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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휘 Jul 18. 2024

원고료 받는 북리뷰

서평 쓰는 법

도서 전문 인플루언서로서 나는 가장 잘해야 하는 것이 바로 북리뷰라고 생각했다.

가끔 책 정보를 검색하다 늘 만나곤 하는 여러 블로그의 북리뷰를 보면 대체로 읽기가 힘들거나 원하는 정보를 알 수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았다.

다들 각자 책을 읽고 자신의 느낀 점을 나열한 것이 대부분이거나, 책 속의 인용문을 잔뜩 베껴놓은 글들이 많았다. 지식적으로나 객관적인 서평을 찾기가 힘들었다. 서평보단 차라리 독후감이 많았다. 내가 예전에 썼던 그런 독후감들처럼.


전혀 전문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네이버는 이제 전문성에 주목하기로 했다. 내가 네이버라는 바다에서 작은 섬이라도 하나 만들고 싶다면 분명 전문적이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평에 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사서 읽었다.

유튜브에서 강의도 찾아들었다.

서평에 대한 공부를 하며 하나씩 새로운 것을 알게 될 때마다 바로바로 적용해서 글을 써보았다.

다른 서평책에서 또 다른 내용을 숙지하게 되면 또 바로 적용해 보았다.

그렇게 여러 번의 변화를 통해 나는 이제 서평이란 것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확실하게 감을 잡았다.


협업제안 메일을 받을 때 출판사에서 나에게 주로 하는 이야기는 내용을 확실하게 잘 전달해 준다, 솔직해서 도움이 된다. 등이었다.

작가님들로부터 직접 제안을 받고 책리뷰를 올렸을 때는 자신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매우 정확하게 짚어줬다는 칭찬을 받곤 했다.

그리고 나처럼 도서인플루언서가 되고 싶고 서평을 잘 쓰고 싶은 분들에게 클래스를 열어 내가 배운 것들을 고스란히 가르쳐주었고, 그들 중엔 서평은 고사하고 독후감도 처음 써본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어떤 책을 읽고도 이제 쓸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얻었다고 내 수업에 매우 만족하였다.


서평 잘 쓰는 법

그렇다면 이제 내가 서평을 쓰는 방법을 이야기할 차례다.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독서법이 달라져야 한다. 그러니까 '나는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쓸 거야' 하는 마음가짐으로 책을 읽기 시작해야 한다.

나는 읽은 모든 책을 서평으로 남기기 때문에 이젠 서평을 써야 한다는 마음은 기본이 되었지만, 서평이나 북리뷰가 아직 습관이 안 된 분들은 특히나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책을 만났을 때는 이 책을 서평으로 꼭 쓰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해야 한다.

먼저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서평은 에세이와 같고 독후감은 일기와 같다고 보면 되겠다. 즉, 독자가 있고 없고의 차이다.

독후감은 일기처럼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되고 나만의 기록으로 가볍게 써도 되지만 서평은 그렇지 않다. 문자 그대로 책을 평하는 것이 서평인데 나 혼자 읽을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독자가 있는 글이기에 더욱 전문적이고 정성스럽게 써야 하는 것이 서평이다.


서평을 쓰기 위한 독서를 할 때 나는 책과 함께 펼치는 노트가 있다.

일명 내가 지은 이름으로 '막노트'라고 하는 것인데, 책을 읽으면서 바로 기록할 것들을 나열하듯 쭉쭉 적어가며 읽는 것이다. 서평에 인용문으로 쓰고 싶은 문장을 만나면 바로 막노트에 인용문의 간단한 키워드와 책의 쪽수를 기록해 둔다. 나중에 서평을 쓸 때 이 막노트의 기록을 보면 요약정리가 훨씬 쉬워진다.

막노트는 1차적으로 요약하는 노트이다. 그래서 양도 방대한 편이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이 막노트만 한 번 훑어본다.

