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은 내인생

인간보다 나은 견공

by 박순영

오래전 스웨덴 영화 <개같은 인생>을 본적이 있다. 내가 선택해서가 아니라 당시 모 방송국 어린이날 특집극 원작으로 모 pd가 추천해서 접했는데 특이하고 조금은 난삽한 스웨덴 영화에 익숙지 않던 터라 곤혹 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언젠가 영화리뷰에 올리겠지만, 잠깐 맛만 본다면, 어른들에 휘둘려 원치않는 곳으로 보내져 겪는 한 아이의 풋풋한 연애담과 성장이야기로 요약될수 있다.


영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원했던 pd는 또다른 영화를 써간 나를 퇴짜놓았고 해서 내겐 비운의 작품이 되기도 했다 . 하지만 그래도 미안했는지 "천국에서 보낸 편지"라는 내가 붙인 제목은 그대로 써준 기억이 있다...



아이의 눈에 비친 어른의 세계는 욕정과 탐욕이 가득하고 지극히 이기적인 물질만능의 세계로 그려졌던걸로 기억나는데 그런 어른들에게 아이들은 실망하고 저런 어른은 되지 않겠노라 다짐을 했든가...

그러나 남자 주인공 (이름은 잊었다) 소년도 결국엔 첫사랑이라는걸 하게 되고 조금씩 어른들의 세계에 진입하고 이해해가는, 그들과 화해하는 그런 내용이었던듯 하다.



내가 스웨덴 영화를 처음 접한건 '돈과 사랑, 이기심'을 주제로 한 <엘비라 마디간>이었고 물론 나른한 모짜르트 ost는 감미롭게 그지없었다.

그후 스웨덴 영화를 제법 본거 같다. "under the sun"을 비롯해 몇개 더...

충분히 보진 않았지만 호감은 충분히 가졌고 지금도 높이 평가하고 헐리웃 영화라 해도 스웨덴 출신감독이라면 다시한번 들여다보는 의리정도는 지킨다.



그런데 저 제목을 우리가 수입할때 붙인 걸로 알고 있던 나는 <my life as a dog>이라는 영어 타이틀을 접하며 원래 제목이 저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스웨덴어를 전혀 모르니 진위여부는 확실히 모르지만...



상기한대로 아이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세계란 다툼과 알력, 부조리와 모순으로 가득차있다. 그럼에도 아이는 점점 자라나 어른의 세계로 진입해들어가야 한다는 '비극적 통과의례'를 이 영화는 암시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들의 세계, 더 이상 아이들의 세계가 아닌 우리 어른의 세계는 얼마나 잔혹한가. 말그대로 약육강식이 판치는 혈투의 시공간은 아닌가 싶다. 흔히들 뉴스에 나오는 잔혹범이나 패륜아를 볼때 '짐승만도 못한'이란 표현들을 쓰지만 난 그 표현에 이의를 제기한 지 오래됐다. '짐승만큼만 하는 인간'은 그래도 낫다는게 내 지론이다. 그보다 못한, 자기새끼를 성추행, 강간하고 인신매매단에 넘기는 부모들을 보면 짐승은 결코 저러지 않는다는 생각에 빠지곤 한다.



한이불 덮고 수십년을 함께 산 남편(아내)를 배반하고 바람피우는 것은 그렇다 치자, 그 남편 (아내)을 상간남(상간녀)과 공모해 무자비하게 토막살인 해 냉장고에 쑤셔박는 짓은 짐승에게는 하라고 해도 못할 것이다.



선대가 남긴 유산앞에 우애로운 형제는 없다,는게 또한 내 생각인데 지인 하나는 평생을 사업실패, 실직등으로 가족에 폐만 잔뜩 끼친 형이 있다. 동생은 반듯한 기업에 입사해 물심양면 그 형을 도왔는데 부모가 돌아가시자, 뒤질세라 그 형은 '장남'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생에겐 한푼도 주지 않고 유산을 모조리 차지해 주식을 했다고 한다 . 지금 동생은 일련의 사정으로 개인파산, 신불자가 돼서 힘겹게 살고 있어 그래도 조금은 떼어주지 싶었는데 한푼도 받지 못했다고...그 형이 주식에 투자한 돈은 모두 휴지조각이 됐다는 후일담을 듣고 인과응보라는 생각을 했다.



인간이라면 치가 떨린다,식의 글들은 지천에 널렸으니 그만 하기로 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난게 여간 못마땅하고 부끄러운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요즘 신문에 자주 오르내리는 범죄들은 '처음엔 사기 아닌걸로 시작했다 결국 사기로 귀결되는' 그런류가 많은거 같다. 흔히, 투자금의 몇배로 갚겠다는 약속하에 돈을 가져가서는 여기저기 돌려막다 결국은 돈을 주지 않고 잠적한다든가 하는 뭐 그런것들이 예가 될것이다. 그런가하면 정성을 다하고 물질적 지원까지 해준 여자를 (남자를) 저버리고 '환승'하는 일도 허다하다. 물론 감정이 하는 일이니 그건 개개인이 알아서 판단할 몫이지만 그럼 돈이라도 돌려줘야 하거늘... 그들역시 처음엔 마음이 맞아 시작한 연애일텐데 끝은 결국 '사기연애'가 되고 만 케이스리라..

그렇다면,세상에 사기 아닌게 없다,라는 말은 어느정도 정당성을 얻는다.



우린 과연 개보다 나은 인생을 사는가,

개들도 자기 주인은 물지 않는다는데 우린 과연 그런가,



조금은 '인간탈출'을 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그 인간은 내 안에도, 당신 안에도, 관계속에도 존재하고 우릴 망가뜨리고 악의로 가득차 어떻게든 상대를 짓밟고 앞서가려하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이 다반사기 때문이다....


별도로, 영화 <개같은 인생>은 꼭 보길 권한다. 뒤틀리고 모순으로 가득찬 어른의 세계와는 대조적으로 순수한 희열을 선사하는 유리공예 장면을 비롯한 아이들의 세계가 눈부시게 펼쳐지고 그만큼이나 빛나는 북극 스웨덴의 여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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