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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휘 Aug 01. 2024

강의 제안을 받다

그릿 효과

도서 인플루언서로 살아온 지 어느덧 1년이 넘었다.

그리고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지는 2년 하고 2개월이 되었다.

그동안 인플루언서로의 삶을 돌이켜보면 좋은 일, 신나는 일, 뿌듯한 일들만 있었던 것 같다.

단 한 번도 블로그가 재미없어졌다거나 지루해졌다거나 하는 마음은 생기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작은 성과가 끊임없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원고료가 점차 올라가고, 꾸준히 협업 제안이 들어오고, 모임을 운영하니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열을 올리며 수다를 떨다 보니 오히려 블로그를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질 뿐, 다른 일을 찾으러 기웃거리거나 미적대며 겨우 포스팅을 하거나 그런 일들은 나에게 있을 수 없었다.


사람이 욕심을 내려놓으면 일은 예상밖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일단 몸에 힘을 빼야 하는 건 모든 스포츠나 마찬가지로 인생에서도 적용되는 진리다.

하지만 힘을 뺀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에 우린 늘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달려간다. 그렇게 달리면 부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나도 처음엔 블로그가 성장하는 것을 눈으로 보다 보니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었다.

모임이 잘 모집이 되면 다음번엔 참가비를 올려볼까 하기도 했고, 더 많은 모임을 만들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겠지 하는 욕심도 부려봤다. 그리고 그대로 해봤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참패다. 

사람이 자신의 역량을 과대평가하고 되바라진 행동을 하면 이 세계는 처참하게 "너 자신을 알라"며 매운 맛을 보여준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온몸으로 느낀다.


힘을 빼게 되면 우선 모든 일이 즐거움이 된다.

스스로 즐기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일은 더 잘하게 되고, 이런 선순환은 결국 나를 성장시킨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블로그가 점점 성장해 있으니 누가 봐도 나는 뭔가를 좀 하는 사람으로 보이는지도 모른다.


성장하기를 멈추지 않기는 내가 생을 살아가는 동안 모토처럼 내 인식에 자리 잡았다.

그래서 나는 더 성장하기 위해 언제나 배우려 한다. 반드시 필요한 공부라면 돈이 들어가도 마다하지 않는다.

투자하지 않고 얻기를 바라는 것은 모순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모순들 중에는 어쩔 수 없는 불확실성이 있지만 그런 것을 제외하고 어찌할 수 있는 확실성에 관한 한 모순이 존재하면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니까.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에게서 배우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나에게 강렬한 열정을 가져다준다.

내가 온라인 대학 아이캔유니버스에 수강신청을 한 이유도 평소 기록에 진심인 내가 당연히 경외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김익한 교수님이 대표로 계신 대학이기 때문이다.

타 유명한 온라인 대학도 기웃대며 몇 가지를 수강해 보았는데 김교수님의 대학은 그 주제가 확실해서 나에게 딱 맞춤이었다. 그곳엔 대부분 독서와 기록에 대한 강의와 자기 성장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좀 더 전문적으로 기록하고 싶었고, 조금 더 지적 전투력이 상승되길 바랐다.

그리고 이제, 내가 얻고자 해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그곳에서 나에게 기회를 제공해주신다고 한다.


수강 기간이 끝날 즈음  졸업을 앞두고 아이캔대학에서는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나는 사실 어떤 내용인지 지금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아무 생각 없이 설문에 임했고, 개인 sns 링크를 올리는 답란에 나의 블로그 주소를 입력했을 뿐이다.

그리고 한 달 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진동으로 해두어 전화를 못 받았더니 이렇게 문자가 왔고, 다시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통화를 하기 전까지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내가 가진 재능과 콘텐츠라니... 그게 뭘까... 도무지 금방 떠오르지 않는 나의 재능과 콘텐츠. 과제도 제출하지 않아서 뭘 보여드린 게 없는데... 아이러니하면서도 왜 그렇게 심장이 콩닥대는지.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받을 정도였다.

그리고 내 블로그를 보고 연락을 했다는 말을 들었고, 사업부 부장님과 함께 줌미팅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다음 날, 다시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줌미팅을 했다. 나를 너무 높게 평가해 주셔서 깜짝 놀랐고, 아이캔대학에서는 스타강사보다 가능성을 가진 분들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취지라고 하셨다.

