에 답이 들었다!」는 착안이 뇌리를 스친 것이다. 

     

거기에 편입된 기업들은 베테랑 펀드매니저들이 ‘매의 눈’으로 꼼꼼히 살피고 뒤져서 담았을 것이니, 어떤 기업에 투자해도 승률이 높지 않겠는가? 곧바로 아들에게 부탁해 ‘미래의 먹걸이’로 회자되는 산업분야의 ETF와 고배당 EFT들을 모두 뽑아보게 하였더니, 과연 짐작이 맞아떨어졌다.    


       

4. 예상적중 기사회생

        

아들이 뽑아준 자료들을 점검해보니, 반도체, 이차전지, 헬스케어 분야에 복수의 자산운용사가 출시한 테마형 ETF가 여러 개씩 있었다. 한 자산운용사가 비슷한 테마의 ETF를 두개 이상 출시한 경우도 있었다.  

    

같은 영역의 여러 ETF에 담긴 기업들을 비교해봤더니, 극소수의 기업이 비중만 다르게 동시에 여기저기 담겨 있었다. 마치 인기 절정의 배우가 여러  영화의 주연으로 발탁된 것처럼, 해당 업계의 선두그룹에 속하는 소수의 기업이 동시다발로 여러 상품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시험 삼아 반도체 ETF 7개를 취합하여 편입된 종목들을 비중(구성비) 순으로 나열해봤더니, 기대주 후보군이 즉석에서 꾸려졌다. 상품별로 구성기업들의 사업개요를 확인하여 시가총액 순으로 정리하였더니 전체를 후보종목으로 정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지명도가 높다고 편입된 기업들이 아니었다. 덩치가 크다고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ETF들의 운영진을 검색해봤더니 하나같이 노련한 베테랑들이었다. 검증삼아 이차전지 ETF 5개와 헬스케어 ETF 6개를 취합하여 동일한 과정을 진행하였더니 양쪽 모두 즉석에서 기대주 후보군이 형성되었다. 

     

반도체·이차전지·헬스케어 분야 공히 여러 ETF에 종복해서 편입된 기업들은 얼른 보기에도 클래스가 달랐다. 기업들의 공시 내역을 차례로 확인해보니 모두 소속된 산업분야를 주도하고 있었고, 미래도 매우 밝게 전망되어 ‘기사회생’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그러므로 이어지는 제13장에서는 기적처럼 떠오른 아이디어를 적용하여 2차 전지 분야에서 축구계의 손흥민·김민재·황인범·황희찬·이강인 선수 같은 기대주들을 발굴해 주식투자가 안정 국면에 진입한 과정을 자세히 펼쳐보겠다.   

   

장을 넘기기 전에 한 가지 밝혀야 할 것이 있다. 다름이 아니라, 의기양양 자신만만하게 실전에 나섰다가 고립무원 상태에 빠져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미국주식에 투자하여 약 천오백만원의 수익을 거두고 양도소득세 약 삼백만원을 납부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내 실력으로 거둔 결실이 아니라 흔히 말하는 ‘초심자의 행운(beginner’s luck)’이었음이 분명하다고 생각되고, 현재는 국내주식에만 투자하고 있어서 일부러 본문에서 소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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