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살기 9일 차
꼬박 8일 동안 펜션을 정비했다.
평상시에 잘 아프지도 않던 내가 나무 위로 오르락내리락, 사다리를 타고 쭉쭉 뻗어야 하는 작업들을 하면서 허벅지 근육에 무리가 와서 병원을 갔다.
주사를 맞고 수액도 맞고 물리치료를 하고 약을 받아 오는 길.
크게 다친 게 아니라 참 다행이라며 감사하며 돌아오고 정확히 3일 뒤
이번엔 평상을 옮기다가 허리에서 두둑 소리가 났다.
앉지도 서지도 못할 만큼 아파서 또 병원을 갔다.
"아니 왜 자꾸 다쳐서 와요~~" 선생님이 걱정스러운 말씀을 하신다.
이번에도 다행히 크게 다친 건 아니고 허리 중간을 잡아주는 기립근인가 뭔가가 늘어났다고 다시 물리치료와 주사와 약을 받아오면서 내가 참.... 나이가 많이 들었구나 하는 생각에 셀프 안쓰러움과 또 그래도 경미하게 다친 거니 얼마나 다행이냐며 다시 감사하면서 바다를 천천히 거닐었던 날.
평소 운동을 안 하니 이렇게 티가 나는구나 싶어 다시 운동과 내 몸의 소중함을 격하게 깨달은 며칠이었다.
그렇게 모든 마무리가 끝나고 이제야 드디어 오전시간을 한가하게 야외테이블에 앉아 블로그도 하고 글도 쓸 시간이 생겼다.
비 예보가 있더니 갑자기 내리는 비.
이 비에도 밖에 앉아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책도 읽고 글도 쓸 수 있게 만들려고 엄마랑 그렇게 힘을 들였는데
완벽하진 않아도 참 보람 있다.
시원한 바람과 내리는 빗소리, 추억 속으로 떠미는 음악들.
답답한 도시가 아닌 탁 트인 이 시골이 이래서 나는 좋다.
자꾸만 기회를 만들어 도시를 벗어나고픈 마음.
몸은 힘들었지만 이제부터 40일 동안 이 자연을 만끽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에 마음이 스르르 녹는다.
지금은 조용한 이곳이 북적될 날이 얼마 안 남았다.
많은 손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그게 어디 내 맘대로 될까 싶으면서도 그래도... 하는 기대감도 밀려든다.
내가 여기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일부러 인터뷰는 안 하겠지만 자연스레 우리가 섞이기를 바라본다.
지난 주말에 충주에서 온 젊은 부부가 생각난다.
7살 아들과 셋이 놀러를 왔는데 9살 피터팬이 동생이랑 잘 놀아주어서 엄마 아빠는 편하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다고 여름이 가기 전에 꼭 다시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갔다.
너무 예쁘고 잘생긴 선남선녀여서 이런 펜션보다 호텔을 좋아할 것처럼 보였는데 이런 민박집 비슷한 시골집들을 찾아다닌다고 해서 놀랐었다.
사람은 역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보이는 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또 한 손님들은 늦은 시간에 체크인을 했는데 새벽까지 바비큐를 하고 잔 듯보였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정리할 게 무척 많겠다 생각했는데 세상에 아무도 안 왔던 것처럼 깨끗 그 자체였다.
뒷정리를 어찌나 깨끗하게 해 놓았는지 우리가 따로 청소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나도 어디 놀러 가면 이렇게까지 깨끗하게는 정리 안 했는데... 하며 반성을 했다.
비록 하룻밤 자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행동으로 인성을 보여주고 갔다.
그 손님은 어쩌면 내가 펜션을 하는 내내 생각이 날 것 같다.
매너 있는 사람은 떠난 자리도 기분 좋게 만든다는 것을 나는 처음 알았다.
벌써 여러 명의 손님들을 만나면서 앞으로 내가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인생을 배우게 될지 너무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사소한 하나부터 큰 사건까지 모두가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배움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여기를 떠날 때가 되면 그들이 모두 그리워지겠지..
있는 동안 여기를 찾아오는 모든 분들에게 역시 좋은 추억을 만들어드리고 싶다.
좋은 주인으로, 매너 있는 사장으로, 마음 편한 친정집 같은 곳으로, 편한 동네 언니로 그렇게 남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