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괘를 믿으시나요?

스스로 택하는 내 마지막 날....

by 박순영

미신이라할지 몰라도 난 오늘의 운세니 운명이니 하는 것들을 대체로 믿는 편이다. 결과는 좋은건 잘 안 맞고 안좋은건 잘 맞는다는것인데, 예로, 오늘은 남녀간에 헤어지는 날이다, 하는 그날 딱 이별을 했고 갈등중이던 이성이 나를 찾으나 돈이 나간다,하는 것도 들어맞았고...



방송일이 뜸해지고 학교에서 영어강사하는것도 시들해지고 수입도 점점 줄어들 즈음 난 돈내고 보는 운세를 의뢰한 적이 있다. 신약사주에 역마가 있고 해서 외국과 관련된 학문으로 성공한다고. 평생 외국운이 들어와있으니 지금이라도 밖으로 나가라고. 교수가 될 팔자라고.



꼭 역술가의 말을 따른건 아니지만, 그당시 난 가정을 꾸린것도 이도저도 아닌 상태라 벌어놓은 돈으로 뒤늦게 대학원을 갔다. 주간엔 일을 해야해서 야간대학원 문학과를 갔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논문학기만을 남기고 자퇴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많은 일이 있었지만, 요는 야간대학원의 폐해라 할 학생들간의 차별에 발끈해서 그걸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다 딱 걸린것이다.



나를 만난 학과장은 내가 지목한 교수에게 가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면 장학금을 주겠다 , 아니면 교수회의에서 너를 제적시키라고 한걸 자기가 막고 있다, 뭐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했고 난 즉석에서 학교를 나가겠다고 했다. 들리는 말로 그 일로 흉흉해진 학과 분위기를 변화시키기위해 그 학과장은 회식자리에서 여러차례 눈물까지 보이곤 했다는 것이다. 악어의 눈물이었겠지만. 해서, 난 역술가에게 물었다. 교수가 되기는 커녕 학교를 나와야했다고 했더니, 올해는 역마가 있어서 그렇다, 오히려 더 나은 환경으로 갈것이다. 그런 대답이 돌아왔다.



속는 셈치고 (라기 보다는 따지 못한 학위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듯 하다)나는 전공을 약간 바꿔 문화학 대학원을 진학해 초반엔 잘 나갔다. 많은 나이임에도 조교일을 했고 조교장학금으로 거의 반 이상의 학비를 댈수 있었으니...그런데 어느날 밝히긴 뭐하지만, 교수들의 비리와 분란에 애먼 내가 휩쓸려 논문조차 제 정신으로 쓸수 없는 지경이 되었고 졸업은 했지만 지도교수와는 원수지고 말았다. 그러니 시간강의 한자리조차 꿈꿀 형편이 안된것이다. 교수는 개뿔....



그러고 있는데 대학동창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때는 이미 교수니 학교니 하는것에 넌더리가 나 있던 즈음이었다.

"인천에 2년제 대학에 교양 글쓰기 과목이 있는데"하면서 그 친구는 강사일을 제안했다. 나중에 안거지만 친구 남편이 학과장이었다.

거기에 대고 내가 한 대답은 이렇다

"차도 없고 나 학교같은거 다신 안 쳐다본다"


그렇게 해서 그 친구와는 완전 단절되었고 이후로 난 한량과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야간대학원 문학과에 다닐 적에 과제로 제출한 단편 소설로 등단을 한 거 외엔 거의 한 일이 없다시피 세월은 빠르게 흘러갔다....나는 애먼 역술가만 욕해댔다. 다신 믿나봐라...



그러다 세월이 흐르다보니, 혼자 별 일도 없이 산다는게 조금은 어색했다. 경제적으로도 쪼들렸고. 해서, 오랜만에 다시 운세를 봤더니 1년후에 결혼운이 들어오고 상대는 어떤어떤 사람이며 어느 시기에 만난다고. 웬 결혼? 이 나이에? 하고는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정말 그 시기에 20여년만에 온라인에서 나를 찾아낸 그 누군가를 만나게 됐고 이런저런 굴곡끝에 연애모드에 빠졌지만 끝내는 헤어졌다. 내 이 역술가를 가만 두지 않는다, 는 심경으로 다시 문의했더니, 원래는 배필을 만나는 운센데 아주 적은 확률로 아닌 사람을 만날수 있는 그런 운이었다고...

나오는게 말이라고, 아무말이나 해대는구나, 하면서 난 픽 웃었다.



지금은 집을 팔기 위해 계속 가격을 다운시키고 있다. 물론 역술가에게 문의했고 봄에 매매운이 들어와 있다고 해서...

이러는 내가 한심하긴 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답답함이 앞선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 꼭 처분하고 좁혀가야 하는데 시간만 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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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그 누구도 예견하지 못한다. 고민거리가 해결된다는 날에 발목을 삐끗하는게 인생사다. 그걸 점괘에 의존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어찌보면 믿을건 자기자신뿐이다. 종교도 소용없다. 그리고 신을 믿는 조건으로 '구복하지 말라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뭐하러 종교를 갖는가. 복받고 무탈하게 잘 살고 싶어서가 아닌가..

난 어릴땐 신교도였고 대학 졸업 무렵엔 영세를 받아 카톨릭이 되었다. 그러나 냉담생활을 거의 20년 하다보니 무종교나 다름없다....


그러나 가능하면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굳이 재물을 베풀진 않아도 되도록이면 관용을 베풀려고 한다. 그래도 궁극의 '선'에 대한 나의 갈망과 노력은 계속 될것이다. 지인 하나는 70에 암으로 갔는데 그때까지 야학에서 수학강의를 했다. 난 그런 삶을 노블레스 오블리쥬라고 본다. 이런것도 운에 나와있을까?내가 원하는 내 삶의 마지막 모습이 이렇다. 혹시 그리 살게 될까, 한번 더 묻고 싶어지지만 일단은 참기로 한다.



나이들고 나니 여명이 궁금하긴 하다. 70이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그러나 요즘 70은 좀 이르지 않은가. 해서 내나름대로 한 80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사는게 너무도 지루하고 낙이없고 피곤하고 허망하다 느껴지면, 반대로 이만하면 잘 살아냈고 더 이상의 미련이 남지 않는다면 내 스스로 '그날'을 택할수도 있다.

프란시스 잠의 <당나위와 함께 천국에 가기 위한 기도>에 나오는 그런 눈부시고 맑은 날을 내 스스로 선택할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역술가들도 모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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