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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휘 Apr 29. 2024

책 쓰기에 대한 고민

욕심내지 말자.

한 동안 나오는 책들마다 40 혹은 마흔이라는 나이가 제목에 붙어있었는데, 요즘은 50,오십이 유행인 것 같다. 나는 마흔을 훌쩍 지나서 책 제목에 마흔이라는 글자가 있으면 안 봤었다. 그냥 왠지 내가 보기엔 늦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제목에 나이가 적혀있으면 꼭 그 연령대에만 봐야 할 것만 같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마흔에 내가 모르고 지나갔던 것들, 마흔에 내가 하지 못했던 것들을 책에서 만날까 봐 두려웠다.

마흔에 책에서 쓰인 대로 살지 못했으면 괜히 내가 잘못 산 것 같은 느낌이 들까 봐 싫었다.

그럼에도 나만 안 본 것 같아서 마음속은 계속 찜찜함을 갖고 지냈다.

하지만 아무리 베스트셀러라도 시간을 이기진 못하나 보다.

어느덧 눈에서, 생각에서 사라져 버렸고 요즘은 드디어 마치 나를 위한 것처럼 오십, 50 등등 이런 나이가 책 제목에 쓰여 나오고 있다.

오십에 읽는 논어라든지, 오십에 읽는 000들과 오십에도 삶은 진행 중이라는 사람들, 오십에도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들이 책을 냈다. 나도 그들처럼 같은 생각을 하고 나도 그들처럼 여전히 도전 중이며 스무 살 못지않은 열정에 감사함을 더해 하루하루를 정성스럽게 살고 있는데 나는 왜 책을 못 쓰는 것일까 생각하기도 한다.


누구나 내 인생을 책으로 쓰면 소설 몇 권이 된다.

나 또한 그러하다. 하지만 못쓰는 이유는 무엇일까를 하루 이틀 고민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원인을 잘 알지 못하겠고, 이유를 찾지 못했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알겠는 건 용기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유명인도 아니고 누가 내 이야기에 관심이나 있을까 싶으면서도 나를 알고 있는 부모님을 비롯한 지인들, 식구들, 친척들... 그들이 읽어도 괜찮은 내용만 골라 써야 하나 싶다가 그럴 거면 책을 왜 써야 하는데? 했다가 그럼에도 나는 왜 자꾸 책이 쓰고 싶을까를 수도 없이 끼적였다가.



요즘은 책을 내는 것이 쉬운 세상이라 내 주변만 해도 한 다리 걸러 한 명씩은 모두 책을 냈거나 준비를 하고 있거나 한다.

나만 여전히 준비조차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나만 여전히 책의 주제조차도 정하지 못한 듯보인다.

비교는 타인과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어제의 나 하고만 하라고 많은 책에서, 많은 현자들이 이야기하지만 사실 사회적 동물인 나라는 인간은 타인과의 비교가 불가피하다.

인생은 혼자 와서 혼자 가는 거라고 트로트 가사 같은 이야기와 철학가들의 삶이란 무엇인가 고뇌한 끝에 후세에 알려준 이야기가 그렇게도 딱 맞아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사실 혼자인 것을 인정하고 좋아하면서도 타인 없이는 못 살겠는 모순을 지닌 것이다.

그러니 나만 빼고 책을 내는 이 시점에서 내가 불안하지 않고 조급해지지 않을 자신이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나이를 먹어서도 여전히 타인과의 경쟁심리에서 자주 지고, 50이 되어서도 여전히 빈곤한 사회의식에 사로잡혀있다.



윤여정 선생님의 말마따나 50도 처음 겪어보는 건데 어찌 알 수 있겠냐고. 

50이 되고 60이 되면 자동적으로 모든 것이 다 이해되고, 모든 것에서 다 양보하고 베풀고 져주고 가 되는 게 아니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고 했듯 50이 되고 60이 되어서도 삶이라는 학교는 졸업할 수 없다.

오십이란 나이에도 계속해서 배우고 지속적으로 나를 다듬으면서, 다만 40보다는 조금 더 여유롭고, 30보다는 조금 많이 아량이 넓어지고 20보다는 한참 많이 수긍하고 이해할 수 있을 뿐, 여전히 60보다는 어린애이며, 70보다는 세상물정 모르는 것이다.




나는 책을 쓰는 여느 50대의 작가님들보다 덜 관찰하며 살았고, 덜 사색하며 살았던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비슷한 50대의 생각을 어쩜 한 줄도 못 쓰겠는가.

그러니 나는 그들을 시샘하지 않고, 그들이 3권 책을 냈을 때 한 권이라도 준비할 수 있는 정도로 성장하면 그들보다 성공한 것이다.

각자의 속도가 있듯 나의 속도가 조금 느릴 뿐, 틀린 것도 못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이만하면 충분히 자각하고 있는 것 아닐까

'나 빼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책을 낸다 해도 휘둘리지 말자.'

'너는 아직 때가 안 된 것이니까. 너의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준비할 생각을 하면 그것으로 되는 거'라고 셀프 Words Of Praise를 하면서.



요즘 책을 내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있었다.

이 글은 책은커녕 사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매일 하지 못하면서 친구 따라 강남 가고 싶어 가랑이 찢어질 뻔 한 나를 붙잡아놓고 스스로 가하는 일침이다.

역시 글은 힘이 있다. 말이 되든 안되든, 그저 나를 붙잡아놓고 수다 떨듯 주절거렸을 뿐인데 마음이 정리가 되면서 편안해진다.

이래서 나도 책이란 걸 쓰고 싶긴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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