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는 노동

by 박순영

한동안 빨리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내 루틴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하루종일 컴을 들여다봐야했고 끼니도 걸르고..아무튼, 바쁘게 한동안을 보냈고 어제야 마무리가 됐다. 해서 오늘부터는 그동안 밀린 책도 읽고 그밖의 내 루틴에 충실하려고 했는데 웬걸, 마음에 도둑이 들고 말았다.


쾌청하다 못해 눈부신 하늘을 보고 있자니 집에 처박혀 있다는게 갑갑하게 여겨졌다. 쉬폰 원피스 걸쳐입고 가까운 교외라도 나갔다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어둠이 내릴때쯤에야 집으로 돌아오고 싶다. 이게 바람이 든게 아니고 뭔가...


이렇듯 우리는 휴식을 갈구하면서도 마침내 그 시간이 오면 공허와 심심함을 이기지 못해 다시 또 무언가를 하면서 시간을 꽉 채우려 한다. 그리고나서는 쉬지 못했다고 불평하고...


원피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는 거의 치마를 입지않는다. 어울리지도 않거니와 움직이기 불편해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치마를, 것도 찰랑거리는 쉬폰 소재 원피스가 떠올랐을까? 아마도 나풀나풀하는 그 자유로움이 그리워선지 모르겠다.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하늘거리는 그 나이브함을 느껴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죽어 잠들기 전엔 쉬려 하지 말라,는 말도 있듯이 애써 휴식기를 가지려고 한다는 자체가 또다른 노동임을 깨닫는다. 해서 나는 당분간은 마음가는대로 살려고 한다.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오고 그렇게..


만약 오늘 내가 쉬폰까지는 아니어도 진바지에 단화라도 꿰어신고 어딘가로 떠난다면 그것은 쉬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으러 가기 위한걸지도 모른다. 번잡한 세속의 삶과 그리운데 만나지 못하는 얼굴들을 잠시나마 잊으러..그런게 그게 가능하긴 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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