몇 천명이 되는 수강생들에게는 각자의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을 텐데 그중에 나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물론 순서상 먼저일뿐이겠지만, 이건 그야말로 선택받은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관계자 분들은 겸손하게도 나에게 부탁을 하는 입장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부탁이라뇨... 제가 뭔데... 어후.. 말도 안 돼요.

내 인플루언서 홈과 블로그와 인스타를 두루두루 공부하고 오신 듯했다.

나의 콘텐츠가 너무 좋고 다양하다고, 블로그에 서평을 계속 쓰고 있으니 아이캔대학과도 주제가 딱 맞다며 북리뷰하는 법 등을 VOD 강의로 만들어보자고 하셨다.

그리고는 나에게 궁금한 것들을 끊임없이 질문하시더니 강의로 만들 주제가 너무 많다며 나보고 순서를 정한다면 무엇부터 하는 게 좋겠냐고 물으셨다.

1인 브랜딩을 위해선 블로그부터 배워야 한다고 했더니 그렇다면 그것부터 강의로 만들자고 하셨다.


줌미팅을 하는 내내 얼떨떨했다.

내 강의가 아이캔대학에서 수강신청을 받을 수 있게 올라간다니... 사실 지금도 어리둥절하다.

능성이 님들 (아이캔대학에서는 스텝들을 모두 (가) 능성이라고 부른다)은 나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나의 이야기들을 들으시곤 나는 집에서 혼자 뭘 해야 하는 분이 아니라고, 나는 유튜브도 해야 하고, 책도 내야 하고 그럴 사람이라고. 할 게 너무 많은 사람이라고. 구슬이 너무 많아 이제는 꿰어야 할 때가 온 거라고. 나의 성장과 브랜딩을 기꺼이 돕고 싶다고 하셨다. 이토록 감격스럽고 코끝이 찡해지는 순간을 마지막으로 느꼈던 적이 언제였나...갑자기 지난날들을 되돌아보았다.



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아니다. 자신감도 늘 있는 편이지만 사실 쫄보이기도 하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하라고 하면 절대 하지 못할 사람이다. 무대공포증도 있고, 학창 시절에는 국어시간에 일어나서 책을 읽으라고 하면 목소리부터 떨려왔던 사람이다. 그런 내가 지금은 소규모 모임에선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도 곧잘 한다. 하지만 그건 온라인이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내가 사실 오프라인 활동을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지만 그냥 모른 체했다고나 할까

그냥 안 하면 되지 하는 마음이 컸다고나 할까.

이번 제안은 VOD 강의를 만드는 건데, 나보고 강의 영상 찍으러 서울 스튜디오로 올 수 있겠냐고 물어보신다.

KTX를 타고 서울에 가는 것은 사실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일이지만, 누군가 앞에서 영상을 찍는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큰 부담이 되는지라 내가 서울로 가지는 못할 거라고 말했다.

집에서 찍는다면 더 편안한 마음일 테니 강의 퀄리티도 훨씬 높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남들 앞에서 강의를 할 수 있는 깜냥이 안 된다는 것이 조금 답답하긴 하다.


어쨌거나 이건 기회다. 내가 만든 기회다. 처음부터 노리고 시작한 블로그가 아니었기에 선물 같은 기회다.

완벽하게 잘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부딪혀봐야 한다는 건 생각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하기로 한다. 이 기회가 내 인생 두 번째 터닝포인트가 될지, 한 번 반짝이고 이내 꺼져버리는 폭죽 같은 것이 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준비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블로그 시작 2년 만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릿이다. 끈기와 꾸준함. 열정. 노력. 성장. 공부. 이 키워드들이 내 블로그를 키우는데 큰 힘이 되었던 요소였다.


물론 지금도 모래 속에 파묻힌 채 아직 발견되지 못한 진주 같은 분들은 넘쳐날 것이다.

그들도 언젠가는 당연히 누군가의 손에 잡히게 될 것이다. 그들 또한 준비되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묵묵히 자기 할 일에 힘을 빼고 집중하다 보면 분명 기회는 오게 되어있다.

결국 모든 것은 잘 될 것이다. 만약 지금 좋지 않다면, 그것은 아직 끝이 아니라는 뜻이다. -오스카 와일드-

매일 확언으로 쓰는 말이다.

그렇게 쓰고 소리내어 읽고 눈으로 보는 사이에 이 말이 뼈에 묻혔나보다.

안 돼도 두렵지 않고, 좋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마력의 문장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지금 좋지 않다는 건 끝이 아니다. 끝이 안 좋을수 없다는 말은 나를 자꾸 움직이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 강의기획안을 쓰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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