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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 밥밥 Oct 10. 2024

프롤로그: 안녕 나의 귀여운 ADHD!

나는 이 글을 왜 쓰는가? 나는 의사도 아니고, 의학적 지식이 넘치는 전문가도 아니다. 그냥 서른 살이 다 되도록 ADHD인지도 모르고 살다가, 마침내 그 존재를 알아낸 뒤에야 ‘이게 뭐야!’ 하고 깜짝 놀라 방방 뛰는 그런 사람이다. 그러니 이 글은 거창한 치료 사례나 의학적 분석이 아니라, 내 실수담이 가득 담긴 매우 얼렁뚱땅하고 무척 귀여운 ADHD 자기소개서에 가깝다.


ADHD는 갑자기 나타나 “사실 너랑 평생을 함께 살았어”라며 뜬금없는 고백을 했다. 그리고는 “그동안 네가 그렇게 혼란스럽게 산 거, 내 책임도 좀 있다”라고 하는데, 과연 누가 안 놀랄 수 있을까? 작은 쌀알만 한 약을 하나 먹었을 뿐인데, 내가 그동안 겪어왔던 불편함들이 조정되는 걸 보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그토록 혼란스럽고 예민했던 내가 말이다! 그런데도 약의 효과는 사람마다 다르니, 이 글이 ‘약 찬양 에세이’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보다는 나처럼 머리 위에 물음표가 수북한 누군가가 ‘혹시 나도…?’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적는다.


내 ADHD가 귀엽다고 말했지만, 그 시간들은 결코 가벼운 게 아니었다. 무기력, 불면, 우울, 알코올 중독, 의기소침, 학업과 대인관계의 문제까지… 그로 인해 너무 많은 날들을 힘겹게 버텨야 했다. 이제야 비로소 나는 내 문제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이젠 정말로 싸워볼 준비가 된 셈이다.


이 글이 ADHD 자가 진단 툴은 아니다. 하지만 ‘혹시 나도…?’라는 생각이 든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길 권하고 싶다. 나도 이 글을 쓰기 전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ADHD 동지들’의 이야기에 큰 힘을 얻었다. 그러니 이 글이 당신에게도 작은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남들 눈에 ‘그냥 귀여운 실수’처럼 보였던 것들이, 당사자인 나에게는 얼마나 큰 무게였는지, 그리고 그 무게가 조금씩 가벼워지는 과정을 함께 나누고 싶다.


요새 ADHD가 유행처럼 떠오른다고들 하지만, 그 덕분에 나의 또 다른 ‘신대륙’을 발견했다. 나의 얼렁뚱땅 일화가 당신에게도 작은 발견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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