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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Jun 18. 2022

다 들리는 집에서 과외수업은 사치다.

아파트에 산지 1년 정도 됐을 때, 더 이상 스터디카페를 가지않고 집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다.


노무사시험 2차를 보고서 이듬해에 한번 더 기회가 있는 2차 시험까지 12개월이나 남은 터라 좀 편하게 집에서 공부하려고 한 것이다.


코로나 예방주사를 안맞기도 했고 (그 시기엔 코로나 주사 접종을 안하면 스터디카페에 못 들어갔다.) 가끔은 스터디카페에 시끄럽게 하는 복병들이 힘들게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오른쪽 옆집에 살던 신생아 있는 가족이 이사를 가서 예전보다 훨씬 조용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 이제는 우리집에서 좀 편안하게 공부해보자.’


작은방은 쪽 옆집과 맞붙어있는데 그중에서도 내 책상은 옆집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동안 쪽 옆집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아파트의 ‘구경하는 집’이었던 터라 붙박이 가구를 벽쪽에 다 만들어서 우리집 소음도 훨씬 덜 들릴 게 분명했다.      


‘안심이네, 쪽 집은 이해해주는 사람들이니까. 그래도 소음에 취약한 집이니까 공부하면서 최대한 조용히 해야지.’     


혹여나 책상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도 들릴까봐 식탁보같은 레이스면도 깔고 강의도 꼭 이어폰으로만 들었다.


그런데 프린트물을 교재에 붙여야할 때 딱풀을 쓰고 책상에 내려놓는 게 문제였다. 딱풀 내려놓는 ‘탁’소리가 안나게 하려고 딱풀 뚜껑을 잡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내려놓다가 아래쪽 본채가 뚜껑에서 떨어지면서 ‘탕~!’하고 책상을 부딪힐 때가 몇 번 있었다. 에고, 실수...     




처음엔 괜찮았는데 한 5번 정도 딱풀이 책상에 크게 떨어지는 소리가 나니까 벽 너머에서 책상을 탁탁 하고 치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어라?’

그게 시작이었다. 왼쪽 옆집에 사는 애니메이션 전공이라는 20대 여자분이 작은방에서 항상 거주하고 있는데, 내가 스터디카페에 가지 않고 작은방에 상주한지 3~4주 만에 시끄럽다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에고, 조용히 해야겠다.’  


딱풀은 더 이상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꽉 움켜쥐었다. 


이제는 의자가 문제였다. 산 지 2년 정도 된 데스크 의자는 그냥 있을 땐 괜찮은데 처음 의자에 앉을 때 어딘가에서 ‘탕타다당’ 소리가 났다. 일어날 때도 생각없이 팍 일어나면 마찬가지로 뭔가 ‘탕타당’ 소리가 났다. 그냥 작게 나는 소리라 다른 곳에서는 신경도 안 쓸 소리인데 이 집에서는 이 소리도 엄청 난 스트레스였다.     


‘옆집에 들릴 것 같은데... 휴... 살금 살금 앉아야지.’

매일 의자에 앉고 일어나는 소리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행동해야했다.     


그런데 자기 딸이 나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을 한걸까?

복도에서 걷는 소리가 한번도 들리지 않던 조용하던 왼쪽 옆집 아저씨가 어느 순간 저녁시간마다 복도에서 뭔가를 탈탈 터는 소리를 매일 20분 넘게 내셨다. 구두를 복도벽에 부딪혀서 탕탕 터는 소리 같았다.

      

하지만 지금껏 잘 지내고 있는 집이라 뭐라고 말하기도 그랬다. 작은방은 복도 바로 앞에 있어서 특히나 더 복도 소리가 잘 들렸다. 그런 상태가 3주를 넘어가고 있었다.     


슬슬 부아가 치밀었다.

‘아, 시끄러워. 저 소리 지금 몇주째야?’


그런데 창문을 열고 이야기하면 화가 나서 싸우게 될 것 같았다. 이미 오른쪽 옆집과도 싸웠었는데 얻은 것은 더 시끄러운 소음 뿐이었기에 이번엔 절대 싸우고 싶지 않았다. 왼쪽 옆집과도 싸울 순 없지. 꾹, 이를 악물고, 꾸욱 참았다.   

  

너무 힘들 때는 살구 씨였나, 자두 씨였나.

과일 씨앗을 버리려고 모아뒀던 것을 소리 안나게 옆집 벽에 던졌다.


과일 씨앗을 던졌을 때 과연 왼쪽 옆집에서 알았을까? 잘 모르겠다.  


어쨌든 참으니 그 소리가 멈추긴 멈췄다. 나중에 다시 간간이 들린 적도 있지만.     


그런데 그 시기, 엉뚱한 곳에서 소음이 터졌다.

왼쪽집의 '윗집'이 갑자기 발망치를 시작한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난다. 

때는 옆집에서 초등학생들에게 한자수업을 했던 목요일 오후 5시 정도였던 것 같다. 우리집에서 아이들 소리가 잘 들리지는 않아서 수업을 하는지 직접 물어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대신 복도에서 주기적으로 “이야~~아~~ 같이가~!”하면서 뛰어가는 소리가 났다. 단순히 다른 층에서 아이들이 계단으로 내려가거나 올라가면서 소리지르며 지나가는 줄 알았다.     

