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사람이 붙지않는 타입이 있다. 딱히 성격적 결함이나 인성에 문제가 없어도 늘 외로운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다 외로워진다.
예전 영어학원에서 몇달 영어강의를 들은적이 있다. 중급정도의 회화수업이었고 수강생들끼리 꽤 친했다. 그중 나는 내 또래 한 여학생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었는데 그녀가 그런 타입이었다.늘 외로운. 사람이 붙지 않는. 다가오는가 싶으면 어느새 멀어져 결국은 혼자 남고 마는.
어느날 수업도중 문이 열리더니 웬 낯선 남자가 고개를 들이밀고는 "아이쿠 죄송합니다. 교실을 잘못..."하다가 내 친구를 보더니 "아이구, 고독하시네" 한마디 하는 것이다.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그녀에게 시선이 갔고 그녀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는걸 보았다. 그러더니 유난히 흰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고 급기야는 화장실을 간다며 교실을 뛰쳐나갔다. 그리고는 수업이 끝나도록 들어오지를 않아서 내가 그녀의 소지품을 챙겨 1층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노라니 한참만에 나타났다.
그러고는 묻지도 않은 변명을 해댔다. 아침먹은게 얹혀서 그랬다고.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해댄 그 남자가 몹시 밉고 원망스러웠지만 딱히 악의가 있어서 그런건 아니었으리라.다만 그런 느낌이었다 해도 한번쯤 생긱해보고 이야기를 하든 말든 했어야 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은 든다.
이후로 그 친구는 학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나는 몇번이나 전화를 해봤지만 받지를 않았다. 학원에서 만난 사이라 아무리 친하다 한들 사는 동네와 연락처외에는 알길이 없어 우리는 그렇게 끊어지고 말았다.
에전에 어느 사주풀이 방에 들어갔더니 역술가가 이렇게 써놓은걸 본적이 있다.
"귀하는 사막에 물 한방울 없이 서 있는 큰 나무 같은 형국의 팔자"라고.
그 구절을 읽으면서 난 그 친구가 떠올랐고 한없이 그리웠다. 언젠가 연락이 오겠지 했지만 끝내 연락은 오지 않았고 한참 세월이 흐른후 전화를 걸어보니 결번으로 나왔다.
외로운게 죄도 아니고 흠도 아니거늘...
왜 우리는 외로운걸 컴플렉스라고 여기는지 모르겠다.
수많은 '가짜들'에 둘러 싸여 사느니 혼자가 훨씬 외롭지 않다는 말도 있다.
바라건대 지금쯤은 그친구도 좋은 짝을 만나 부디 외롭지 않기를.
그리고 누군가 또 같은 지적질을 해대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강심장이 되어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