서평에 들어갈 내용들을 맥락이 맞도록 막 노트를 보며 다시 한번 추려낸다.


서평을 쓸 때의 포인트는 주제를 정하는 일이다.

책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주르륵 열거할 필요가 없다. 책이 주는 메시지가 5개라면 그중 하나에 집중한다.

책 내용을 모두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나 그것을 참아내야 한다.

극단적인 요약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딱 하나의 주제를 골라 (그것이 책의 핵심포인트임을 잘 찾아내는 능력이 물론 필요하다) 그 주제에 대한 인용문을 2-3개 정도 선택한다.

밑줄을 팍팍 긋고 책 전체를 플래너 포스트잇으로 도배를 할 정도로 좋은 문장들이 많은 책에서도 눈을 딱 감고 2-3개의 문장만을 골라내야 한다.

대부분 독자들은 이것을 힘들어한다. 왜냐하면 진짜로 이 문장도 좋고, 저 문장도 좋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제를 잡아놓으면 그 주제에 해당하는 문장을 선택하는 폭이 확연히 좁아지기에 선택장애에서 벗어나기도 쉽다.


어떤 리뷰들을 보면 책 속의 인용문만 하염없이 베껴써놓은 것들이 있다.

이건 독후감도 리뷰도 뭣도 아닌 그냥 엉터리글이다. 베껴서 옮겨 적는 것도 일일 텐데 애먼 시간만 낭비한 꼴이다. 그런 글들을 만나면 나는 무척 안타깝다. 인용문을 타이핑하는 시간이면 서평 하나 쓸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사실 서평을 전문적으로 쓰기 위해선 개조식 요약으로 1차 초고를 쓰고 마찬가지로 여러 번의 퇴고를 하는 것이 맞겠지만 블로그에 올리는 서평은 그렇게 완벽하게 전문적이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글을 쓸 수도 없다. 블로그는 그래도 검색자들이 읽기에 조금 편안한 글이어야 하고 쓰는 블로거도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 정도여야 지속적으로 쓸 수 있다.

모든 글은 먼저 설계를 해야 하듯 서평도 익숙하지 않을 때엔 대략 큰 그림을 그려놓고 쓰면 쉽다.

먼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여러 작은 주제들을 분류하고 요약하고 합치고 그래서 이 책의 특성을 잘 드러내면서 쓰는 이의 생각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을 누구에게 왜 추천하는지도 써야 한다.

이것이 서평의 기본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기에 한 권을 다 읽지 않고 발췌독으로도 서평 쓰기는 가능한 것이다. 핵심이 되는 주제만 뽑아내 쓰기 때문이다.


나의 서평 스타일

나는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때 막노트를 펼쳐두고 대략적인 포인트를 잡아가며 책을 읽는다.

일단 와닿는 문장들을 모조리 막노트에 적어두고 완독 후엔 막노트를 공부하듯 본다.

노트에 적힌 내용이 이해되지 않으면 다시 책으로 돌아가 그 부분을 살피고 완전히 이해한다.

막노트에서 서평에 적을 내용을 형광펜으로 표시한다. 그리고 서평을 적기 전에 독서노트에 정리한다.

독서노트는 a5 종이 2장에 책 한 권을 요약한다. 막노트에서 한 번 더 요약하고 줄인 것이 독서노트다.

이제 이 독서노트를 보며 서평의 가닥을 잡는다.

서평은 서지정보와 작가정보를 필수로 넣고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시대적 배경이 필요하면 그런 정보는 네이버 지식백과나 구글에서 검색해 정보를 수집한다.

책의 내용만 간단히 설명해 주는 것보다 특이점이 있는 작가의 성격이나 철학, 배경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주면 독자들이 몰입할 수 있다.

그리고 서평의 마지막 부분에선 총평으로 나의 생각과 더불어 간단명료하게 책에 대해 설명하고 그래서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한다는 식으로 마무리한다.


