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수 2

by 발돋움

칠흑을 집어삼킨 듯 적막하던 창밖은 보이지 않아도 태양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시나브로 어둠이 걷히고 있었다.

똑똑.

동이 터 오는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김교수에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김교수가 자주 사용하는 휴게실이긴 하지만, 말 그대로 휴게실이다 누구든 들어와 쉴 수 있는 곳.

고개를 돌린 김교수는 휴게실 문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민 이진혁과 눈이 마주쳤다.

[휴게실인데 뭘 노크를 하나 그냥 들어오면 되지.]

[아. 그래도 교수님 쉬실 것 같아서. 주무시면 어쩌나 하고요.]

들어오라고 가볍게 눈짓한 한 김교수는 다시 바라보던 창문밖 풍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쭈뼛거리던 이진혁이 뒷머리를 긁적이다 커피포트에 물을 확인하고 다시 버튼을 눌러 온도를 올린다.

훤칠한 키에 짙은 눈썹, 화사한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로 단정한 인상을 풍기는 이진혁은 물이 끓는 동안 김교수 옆에서 다소곳이 두 손을 모으고 창문과 김교수에게 모두 열린 위치에 섰다.

[자네 첫 부검이었잖나. 어때? 할만했나?]


내과 레지던트 2년 차이던 이진혁은 갑자기 법의학과로 돌연 방향을 틀었다. 우수한 성적, 수려한 외모, 꼼꼼한 성격,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톤까지 내과의로 재격이었던 그가 갑자기 법의학과로 전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모두들 말 그대로 미쳤다고 했다. 사건 발생과 함께 언제든 출동준비를 해야 하고, 대부분 처참하게 훼손되거나 부패한 시체를 마주해야 하는 일이 부검의다. 게다가 사건과 맞물리다 보니 언제든 법정에 설 각오를 해야 하는 정신적 압박감 또한 상당한 과가 법의학과 아닌가. 내과에서 장래가 촉망되던 그가 일은 힘들고, 수입은 낮고, 정신적 부담은 늘이고 지고 살아야 하는 법의학과로 전향한 이유가 뭘까? 법의학과 면접을 보던 날 이진혁은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 저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싶습니다. 교수님이 많이 도와주십시오. ]

6하원칙을 들어 반문하고 싶어지는 이 모호한 답변을 듣고 김교수의 입고리엔 엷은 미소가 매달렸다. 지원자가 없으니 시체 구경하러 왔다고 대답했어도 김교수는 오케이를 날렸을 것이라 주변교수나 레지던트들이 수군댔지만 김교수만은 어쩐지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커피포트에 온도가 올라 포트로 커피를 내리던 이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야무지게 다문 입술 끝을 치켜올렸다.

[네. 제가 내과의로 살았더라면 절대로 알지 못했을 것들을 많이 배우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제법 모호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김교수가 이진혁에게로 고개를 돌렸을 때, 김교수는 이진혁을 바라보다 이진혁 너머 휴게실 모퉁이로 시선이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하루 종일 뿌옇고 흐릿했던 시야가 또렷해지며 초점이 잡혔다. 김교수의 깨달은 듯 확신에 찬 시선이 다시 이진혁에게로 향했다. 이진혁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홀짝였다. 결심한 듯 김교수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이진혁에게로 바짝 다가섰다.

[자네 오늘 아침 국밥 한 그릇 어떤가? 내가 잘 자주 가는 곳이 있는데.]

[국밥 완~전 좋습니다.]

잔을 내려놓은 두 사람은 서둘러 휴게실에서 탈의실로 향했다. 그 사이 아침햇살이 휴게실 안쪽으로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다. 햇살은 가죽소파와, 두 사람이 내려 둔 커피잔, 커피포트에도 천천히 내려앉았다. 다만 하루 종일 해가 들지 않는 곳. 창과 벽이 맞닿은 휴게실의 안쪽 모퉁이엔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길게 드리운 창백하고 앳된 모습의 망자가 슬픈 표정으로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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