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
행동이 모든 성과의 근원이다 -피터 드러커-
모두들 퍼스널 브랜딩을 하는 목적이 결국은 수익화를 위함이라고 말한다.
사실 어차피 쓰는 글이라면 그것이 돈까지 가져온다면 이보다 더 이상적일 수는 없다.
하지만 무리하게 돈만 생각한다면 그동안 노력했던 브랜딩은 처참히 실패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독자들은 나의 글에서 돈 냄새가 풍기는지 아닌지 귀신같이 냄새를 맡는다.
나는 인플루언서가 되기 전, 그러니까 인플루언서에 도전을 하는 중에 이미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그건 내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동기였던 어느 '필사 모임'의 방식이 맞지 않아 내 방식대로 함께 필사하고 책을 읽는 모임을 만들고 싶은 이유가 컸기 때문이었다.
무료 모임으로 시작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무료라고 하면 사람들이 강제성을 느끼지 못하고, 동기 부여의 효과가 떨어진다고 생각했기에 페이백 제도를 사용했다.
페이백을 받기 위해서라도 멤버들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책을 읽었고 필사를 했고 인증을 했다. 물론 페이백이 목적일리 없다. 책을 읽는 데 추가되는 조미료 같은 것일 뿐이다.
그렇게 한 권을 완독 하는 기쁨을 알아가는 사람들은 책을 읽는데 훨씬 자신감이 붙었다.
처음 만든 그 모임은 '글마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글을 마음에 담다는 아주 소박한 뜻을 가지고 있는.
대체로 세계문학 고전소설을 읽는 모임으로 만들었다.
세계문학은 대부분 어린 시절이나 학창 시절에 한두 번 읽어보았거나, 제목만 들어보았던 경우가 많았다.
알고 있지만 모두 읽지는 않았던 그런 책들이다.
사실 세계문학이나 고전은 독서 초보가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 깊은 뜻까지 고려하자는 취지는 아니었고, 소위 말하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책을 나도 읽었다는 자부심을 채우는 정도면 되겠다 싶었고, 사람들 생각 또한 그러한 듯 보였다.
필사는 내가 해보았더니 의외로 많은 장점이 있었다.
휘발되기 쉬운 책 속의 문장들을 손으로 꾹꾹 눌러쓰면서 읽으면 확실히 내용 파악이 쉬웠다.
그리고 필사를 하다 보니 오로지 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마음이 복잡하고 잡생각이 많을 땐 필사를 하는 것이 정신적으로도 도움이 되었다.
단 필사를 한답시고 책의 활자만 그대로 베껴 쓰면 아무 소용이 없다. 말 그대로 글자만 베껴 쓰다 보면 이해는커녕 무슨 내용인지조 차도 파악 못하고 따라 쓰기에만 치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래서 필사 문장을 고른 후에는 그 문장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낭독한다.
낭독하면서 뇌에 기억을 시키고 기억할 수 있는 단위만큼 기억해 노트에 적는다.
그러니까 눈은 책의 글씨를 보고 손은 노트에 있지 않아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방법들을 모임에서 멤버들에게 알려주면 그들은 하나를 배웠다는 느낌을 받으며 매우 감탄한다.
그리고 이런 방법들은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기에 그들도 똑같이 경험하게 된다. 효과가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므로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글마담'이 어느새 22기가 되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집을 하고 진행을 했으니 22개월이 된 것이다.
필사의 매력에 빠져서, 고전의 매력에 빠져서 연이어 계속 모임에 참여하는 멤버들도 있다.
그런 분들을 보면서 나는 참 잘하고 있다고, 하길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하곤 한다.
그들이 내가 만든 모임을 통해 책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하면서 모임비를 저렴하게 운영한다.
벤치마킹은 언제나 중요하다.
