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원작 증보작업을 하느라 이것저것 자료를 보면서 쓰다보니 예전에 논문쓰던 일이 생각난다. 다늦게 대학원에 진학해 쥐죽은듯이 정말 공부만 하면서 다녔고 전반부는 장학금도 나오고 그럭저럭 운이 따랐다. 그런데 후반 1년은 정말 모질게 흘러갔다.
상세히 밝힐수 없는 교수들의 암투와 비리에 얽혀들어 나도 모르게 지도교수가 바뀌어있고 그외에도 일이 엉망으로 꼬여버려 나는 논문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하루빨리 학교를 나오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학교를 옮기기까지 하면서 계속 공부한건 일단은 학위때문이었으므로, 정말 글이 나오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죽어라 논문을 썼다.
그리고는 굴욕적인 예심을 보고 본심을 보던날, 교수들한테 미운털이 잔뜩 박힌 나는 논문뿐만 아니라 인격살인까지 당하는 치욕을 겪어야 했다. 자신들의 치부를 안다는 이유로, 거기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금도 후회되는건 그깟 학위에 연연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 비겁함이 내 안에 내재해 있었다는 자체가 놀라울 지경이고 개탄스럽다.
그렇게 눈물의 학위를 받고 나는 타대학원 박사과정에 합격했음에도 학교생활에 넌더리가 나 막판에 포기하고 그냥 집순이 생활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속이 후련했지만 얼마 안 가 학문에 대한 미련이 무섭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이미 나이는 들었고 또다시 학생으로 돌아갈 형편도 안돼서 급기야는 포기하게 되었다.
증보작업을 하면서 최신 자료를 찾고 캡처해서 올리고 문장을 손보고 내 분량을 새로이 넣으면서 그때 그래도 독하게 마음을 먹었으니 학위라도 땄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독함과 근성이 이루어낸 쾌거? 였다.
돌이켜보면, 내겐 늘 위기와 기회가 같이 찾아왔고 그때마다 위기라고 판단해 주저앉곤 했다. 하기사 당시에는 또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판단되었으니 그랬겠지만.
그 모진말을 듣고 통과한 석사논문을 타대학원 박사과정 지원시 제출했을때 담당 교수가 했던말이 여태 잊히지 않난다. 손좀 봐서 단행본으로 내도 되겠다는...
그는 그렇게 나를 챔피언으로 만들어주었지만 난 그 손을 놓아버렸다 . 이게 내가 바보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