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극복할 수 있어요
나는 잘 참는 성격이다.
물리적인 고통은 크게 겪은 적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일단 힘들고, 어렵고 지치고... 뭐 이런 감정적인 고통은 곧잘 참아내고 인내하는 편이다.
나는 그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공황에게 배웠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나에겐 느닷없는 공황이 찾아왔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공황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아주 짧게 잠깐 왔다 가고는 아직까지 다시 찾아오지 않고 있다. 3일. 그 죽을 것 같은 3일이 나의 공황의 전부였다.
길게는 몇 달, 몇 년도 겪는다는 공황을 단 3일 만에 끝냈으니 (나는 내가 끝냈다고 자부한다) 상당히 짧게 바람처럼 왔다 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심하게 겪는) 사람들에 비해 짧았다고 견딜만했던 것은 절대 아니었다.
아직도 생각나는 2018년 8월 (작년까지는 정확한 날짜도 기억하고 있었는데 내가 많이 멀어져 왔나 보다. 며칠인지가 도통 기억이 안 나다니) 토요일, 평범한 여느 주말이었다.
옥상에서 우리 세 식구는 바비큐파티를 했고 아이는 옥상에 설치한 풀에서 수영을 하며 놀았고, 우리 부부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고기를 구워 먹고 좋은 날씨를 만끽했다.
앞뒤가 확 트인 옥상이라 바람이 제법 세게 불었고 더운 날 뜨뜻하지 않은 시원한 바람이 괜찮았는데, 순간 훅 불어온 바람에 갑자기 숨이 막히듯 내 호흡을 흐트러놓았다.
바람이 너무 세서 안 되겠다며 집으로 내려온 그날 밤, 남편은 저녁을 먹고 예정대로 서울에 볼 일을 보러 갔다.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었고 내가 갑자기 숨이 막힐 듯한 느낌에 벌떡 일어난 시간은 새벽 2시였다.
이게 뭐지? 싶었다.
이 느낌은 내가 만삭이었을 때 만삭여행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아주 잠깐 느꼈던 그 느낌이었다.
정기검진 때 의사 선생님께 말했더니 만삭이라서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한 번 이후로는 두 번다시 그런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그 새벽에 만삭 때 느꼈던 그 숨 막히는 듯한 느낌을 다시 받은 것이다.
악몽을 꾸지도 않았고 가위 같은 건 눌려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잘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훅 쳐들어온 이 느낌은 뭔가 싶었다.
일단 어둠이 싫었다. 어둠이 답답해 집안에 있는 불이란 불은 모조리 다 켰다.
가만히 앉아있지도 서 있지도 못하겠다. 넓은 거실의 끝에서 끝까지 사정없이 왔다 갔다 했다.
창문을 열었다. 뭘 해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급기야는 그 새벽에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울면서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에 있는 남편이 뭘 어쩔 것인가. 혼자 있는 듯한 두려움이라도 떨치고 싶었다.
남편은 나보고 진정하고 심호흡을 하라고 했다.
심호흡도 도움이 안 됐다. 나는 그날의 새벽을, 날이 밝아오기까지의 단 4시간을 어떻게 견뎠는지 생각나질 않는다. 잠은 당연히 못 잤고, 눈을 감을 엄두조차 안 났으니 말이다.
날이 밝으면 괜찮을 거야 했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아침이 밝았다. 일요일이라 병원도 못 간다. 나는 오로지 혼자 버텨야만 한다. 아이가 이제 6살이다. 아이 밥도 챙겨야 하고 아이랑 놀아주기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주방에 설거지하러도, 욕실에 세수를 하러도 못 갔다.
거실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아이는 배달음식으로 밥을 먹이고 나는 두려운 마음에 안절부절못하면서도 핸드폰으로 검색을 했다.
숨이 막히는 증상, 자다가 숨 막힘 등을 검색어로 치니 공황장애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알고리즘은 나에게 공황에 대한 여러 개의 블로그 글들을 보여주었고 검색을 따라 따라갔더니 내 증상은 공황이라는 것이었다.
공황장애 해결방법 등을 다시 검색한다.
블로그 글 중간에 링크가 된 유튜브로 이동했다.
거기에서 나는 요가와 호흡명상이 공황에 도움이 된다는 콘텐츠를 만났다.
지금도 요가은 선생님의 유튜브로 요가와 명상을 한다.
차분한 그녀의 목소리가 나를 그곳에 머물게 했다.
그때 본 영상에서 눈을 감고 호흡명상을 하기 전 "눈을 감는 게 두렵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눈을 감아보세요"라고 말하는 멘트가 아직도 기억난다.
눈을 감는 게 두렵다는 걸 안다고? 나 말고도 안다는 사람이 있다는 이유 때문인지 나는 용기를 냈다.
그리고 너무도 신기하게 호흡을 하다 보니 그 숨 막힐 것 같은 두려움이 사그라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날은 하루종일 그분의 영상을 보았던 것 같다.