온라인 독서모임이 얼마나 많은가. 블로그에 집중하던 나는 인스타그램도 병행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인스타는 나에게 어렵지만 그 바닷속을 나름 탐험해 본 결과 모임 모객은 블로그보다 인스타그램이 수월하게 보였다.
그곳에서 다른 모임들을 충분히 탐색할 수 있었다.
나의 모임과 비교를 해보니 모임비는 비슷하거나 대체로 높았고 (나보다), 페이백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들 신청하는 사람들에게 뭐라도 하나 준다는 것을 알았다. 주로 노트나 워크지 같은 것을 주었다.
워크지가 궁금했다. 알게 된 사실은 그 워크지에는 발제문이 적혀있거나, 퀴즈를 풀 듯 문제를 내거나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필사하는 페이지를 넣거나 그랬다.
그 워크지에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니까 그런 워크지를 준다고 하면 모객이 더 잘되는 것이었다.
나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한동안 했었다.
하지만 나는 멤버들에게 발제문을 주고 싶지 않았다.
내가 다 만들어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책을 읽었으면 스스로 생각하는 뇌로 발달시켜야 하는데 발제문에 대답하는 정도로 책을 충분히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멤버들이 각자 스스로 발제문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글마담은 줌으로 토론하는 것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모임장인 나는 할 일이 별로 없었을뿐더러 그야말로 저절로 굴러가는 바퀴를 장착한 자동차 같았다.
인스타에서 워크지를 배포하는 모임을 본 후로 계속 생각했다.
나는 비록 저렴한 모임비라도 돈을 받고 진행하는 모임인데 그들은 과연 내 모임에 와서 진짜 책을 제대로 읽게 되었을까? 책을 통해 성장을 하고 있을까? 책 내용을 제대로 파악한 게 맞을까? 그들은 나에게 신청비를 쓰고 무얼 얻어갔을까?
단지 책 읽고 필사하고 블로그에 그 내용을 포스팅하고 인증링크를 주라고 하는 게 내 모임의 방식이었다.
나는 문득 그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너무 무책임한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멤버들에게는 힘들지언정 남는 독서를 하기로 했다.
그야말로 빡센 독서를 시작했다.
결과는 모두들 나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읽는 동안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같이하니 가능했고, 확실히 엄청난 생각들을 하면서 책을 읽게 되었다고.
내 모임에서는 읽기, 쓰기, 말하기를 다 해야 하는 것으로 운영방침을 바꾼걸 천 번 만 번 잘했다고 생각한다.
줌으로 토론을 하기 시작했더니 그날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독서모임의 꽃은 서로 얼굴 보며 같이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는 걸 왜 진즉 몰랐을까 싶었다.
이게 다 인스타의 어느 독서모임을 벤치마킹하려다가 생긴 일이었다. (그곳은 줌토론을 하지 않는 곳이었지만)
꾸준히 탐색하고 정보를 뒤지고 뭐가 더 없을까를 고민하는 나의 습관은 나를 점점 더 성장하게 이끌었다.
늘어가는 독서모임
글마담을 통해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숙지했고, 나는 자신감이 붙었다.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글마담의 세계관은 세계문학과 고전이라고 아예 정해놓았기에 그 외의 장르는 그 모임에서 할 수 없었다.
세상엔 좋은 책이 너무 많지만 나는 되도록이면 혼자 읽기 어려운 책을 함께 읽는 힘으로 한 권 두 권 읽어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임을 늘렸다.
다만 모객은 잘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베스트셀러보다 스테디셀러로 책을 선정했고, 스토리가 재미있는 책보다는 생각할 것이 많은 책을 선정했다. 모임을 모집하는 데에 90%는 책 선정이 결과를 말해준다.
얇고 넓게가 아닌 깊고 좁은 독서를 하길 원했다.
타겟층은 당연히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다. 초보독서가들에게는 무리인 책들이고, 중수이상의 독서가들은 혼자서도 읽을 근력이 이미 있을 테니까.
