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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Jun 21. 2022

아파트 단체카톡방과 네이버 카페에서 생긴 일

<아파트 단체카톡방과 온라인 카페는 이웃사촌이다.>

“간밤에 하도 추워서 보일러 좀 올리고 벽지를 살펴보니 이쪽에 곰팡이가 피었네요. 베란다에 결로도 많이 보이고요. 저희집처럼 이런 경우 하자 신청해도 될까요?

먼저 하신 분들 고견 기다립니다~!” (단체 온라인카톡방)

    


내가 전세로 들어간 새 아파트에서 카톡방 가입은 거의 필수 불가결한 것 같았다. 아파트 입주 후 2년 동안 하자 접수 기간인데 어떤 하자가 있는지, 업체에서 어떻게 고쳐줬는지 서로들 노하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요긴한 소통의 장이 되기 때문에 그렇다. 가끔 근처 맛집이나 푸드트럭 오는 날 등의 정보를 주고 받기도 다.      


여름 한낮에 정전이 되었을 때도 큰 힘이 되어준 건 아파트 단체카톡방이었고, 싱크대에서 냄새가 날 때도 아래 어느 밸브를 잠그라고 알려준 것도 아파트 단체카톡방이었다. 어느 땅에 아파트가 지어지고 그곳에 이사 와서 사는 새 입주자들에게 우리는 닉네임이라는 약간의 익명성을 가진, 이웃 사촌까지는 아니고 이웃 팔촌쯤 되는 큰 힘이 되었다.     


그렇지만 때로는 감당못할 카톡에 힘들 때도 있었다. 밤늦게 50개가 넘는 카톡이 쌓여있어서 하나씩 읽느라 힘들기도 했고, 한번 대화에 참여하면 빠질 때를 놓쳐서 계속 핸드폰을 붙잡고 채팅하느라 몇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힘들면 가만히 있는 성격이 못되고 발벗고 나서서 물어보고 조치를 취하는 나에게 아파트 입주협 회장이라는 사람은 초반엔 정보도 주고 의지가 되었지만 갈수록 아파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존재로 느껴졌다.     


우리집은 1층이 로비로 되어있는 아파트의 2층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필로티라서 그런지 지하 1층에 있는 나무계단과 무대로 꾸며놓은 공간에서 뛰는 소리가 집 안에서 굉장히 크게 느껴졌다.      


원래는 지하 1층의 나무 계단과 무대가 있는 공간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공연을 하기도 하고 작게 소극장처럼 이용하도록 만든 공간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나무계단에서 아이들이 ‘콩 콩 콩’ 뛰는 소리가 우리집에서는 천장에서 누가 “콰앙 콰앙 콰앙” 뛰는 소리로 들려서 3층이나 4층에서 누가 탱탱볼을 세게 바닥에 던지거나 발로 뛰는 사람이 있냐고 인터폰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 문제를 아파트 카톡방이나 네이버 카페에 올려서 여러 번 문의를 해봤지만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X0X동에는 그런 문제가 있군요.’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국민신문고에 문의하라는 입주협 회장님의 말은 사실 맞는 말이면서도 현실성을 따졌을 때 전혀 맞지 않는 답변이었다. 당장 누가 뛰면 집안에서 생활이 안되는데 국민신문고가 언제 답변이 오고 해결이 될 줄 알고 기다리겠나.      


결국 나는 나무계단과 무대 들어가는 입구에 ‘출입금지’라는 테이프를 감아서 못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인터폰으로 관리사무소에도 여러 번 의견을 냈고 아파트 카페에도 글을 썼다.   

   

관리사무소 직원분께서는 회의를 해본다고 하면서도 펜스는 보기 흉할테니 큰 문을 설치하는 걸 제안한다는 황당한 소리를 하셨다. ‘그 큰 공간을 커다란 문으로 막는다니 누가 그 돈을 낸다는거지?’ 싶으면서도 내 의견까지 전달이 안될까봐 알겠다고 하고 3달 정도를 기다렸다.      


‘내부에서 회의를 한다니까 무슨 대답이 있겠지...’

그 무렵 난 3월부터 9월까지 월~일 하루 종일 스터디카페를 다니고 있었다. 아침 7~8시에 나가서 저녁에 잠깐 들어와 밥차리고 남편과 밥을 먹고는 또다시 집앞 스터디 카페에 가서 밤 12 ~ 1시에 집에 오곤 했다.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층간소음은 내 관심사에서 상대적으로 좀 멀어졌고 지하 1층 소리도 거의 들을 일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말에 집에서 쉬고 늦게 스터디카페를 나가려는데 또다시 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또 지하 1층 나무계단 소리구나!'


그때 오랜만에 다시 네이버 카페에 글을 썼다. 3달 전쯤 관리사무소에 이야기를 해서 입주협과 회의를 한다고 하던데 어떻게 되어가냐는 질문을 했다. 입주협은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으로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했고 난 어안이 벙벙했다.


설마 내 의견이 전달이 안된채로 3달이 흐른거야?

한번 더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하긴 했는데 더이상 신경쓰고 싶지 않아서 그뒤로는 그냥 무시하고 살았다. 몇주 뒤, 지하1층 앞을 지나는데 내가 의견을 낸 그 ‘출입금지’ 펜스가 나무계단 앞에 둘러져 있었다.      


‘그래, 평생 살 곳도 아니고 전셋집인데 너무 신경쓰지 말자. 이제라도 내가 의견낸 대로 했으면 됐지, 됐어.’     


그리고 봄이 지나면서 아파트 옆 공터에서 새 아파트를 짓는 공사가 시작됐다. 또다시 내가 등판할 일이 등장한 것이었다.



♡에베소서 5장 15절♡

그런즉 너희가 어떻게 행할지를 자세히 주의하여 지혜 없는 자 같이 하지 말고 오직 지혜 있는 자 같이 하여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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