내일은 월요일이니까 병원엘 갈 수 있어 라며 오늘 하루만 잘 견디자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월요일에 병원을 갔고 공황장애가 맞다 했고 일주일 분 약을 지어주었다.
약에 의지하고 싶지 않았고, 남편도 약 말고 다른 방법으로 이겨보자며 지인을 통해 마사지를 받게 해 주었다.
마사지 때문인지 호흡명상 때문인지 나는 약을 받아 온 첫날부터 약을 먹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약은 버리지 않았고, 4년이 지난 얼마전까지만해도 가지고 있었다.
먹지도 못할 약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무기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버릴 수 없었다가 드디어 자신있게 버렸다.
병원에서 선생님이 묻는 말에 이런저런 내 속마음들을 꺼내놓았다.
감정이 북받쳐서 눈물이 계속 흘렀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내가 참고 살았던 것들이었다.
특히 나는 독박육아로 지쳐있었고, 남편은 바쁜 만큼 돈을 잘 벌어다주었었는데 그 시기는 남편이 투자한 코인이 막혀버렸던 때였다. 그리고 코로나가 터진 시국이었다. 그 모든 것이 답답함으로 밀려왔었다.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뭔가가 별 탈 없이 잘 흘러간다고 생각하던 때는 나의 불만이나 투덜거림은 나만 참아내면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혼자 애 키우랴 살림하랴 얼마나 힘들었는데, 넌 집에 오면 손 하나가 딱 안 하고 맨날 일핑계 대고 하루종일 나가있으면서 뭘 하고 돌아다녔는데 이런 일이 생기냐" 하는 나의 잔소리와 하소연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사람을 들들 볶는 이상한 여편네가 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속이 시원해지기는커녕 자꾸 묵직한 덩어리가 내 가슴속에 자꾸만 자꾸만 쌓이는 것 같았다.
좋은 생각을 하면 금방 아무렇지도 않게 좋아졌다가, 갑자기 나쁜 생각들을 하기 시작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점점 더 나쁘게만 생각되었다. 그럴 때면 내 감정을 자제도 주체도 못 하고 남편에게 퍼붓기 시작했다.
남편은 나랑 싸움이 되지 않는다. 그 사람은 언제나 큰 싸움을 막는 재주가 있다.
그런 성격 때문에 자주 감사하면서도 그런 성격 때문에 더 화가 나는 그런 때였다.
나는 공황을 약 한 봉지 안 먹고 3일 만에 끝냈다.
요가와 호흡명상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했고, 매일 1시간씩 꼬박꼬박 걸었다.
나에게 약은 이 3가지였다.
그러면서 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나를 안다고 하며 살았어도 정말로 나를 안 것이 아니었다.
미라클모닝을 시작했고, 한 번도 읽지 않았던 자기 계발서들을 읽기 시작했다.
이번엔 책의 알고리즘으로 나다움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책들로 연결이 되었다.
부정적인 마음에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탈바꿈이 되면서, 물욕을 줄였고 비우기를 실천했으며 곧 자기 계발서에서 철학책으로 나를 이끄는 대로 책을 읽어나갔다.
새로운 꿈이 생겼고, 하고 싶은 일이 생겼고, 남편만 바라보며 살던 삶이 주체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약에 먼저 기댈 생각을 안 한 나의 강인함이 놀랍다.
어떻게든 이겨내자고 다짐하고 노력한 내가 장하다.
그리고 4년째 공황이란 놈은 다시 오지 않고 있고, 그동안 나는 내면적으로 매우 단단한 사람이 되었다.
이제 공황이 온다 해도 두렵지 않다.
나는 매일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쓰기를 하고 있으며, 글로 치유되는 것을 경험했다.
요가와 명상으로 내 몸과 마음을 먼저 챙기고, 좋은 말과 좋은 사람들과 좋은 책과 더불어 살고 있다.
그러니 혹시 공황장애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다면 요가와 명상과 걷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감사하기.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내가 이젠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는 사람이 됐다.
감사하다 보니 세상에 가진 것이 이렇게 많을 수가 없었다.
그렇듯 마음이 편안해지고 긍정적이 되면 공황 따위가 비집고 올 틈이 없다.
공황장애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상처가 있어야만, 실연을 당해야만, 집안이 망해야만 오는 것이 아니다.
그냥 평범하고 즐겁고 편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훅. 그야말로 느닷없이, 맥락 없이 쳐들어오는 것이다.
우린 모두 공황장애에 노출되어 있다.
피할 수 없다면 대비를 해야 한다. 즐길 수는 없다. 공황이란 놈은 즐길 수가 없는 존재다.
지금부터 감사일기를 쓰고, 지금부터 호흡명상을 터득할 것이며 지금부터 매일 걷고 운동을 하면서 나의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는 것. 이렇게 대비하면 우리는 공황장애를 만나지 않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의 감정에 대해서도 나는 이제 참 많이 솔직해졌다.
무작정 참고 견디지도 않는다.
나름의 방식대로 나는 바로바로 던져버린다.
공황이 사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4년 전 찾아왔던 3일의 공황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