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산책

by 박순영

지난밤 남친과 새벽 천변을 걸었다.

갑자기 밤 10시가 넘어 매운탕이 먹고싶다고 해서 시장까지 내려갔더니 다행히 아직 문 연집이 있어 들어가서 우럭매운탕을 먹었다.거기에 매주 한병.


12시가 폐점이라고 해서 우리는 한시간만에 일어나 천변을 통해 집으로 돌아왔다.

낮에만 가본 천변인지라 밤에 보는 개천은 완전히 다른 풍경을 드러내고 있었다.

곳곳이 켜진 조명이며 어둠속에 낯설게 보이는 다양한 모습들에 낮과밤의 차이를 새삼 실감했다.


정릉을 서울 외곽정도로 알고 마구 비하하던 남친도 청아하게 흐르는 물소리에 매료되고 새벽의 백로에 넋이나가 한참을 펜스에 기대 감상했다.

그리고는 특기인 줄담배를 피우더니, 여기 괜찮네 18평이 얼마나 해? 라고 묻기까지 했다. 시세를 알려주니

눈이 휘둥그레져서, 여기 수도 서울임, 이라며 나는 환기시켜주었다.


지금은 모닝스모킹과 모닝커피를 즐긴다고 밖으로 나갔다.

쓰던 원고를 들고 나갔으니 한시간은 족히 있다 들어올것이다.

이번에 나오는 내 e-book 소설집에 자기 욕을 엄청 해댔다고 하니, 맘대로 해,라며 뵤루퉁해한다.



어제는 부랴부랴 준비한 밀키트로 싼 도시락이 '맛이 괜찮더라'는 얘기를 해서 '내가 그렇지 뭐'라고 했더니 "바보야, 배가 고프니까 그랬지"라며 금방 말을 바꿨다. 하여튼 저 인성은...

그렇게 동창들과 남산을 돌고는 중국집으로들 몰려가 자장면이며 탕수육을 또 거나하게 먹었다고 한다. 촌스럽게 남산은...

그리고는 돌아와 소파잠에 빠졌다가 난데없는 매운탕을 먹으러 나간것이다.


암튼, 어제 자정넘어 걸어본 천변은 낮과는 그 결 자체가 달랐다. 기분좋은 이질감이랄까?

그리고 자정넘은 시각에도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에 난 또 한번 놀랐다.

보통 점심을 먹으면 인천 자기집으로 가는 루틴이있어 오늘 오후는 어제와는 달리 나 혼자 보낼듯하다. 담배내음이 뒤섞인 그의 체취를 그리워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