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신당동에 생뚱맞게 검도복을 구입하러 갔다. 하필 제일 더울때 나가서 집에 돌아올 즈음엔 속이 메스껍고 어질거리는 증상까지 나타나 약국에서 약을 사먹고 들어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에어컨을 틀었다. 그렇게 간신히 더위에서 벗어날 즈음 이틀뒤로 다가운 도시락 싸기가 떠올라 허겁지겁 밀키트를 주문하고 정신없이 하루가 흘러갔다.
신당동...
참으로 오랜만에 나가본 곳이다. 예전에 그곳에 있던 방송국에서 라디오쓰기를 한적이 있는데 자정무렵에 생방이 끝나 허겁지겁 버스 막차를 타고 신길동까지 오던게 생각난다. 맨 앞자리에 앉아 내내 졸면서. 그리고는 집에 와서 밤을 새워 다시 원고를 쓰고 아침이 밝아올 무렵에야 간신히 두어시간 자던..
그리고는 초등학교 영어강의를 나가 아이들과 씨름을 하고.
그때는 지옥같기만 했는데 지나고보니 어쩌면 내 생애 가장 최고의 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 연휴라도 걸리면 방송은 녹화로 대체를 하기에 a4 100장이 넘는 원고를 하루에 써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내가 이러다 죽지 하면서도 원고를 다 쓰고 pd한테 전송하던 기억은 짜릿한 감동의 순간으로 기억된다. 지금도 기회가 된다면 라디오일을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든다. tv에 비해서 수입은 적어도 규칙적으로 들어오는것도 있고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실속있고 지속적일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들....누가 기억해서 불러주겠는가, 꿈일뿐이다.
이제는 지난날이 다 꿈으로 여겨지는 그런 순간이 온듯하다.
죽을것처럼 아파하면서도 용케 살아나던 그 순간들...
실연에, 실패에 지쳐서 몸과 마음이 다 뭉그러져 다시는 소생할수 없을거 같던 순간에도 살기 위해서 발버둥치던 그날들의 거의 맹목에 가까웠던 삶에의 의지가 그립다. 지금은 거의 모든걸 내려놓았기에 힘도 없고 바람도 별로 없다.
어제 도복 수선을 기다리는 동안 근처 놀이터에서 내가 한짓은 그곳 아파트 시세 검색이었다...ㅎ
24평이 11억부터라는걸 확인하고 아마도 그 순간 더위를 먹은건 아닌지. 그와 함께 그전에 먹은 팥빙수가 얹힌것도 같고...
바로 지척에 생긴 신생 지하철역사를 걸어들어가면서 내가 언제 또 오랴 싶었다.
밤을 새워 원고작업을 하던 나로 다시 돌아갈수 없는것처럼 그곳을 또 찾을 일은 요원하기만 했다.
어제, 난 정말 그곳에 간걸까? 혹시 꿈을 꾼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