이렇게 쓰기 때문에 대체로 글자수는 2000자에서 3000자 내외가 된다.

블로그에선 제법 긴 글이기에 지루하게 쓰면 독자들이 글을 읽지 않고 이탈하게 된다.

내 블로그에 방문한 사람들을 내 글이 잡아두어 체류시간을 확보하게 되면 내 블로그는 지수도 올라가며 상위노출이 잘 되는 블로그로 클 수 있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니 어차피 쓰는 북리뷰를 조금 정성 들여 쓴다면 내 블로그 지수도 좋아지고, 나의 리뷰를 좋아하는 팬덤이 형성되니 얼마나 좋은가.

그런 서평은 출판사의 눈에도 띄기 마련이다.

협업제안이 더 많이 오게 되고 결국엔 원고료 협의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출판계는 짜다.

원고료에 대한 예산이 적다.

그래서 초보시절 나는 리뷰원고료 3만 원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10만 원, 15만 원도 받는다.

내 서평 퀄리티가 좋아질수록 방문자가 늘고, 공감과 댓글수가 많아지면 출판사에선 원고료를 낮게 부를 수가 없게 된다. (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경우가 더 많았다. 내 경험상)

그리고 분명 나는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정말 전투적으로 읽는다.

그건 출판사나 작가를 위한 일이 아니다. 나를 위한 일이지만 그 일은 곧 출판사나 작가에게도 좋은 일이 된다.


그러니 책이 좋아 열심히 읽고 서평으로 남기고 싶은 여러분들은 서평 쓰기에 진심이길 바란다.

헤세의 말을 참 좋아한다.

읽는 글에 대한 경의, 이해하고자 하는 인내, 수용하고 경청하려는 겸손함

이런 마음으로 책을 읽고, 서평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평을 쓴답시고 작가를 비난하거나 작품을 비평하는 데에 몰두하지 않도록 한다.

블로그에 쓰는 우리들의 서평은 전문 서평작가들이 쓰는 것이 아니라서 그분들에 비하면 한없이 가벼울 수밖에 없다.

그들의 지식과 사유를 따라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게 맞다.

그럼에도 서평이라부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서평이 뭔지도 잘 모르고 다들 그렇게 부르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모집하는 '서평단'도, 협업 메일을 보내는 마케터들도 '서평의뢰'라는 말을 쓰기 때문에 책을 읽고 기록하는 모든 것이 그저 서평이 된 추세라 할 수 있다.

서평작가들이 보면 많이 속상할 듯싶다.

해서 나 또한 서평이라고 말하기가 부끄럽다.

나는 북리뷰라는 말이 그래서 더 편한데 왠지 그 어감은 또 그저 그런 독후감을 떠올리게 한다.

서평과 리뷰 사이의 어떤 말을 찾고 싶다. 서평과 독후감의 그 중간쯤 되는 레벨의 말을.

리뷰평?.....

모든 사람에게는 맞는 옷이 있듯 언어도 자기 자리에 맞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서 서평이란 말 대신 독후감이면 독후감, 북리뷰라면 북리뷰라고 쓰면 좋겠다. 서평이라고 해서 글을 봤는데 전혀 서평 같지 않은 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서평을 공부하지 않은 채 서평이란 말을 쓰진 말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서평에 대한 개념부터 제대로 알고 가는 것이 도서 블로거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결론은?

남들보다 조금 더 책을 잘 읽는다는 것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서평이든 리뷰든 글에서 나타난다.

그런 리뷰글들이 좋으면 출판사에서는 스스로도 '책만 주고 써달라 하기 미안한데?'의 수준으로 봐주는 것이다.

블로그에 방문자가 많고, 책리뷰 글이 좋으면 출판사에서는 신간을 당연히 그 사람이 홍보해 주길 바랄 것이다.

그러면?

원고료를 받게 되는 거지 뭐~ 그렇게 수익화가 시작되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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