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문밖의 친구>
피하지 않고 같이 가고싶다
젊을땐 폐렴 정도는 짧게 앓거나 아님 모르고 지나가기도 한다고 한다. 나도 아마 나 모르는사이 앓았는지 이따금 폐사진을 찍어보면 그 흔적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
나는 신경쪽이 유난히 안좋아서 가끔 몸이 떨린다거나 하는 등의 증상이 있고 호흡이 불규칙해지기도 한다. 어제 시간이 남아 검색좀 했더니 p병의 초기 증상과 비슷했다. 예전같으면 덜컥 겁이 났을텐데 어제는 담담했다. 설사 그 병이라고 해도, 이제 간다 해서 이상할 나이도 아니고,하는 생각이 들면서 근래 66세에 폐렴으로 각 유명사진작가가 떠올랐다.
어느친구는 40중반부터 이약저약 잔뜩 복용을 했다. 왜 그러냐고 하면 그냥, 우리 나이가 좀 먹어줘야 되잖아, 하는 것이었다. 살고자 하는 욕망이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난 좀 거북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오메가를 먹고 비타민을 섭취하고 그런다고 우리의 삶이 연장되는가.
지인하나는 뒤늦게 결혼해서 지극정성으로 남편을 거의 떠받들다시피 살았다. 늘 유기농에 비건, 간장 참기름을 사도 꼭 백화점 매장을 고집했고 그 남편은 차가 있어도 운동삼아 늘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했다. 아무튼 건강을 위해 꽤나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아무래도 늦게 만난 인연이니 하루라도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그렇게 정정하던 그 남편이 어느날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식도암으로 갔다고 한다.
흔히들 인명은 재천이라고 한다. 제 아무리 노력한들 일찍 갈 사람은 일찍 간다. 평생을 골골하며 병원순례를 해도 오래 갈 사람은 오래 가듯이. 그리고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내 주위에서는 70이 데드라인인 경우가 많다.친척 오빠도 1년전에 명절에 와서 엄마한테 인사 드렸는데 그 다음해에 걸러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뇌암이었고..결국, 그렇게 갔다.
해서 어느정도 나이가 들면 건강관리를 할 필요야 물론 있지만 내게 서서히 찾아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조금은 담담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고 나도 그럴 생각이다. 이젠 폐렴에도 갈수 있는 나이가 되다보니 어찌보면 모든게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비로소 삶과 화해하는느낌이다. 집밖이 저승이라는 말이 있든가. 그렇게 바로 '문밖의 친구'처럼 죽음이 느껴진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내이럴줄 알았다. 주저주저하다 이렇게 갈줄'이라는 묘비명을 남긴 작가가 있다. 아마도 버나드쇼가 아니었나 싶은데, 그래선지 나는 이제 주저하지 않기로 한다. 살아있는 시간은 선물같은 것임을 뒤늦게 안 이상, 너무 과하지 않은 범위내에서 나의 위시wish들을 실현시켜 나가려한다. 되든 안되든 해보는거다. 어떤 친구는 진짜 천국이있는지는 몰라도 '밑져야 본전식'으로 한번 '선하게 살아본다'고 했다. 나 역시 본전 아닌가. 해보고싶은거, 그렇게 되게 하기 위해 노력하면 더러는 이루지 않겠는가. 안되면 마는거고.
죽음이 멀게 느껴질 때는 그 그림자가 두렵지만 가까워지면 오히려 홀가분해진다. 이제 '그 친구'를 문밖에 세워두고 홀대하지 말고 문을 열어줄 때가 된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