 

사실 지금까지는 스터디카페에 있느라 그 시간에 집에서 아이들 소리를 들은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작은 방에서 하루종일 지내면서 공부를 하니 우리집 앞을 지나가는 아이들 소리가 들리긴 했다.


‘방과후 아이들 돌봄’같은 아르바이트가 있다더니, 그런건가? 아이 다 키우시고 소일거리로 애들이 잠깐 집에 있다가 가나보다. 왼쪽집은 우리집이랑 방음이 잘되어서 집 들어가면 조용해지니까 이 정도면 괜찮지.  


그런데 왼쪽 윗집에서 '쿠궁'하는 소리는 너무 울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이상하다... 이쪽에서도 무슨 소리가 들리네. 말도 안돼. 저집은 늘 조용했잖아.’ 하고 넘기길 3주째. 복도에서 아이들 소리만 들리면 얼마 후 왼쪽집 윗집에서 발망치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빠, 왼쪽 옆집이 일주일에 한번씩 한자 수업한댔거든. 근데 애들 소리가 들리고나면 최근에 저쪽 천장에서 자꾸 발망치 소리가 들린다. 이상해~.”     


한두시간을 옆윗집이 발망치하니 머리가 너무 아팠다. 공부하는데 머리를 누가 자꾸 때리는 느낌...


그러던 어느날은 왼쪽 옆집에서도 시끄럽다고 느꼈는지 문을 쾅 닫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문을 '쾅' 닫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작은방인지 화장실인지 문을 쾅 닫는 것 같다.      

난 이집에서 문닫을 때도 문고리를 살며시 내려서 얼마나 조심스럽게 소리 안나게 하는데... 이건 옆집도 좀 너무했다. 그렇게 한 1달을 참았을까. 이제는 나도 못참겠다.


왼쪽 옆집은 문 쾅쾅, 왼쪽 옆집의 윗집은 발망치로 저녁시간에 3시간 넘게 매일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이건 과거의 신생아 있던 오른쪽집과 그 윗집의 싸움과 똑같았다.


그럼 이제 이사온 오른쪽 옆집은 조용해졌을까? 

아니다! 새로온 집 아기가 그전 아기보다 훨씬 조용한데도 오른쪽 윗집은 여전히 새벽시간에 난리를 쳤다.   

   

한마디로 더 개판이 된 것이다.

오른쪽 3층 집은 새벽에 3~5시간 집중 발망치로 우다다다 뛰어다니는 소리를 냈고 낮이나 저녁 시간은 좀 덜하게 됐지만, 대신 왼쪽 3층 집이 새벽 7시부터 간간이 1시까지 발망치를 하고 저녁 시간에 집중적으로 3시간 정도 발망치로 쿵쿵거렸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     

일단 다른 건 모르겠고 2층 소리가 3층에서 굉장히 잘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다 왼쪽집에서 한자 수업하느라 초등학생 몇 명(직접 본 적은 없지만)이 매주 와서 시끄럽게 말하고 왔다 갔다 하니까 그 윗집에서 이제 참을성의 한계가 왔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발망치를 하고 왼쪽 옆집도 문을 쾅 닫으면서 예민해지니 옆집도 우리 집 소음에 티를 내기 시작했다.      


우리집 안방에서 침대 머리가 왼쪽 옆집과 가장 가까운 쪽에 있었는데 항상 침대에 누워서 수다를 떨어도 아무 소리도 안 들리더니 어느 날은 남편이 코고는 소리에 새벽에 툭툭하고 벽을 치는 소리가 났다.   

   

‘어? 설마 벽 치는 소리?’     

같이 벽을 치고 싶을 정도로 좀 너무한다 싶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너무 지쳤고, 그동안 방에서도 옆집과 옆윗집에 잘들렸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너무 서운한 마음이 들면서도 그만큼 안방에서만큼은 자유롭게 수다떨고 즐겁게 지냈던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지난 1년을 참고 배려해준 것에 대해 고맙기도 했다.   

  

그래서 최대한 참고 조용히 넘어갔다. 두 달 정도 이 악물고 참았던 것 같다.


복도에서 신발 털고 문 쾅 닫던 왼쪽 옆집과 무게가 좀 나가는 듯한 그 윗집 부부의 저녁 시간과 오전 시간의 발망치 소리는 지금 생각해도 충격 그 자체였다.      


맨처음 신생아 있던 오른쪽 옆집 부부만 이사가면 이 아파트는 평화롭고 조용해지리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1년간 조용하기만 했던 집들도 똑같이 싸우기 시작했다니...      


토요일 저녁에 와서 일요일 점심쯤 시댁으로 간다는 우리 바로 윗집에게 그나마 감사할 뿐이었다. 그나마 하늘 위 한군데 숨통은 트이는 것이었다.




♡고린도후서 4장 17, 18절♡

우리가 잠시 받는 환난의 경한 것이 지극히 크고 영원한 영광의 중한 것을 우리에게 이루게 함이니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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