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까치 소리에 잠을 깼다. 그러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든가.
어디선가 읽었는데 우리가 흉조라 여기는 까마귀가 원래는 길조였다고...
여하튼, 정릉이란 곳은 다양한 생물계가 군집해 그나름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가끔은 뒷산에서 멧돼지도 내려와주고...
그러면 곧바로 방송이 흘러나온다.
'지금 a동 옆에 멧돼지가 출몰했으니 주민들은 안전해질때까지 출입을 삼가해주시고..'.
그러면 예전에는 '뭐 이런 동네가 다있어?' 했는데 이제는 그 멧돼지가 가엽기까지하다.
얼마나 먹을게 없으면 아파트단지까지 나와서 먹을걸 찾고 헤맬까,하는 생각에..
이러다 어느날, 이제는 사라진 호랑이도 나올지 모른다는 상상도 가끔 해본다.
아기 호랑이라면 크기 전까진 데려다 키울수도 있어,라며 호기로운 상상까지..
어느해 겨울 글쓰기를 마치고, 홀가분해하며 늦은 시각에 뒷산에 오른일이 있다.
겨울해는 짧아서 늦어도 4시 이전에는 올라야 하는데 그때는 거의 6시가 다 돼가고 있던걸로 기억된다.
해서 나름 속도를 내며 올랐고 눈이 오면 장관을 이루는 솔숲을 지나는데 윙, 하는 바람소리가 묘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조금은 무섭고 조금은 도발적인 그런 바람이었다.
그와 함께 난 일종의 성취감에 도취되었다. 내가 한일이라고는 휘뚜루마뚜루 외투하나 걸치고 서둘러 저녁산에 오른거 뿐인데 산은 마치 헨델의 메시야를 연주하듯 그렇게 오묘한 소리를 내며 맞아준 것이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산에 오르는 날은 그날밤이 떠오른다.
그 어떤 풍파가 나를 덮쳐도 그때 충만하게 '기'를 받았으므로 충분히 헤쳐나갈수 있을거라는 믿거니,하는 구석이 생겼다고나 할까.
어제 외출후 귀가하던 도중 정류장 근처 단골 부동산에 들어가, 요즘 매수문의가 있냐고 했더니
전혀 없다고...전같으면 낙담할텐데, 어제는 그런가보다, 했다.
떠난들, 머무른들 어떠랴,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의 마지막 자연이 살아있는 공간에 붙박이로 살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참, 멧돼지만 내려오는게 아니고 가끔은 아기곰도 내려오는 걸로 안다. 그놈들을 위해 자주 출몰하는 그 길을 따라 먹을걸 좀 놔줘야 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