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골목

by 박순영

나 어릴때 살던 집 바로 옆에 좁은 골목이 있었다. 폭이 겨우 1미터나 될까 한...

어쩌다 늦은 시각에 그 골목이라도 지나야 하면 여간 겁이 나는게 아니었다.


그래선지 지금도 가끔 훙몽을 꿀땐 자주 그 골목이 출몰한다.

하얀 소복을 두른 입에 칼을 문 '전설의 그녀'가 그곳에 당장 나타날것처럼.


언젠가는 그 골목을 대낮에 한번 지나가 본 적이 있다

낮이니 겁이 안나겠지,했는데 웬걸 마찬가지였다. 하기사, 낮이라고 소복귀신이 안나온다는 보장도 없으니...



그렇게 빈촌에서의 어린날은 내 평생을 지배하는 무의식이 된거 같다. 지금도 좁은 골목만 보면 덜컥 겁이 나니...


어떤 글에선가 쓴적이 있는데 '프로이드가 힘들어했던건, 환자들이 자신들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않으려는 의지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상처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만 하지 실은 그것에 안주하고자 하는 무의식적 욕망이 자리한다는 것이다.


가끔은 어릴적 그 골목을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태 그렇게 비좁은지, 내가 느끼는 두려움도 여전한지...


우린 모르는것에 대한 두려움은 갖지 않는다. 죄다 익숙한것들에 대한 두려움이고 상처다. 배반도 가까운 사람에게 당하는것처럼.

그럼에도 우린 존재의 고독감과 회귀하려는 본능때문에 그것을, 그들을 놓지 못하는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애증이란 양가적 감정은 한 뿌리에 기인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내가 상처받는다는 것은 그를 (그녀를) 애정하기 때문이고 그 역도 성립한다는 것을...


만약 다시 어릴적 그 골목을 지나칠 일이 있으면 이번에는 주머니에 스탠리 나이프 하나정도는 갖고 씩씩하게 걸어볼 셈이다. 그래도 무서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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