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양이

by 발돋움

사내 단톡방이 난리가 났다.

계속 울려대는 단톡방 메시지 알림음에 일하다 말고, 단톡방을 들여다보니 아기 고양이 사진이 올라와 있다.

힘없이 축 쳐져 서로 등을 붙이고 있는 아기 고양이 2마리.


자재창고에서 며칠째 계속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길래. 울음소리의 출처를 찾던 직원이 들어온 지 일주일이 지난 자재 팔레트 사이에서 아기 고양이 2마리를 발견했다. 고양이들은 부산에서 자재가 들어오기 전부터 자재 속에 갇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아무것도 먹지 못한 아기 고양이들은 기력을 소진한 것도 모자라 양쪽 눈의 상태도 심상치 않아 보였다. '이를 어쩌면 좋지' 하고 서로 바라만 보고 있는 사이 담당 차장님이 시간을 내여 동물병원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더운날씨와 영양실조로 시력은 이미 잃었고, 건강상태도 매우 불량해 옆에서 면밀히 보살펴 주지 않으면 힘들 것 같다고... 그래도 살아 있는 생명을 그대로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 차장님은 분유와 약을 타 오셨고, 직원들은 교대 근무 때마다 돌아가며 분유도 먹이고 약도 먹이며 정성스럽게 보살폈다.


약과 분유를 먹으면서 한 아이는 기력을 찾는 듯했지만, 축 쳐져있던 한 아이는 끝내 일어서지 못하고 고양이 나라에 별이 되었다. 혼자 남은 아기 고양이는 기력을 찾아서 인지, 형제를 잃어서 인지 쉬지 않고 계속 울 어데며 임시 보금자리를 서성였다. 다음날 기력을 찾은 것 같았던 아기 고양이도 가만히 웅크린 체 더 이상 울 수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이 더운 여름날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두 눈이 멀만큼 힘든 시간을 버틴 녀석인데, 흡족한 분유와 치료를 위한 약이 주어졌음에도 더 이상의 시간을 견뎌내지 못했던 건... 아픈 몸 때문인지 깊은 외로움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우리 곁에 잠깐 왔다. 아기 고양이 2마리는 다시 떠났다.


최근 TV 프로그램 중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에서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이란 책을 소개한 적이 있다. 우리가 금기시하고 생각하기도 싫어하는 '죽음'이란 단어를 늘 가까이하며 대비하고, 그것을 염두에 두고 살아 갈수록 삶은 더욱더 알차고 보람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유쾌한 죽음을 맞이 할 수 있다는 다소 생소한 내용의 책이었다.


아기 고양이를 떠나보내며 나는 죽음에 대한 대비를 잘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비가 잘된 어느 순간엔 지금은 내려놓지 못한 많은 것들을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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