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매너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

나의 펜션 이야기 3

by 그레이스웬디

어느덧 펜션 사장님이라는 이름으로 지낸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리고 그 말은 20일 남짓 후면 더 이상 나는 펜션 사장님이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50일 계약을 했으니 이제 반도 안 남은 시간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벌써부터 왜인지 아쉬움이 가득하다.

내년에 또 하겠다는 생각은 절대 없었는데 슬슬 내년에도 또?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찾아든다.

집에서 편안하게 내가 하고 싶은 독서와 글쓰기를 하며 사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던 나는 점차 이곳 생활에 적응했는지 매일같이 캠핑하듯 사는 삶이 고되고 불편하다는 생각이 줄어드는 중이다.


마당 넓은 집에 대한 로망 탓일까?

그토록 원하던 시골살이라는 소박한 꿈 때문일까?

매일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보지만 역시나 그 모든 이유 중에서도 가장 나를 이끄는 것은 사람들 때문이라고 나는 결론짓는다.

이곳에서 매일 만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고, 더불어 사는 건 이런 건가보다 하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코로나 이전의 나를 다시 찾은 듯도 하고 그동안 집에 박혀 책만 읽고 글만 쓰던 내가 정말 그것을 즐겼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온라인에서 만나는 수많은 좋은 사람들도 있지만 역시 사람은 직접 얼굴 보고 이야기해야 하는 맛이 있다.

나는 지금 그것을 매일 하고 있다.

그래서 벌써 이곳이 그리워질 것 같고 내년에도 다시 또 오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리라.


세상에는 참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이곳에서 줄곧 '이 펜션의 기운이 좋은 건가' 하는 생각을 한다.

아니면 내가 그동안 너무 사람들을 모르고 살았나 싶기도 하고.

그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어쩜 나의 펜션에 오시는 손님들이 하나같이 매너가 너무 좋은지 매번 감동과 감탄을 연발하기 때문이다.

별의별 사람 다 있다지만 하나같이 친절하고 예의 바른 그들이 나는 무척이나 감사하다.


하룻밤 스쳐 지나갈지라도 편하게 잘 쉬었다가 간다는 그 인사가 나를 뭉클하게 한다.

바비큐를 즐기고는 내가 손이 하나도 안 가도 될 정도로 뒷정리를 깨끗하게 하고 주무시는 손님들에게 무한 감사함을 느낀다.

'블로그 봤어요' 혹은 '블로그 보고 왔어요' 라는 가벼운 한 마디지만 나를 알아봐 주고 나의 노력을 알아봐 주는 것 같아 또 한 번 감동한다.

나의 강아지들을 자신들의 애완견인 것 마냥 다정한 손길로 만져주는 손님들에게 괜히 내가 미안해진다.

하루 이틀이 고작임에도 우리는 그렇게 오래된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칭찬도 해주고 격려도 해주고 파이팅도 외쳐주며 내년에 다시 뵙기를 원한다는 표현을 부끄러움 하나 없이 토로한다.

그런 그들을 정말 내년에 다시 볼 수 없을지라도 내 생에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인연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의 펜션을 찾아온 손님들이 그저 너무 편하고 즐거웠다는 감사인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충분히 복 받은 사람이라고 느낀다.

혼자 심심할 것 같다며 나의 아들을 챙겨주는 고마운 사람들.

처음 도전하는 나의 숙박업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사람들.

불편함이 아주 없진 않을진대 불평 한마디 안 하는 사람들.

부드러운 미소로 굿나잇과 굿모닝을 말하는 사람들.

이 모든 나의 감사한 손님들 때문에 나는 내년에도 다시 여기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도 마당에는 바비큐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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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 펜션 마당에서는 흥겨운 노랫가락이 흘러나온다.

휴가를 온 여름 바다 펜션촌에는 모르는 이들도 이미 서로가 서로에게 친구가 되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얼마만인가.

타인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일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느껴보는 게....


나의 손님들이 즐거운 추억을 한 아름 가득 안고서 떠나길 바란다.

세상 모든 매너있는 분들은 다 나의 펜션에 오신것처럼 세상에는 매너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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