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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Apr 07. 2023

에세이 <인간 곁에 개가 필요한 이유>

서로 뒤엉켜 골탕먹이면서 미운정이 들때...

 오늘4월치곤 꽤 쌀쌀한데도 꽤 많은 견공이 천변에 주인을 따라나온게 보였다.  녀석들은 같은 종을 만나면 좋아서 어쩔줄을 몰라한다. 서로핥고 짖어대고 킁킁 냄새를 맡아대고 그렇게도 좋을까...하고 한참을 보다가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난 후다닥 서둘러 그자릴 피한다 . 혹시나 따라오나 뒤를 힐끔거리며..그러면 녀석은 멀뚱하니 쳐다보다 고개를 돌린다.



오늘도 이 비슷한 일을 겪다보니 오랫동안 구상해온 이야기 하나를 이제 쓸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견의 크기를 모른채 조막만한 유기견을 데려다 키웠다가 무지막지하게 커가는 녀석을 보며 당황해하는 독신남의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 사실 이 발상의 기원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d출판사에서 낸, 제목은 가물거림, 원제로 <발정난 개>라는 프랑스소설이었다.


어찌보면 흔한 이야길수도 있지만 , 인간과 개가 서로 뒤엉켜 갈등하고 애증하다  결국엔 아프게 이별하는 야기로 제법 눈물샘을 자극했다.

남의 개를 어쩌다 맡게 된 남자가 그 개와 함께 출장을 가고 식당에서 망신을 당하고  온갖 고생을 다 하다 기어코 미운정이 들고 마는데, 개 주인이 여행에서 돌아오자 그 개는 매정히 원 주인에게로 향하고 만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그러고나면 다신 개같은건 쳐다보지도 않을거 같지만 남자는 다시 어린 강아지를 입양하든가, 아무튼 그런 결말이었던거 같다. 정말 오래전에 읽은거고 지금 내 서재 어딘가 누렇게 변색돼 꽂혀있겠지만 찾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책이 발단이 돼 나도 상상속에서나마 개와 사람이 어울리는 이야기를 꼭 한번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것 같다.  그래선가, 여기  브런치에도 "푸페"같이 개가 살짝 등장하는 짧은 소설 두어편을 올린거 같다.물론 여기서 견공은 러브라인을 거들 뿐이지만.



자그만 어린 유기견을 데려다 키웠는데 집채만큼 커진다면 그대는 녀석을 어떻게 할것이며 그 유지비용은 어떻게 감당할것인가 , 그럼에도 함께 할것인가 등의  윤리적 측면도 슬쩍 건드려보면서 전체적으로  '웃픈'그런 스토리를 짜보고 싶다.

문제는 나처럼 메마르고barren 잔혹한 cruel 성품의 인간이 그런 휴머니즘에 관한 문제를 제기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것인데 그건 골치 아프므로 써가면서 답을 찾으려 한다. 지금 이시점에 내가 아는 답은  개나 인간이나 외로운 존재라는 것, 거기서 이야기는 출발할듯 하다.



지인중 하나는 밤늦게 퇴근해 들어오면 혼자 종일 집을 지키던 강아지가 반갑다고 짖어대며 달려오는 걸 보면서 하루의 피로를  푼다고 한다. 그래서 개를 포기할수 없고 어쩌다 녀석이 무지개 다리라도 건너면 곧바로 새 개를 입양한다고 한다.그럴바에는 결혼을 하지,하면 그는 피식 웃고 만다. 그 웃음의 의미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얼마나 인간에 치였으면 저런 반응을 보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점  나도 별반 다를바 없는데 이 나이가 되도록 집 안 가득 인형을 쌓아놓고 살지 않는가. 언젠가 양이 너무 많아 일부를 중고마켓에 나눔처리 하고 나서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내가 사는 이 단지에만도 최소 수십마리의 견공이 살고 있을것이다. 중성화수술, 성대수술까지 시켜가며 인간곁에 굳이 개를 두려 하는 그 이기심에 반감이 들지만 그렇게라도 생을 지탱하고자 하는것을 견공들이 부디 이해해주기 바란다.


아무튼, 조막만한 강아지가 나중에 말만한 개가 돼서 주인을 골탕먹이고 그러면서 서로 미운정이 깊이 들어 결국은 마지막 날까지 함께 한다는 내용의 이야기가 어디선가 들려오면 그건 내가 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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