결국은 단계를 낮췄다. 스테디셀러 중에도 잘 읽히는 책들은 충분히 있었고, 신간보다는 오래된 책을 골랐기에 나름 다들 유명한 책이기도 했다.
독서모임 모객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책 선정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내 생각과 모두 비슷하리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는 것을 나는 독서모임을 오래 운영하면서 배웠다.
아니, 이 책을 궁금해하지 않는다고? 아니, 이 책을 모른다고?
나만의 생각은 전부 버려야 했다. 사람들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어떤 책을 읽고 싶어 하는지. 어떤 책을 읽다가 포기했는지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도서 인플루언서나 도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 또는 북스타그래머들에게 가장 접근하기 좋은 수익화 방법은 단연 독서모임이다.
이것은 각자의 전략으로 진행하면 된다.
무료모임으로 시작하면서 일단 사람을 모으다가 후에 유료로 전환을 하던지, 처음부터 유료로 하되 다른 모임과 차별성이 있는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만들던지, 아예 고가의 유료모임으로 프리미엄 라인을 만들던지...
각자의 능력이다. 겉으로 봐 선 알 수 없는 모임의 리더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하더라도 시작해 보는 것이다.
행동하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나는 자격이 될까? 사람들이 나를 따라올까? 이런 생각은 시간만 버릴 뿐, 되든 안 되든 일단 모임을 만들고 모객을 해봐야 한다.
거기에서 시도해 보기 전엔 전혀 몰랐던 많은 것들을 깨닫고 배울 수 있다.
온라인 독서모임으로 성공하는 일은 사실 녹록지 않다.
모임이 수도 없이 많을뿐더러 더 중요한 건 내게 왔던 멤버를 얼마큼 유지하며 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있다.
끊임없이 개발을 해야 하고, 모임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리더가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은근히 많다.
가성비가 아주 엉망일 수 있다. 하지만 리더는 가성비가 아닌 가심비를 생각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돈 이상의 가치를 얻고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바로 독서모임이다.
욕심 없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독서모임으로 큰돈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돈은 자고로 내 뒤를 졸졸 따라오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한 달, 독서모임 멤버를 많이 모으면 수익이 제법 된다. 어떻게 하면 멤버모집을 더 많이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느냐, 아니면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좋은 독서모임을 경험하게 해 줄까를 생각하느냐 하는 건, 모임장의 마인드에 달렸다.
나는 처음엔 전자의 마음이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후자의 마음이 되었다.
나는 지금 블로그를 통해 4개의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나의 시그니처인 '글마담'과 글쓰기 모임인 '글쓰담' 그리고 독서노트를 쓰는 모임 북살롱과 나와 미래를 함께할 정예멤버 프리미엄 독서모임 '클럽 그레이스풀'이다.
거기에 벽돌책을 읽는 모임 '브릭핏'을 무료모임으로 시작하였다. 가장 읽기 힘든 책들을 읽게 하는 데에는 신청비가 그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이미 유료모임 여러 개를 진행하고 있는 나로서는 멤버들에게, 나의 블로그가 크는데 일조해 주신 이웃들에게 재능기부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받은 것이 있으면 당연히 나누고 돌려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무료모임 모집은 무척 색다른 경험이었다. 지금 20명이 함께 <작은 아씨들>을 읽고 있는 중이다.
아직까지 나는 투자하고 있는 단계다. 물론 수익화를 하고 있지만 내 목표는 더 큰 것이기에 받는 것보다 몇 배로 더 주려고 하고 있다. 시간이 드는 일이기에 즐기며 하고 있다.
누군가는 내가 독서모임으로 버는 돈이 부러울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버는 족족 풀어준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부러울 수도 있겠다. ㅎㅎ
이건 나의 영업비밀이다.
어쨌거나 내가 인플루언서이기 때문에, 내 블로그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나는 그것이 무척 마음에 든다.
매일 행복하고 매일 감사하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