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샤인 Jun 22. 2022

국가기관에 민원 전화하기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나와 이웃 지키기>


우리 아파트단지 옆에 커다란 공터에 조만간 아파트가 들어설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나마 우리 단지에서 내가 사는 동은 옆단지 아파트 공사하는 곳과 가장 거리가 멀었다. 옆집과 윗집 소리에는 힘들었을지언정 아파트 공사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동네 앞 마트를 갈 때 보니 공사 소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땅을 파는 소리부터 쇠파이프가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 등등 너무 시끄러운데 적당한 펜스조차 쳐져 있지 않았다. 먼지까지 폴폴 날려서 우리 아파트 근처에 공사장 가루가 다 날리는 것 같았다.      


마침 옆집과의 소음으로 매일 힘든 내가 그 처지를 이해하는 것은 쉬웠다.          

아파트 카페에 글을 올려봤다.


“집앞 마트에 가다보니 소리가 너무 시끄럽고 펜스도 없었어요. 먼지도 많이 날리고 어린 아이들이 바로 옆에서 뛰어노는데 위험할 것 같은데요. 막상 다들 조용하시네요. 어떠세요?”     


그제서야 댓글에서 한명 두명 반응이 왔다.     

“공사장 소리 너무 시끄러워요. 언제쯤 조용해질까요?”

“그동안은 출퇴근하느라 잘 몰랐는데 복도 창문에 먼지도 까맣게 끼어있어서 걱정되네요.”

“우리 아이들이 바로 옆에서 뛰어노는데 펜스도 없이 이렇게 공사중이라는 게 위험해보여요.”     


우리단지 아파트 임원들에게 주민을 대표해서 플랜카드도 설치하고 어떤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해봤다. 생각보다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었다. 내가 직접 구청에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기, 옆 단지에 사는 구민인데요. 펜스도 없이 공사소리가 너무 시끄럽고 먼지도 많아서요. 아이들도 뛰어노는데 어떤 조치를 취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구청 공무원은 직접 가서 말해보고 이야기 해준단다.


“선생님, 제가 말해봤는데요. 지하에 쇠막대기를 파서 심어야 펜스를 설치할 수 있는데 다른 작업 때문에 3주 정도 뒤에 한다고 하네요.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펜스는 최대 3m 높이로 한다고 해요. 법적으로 문제는 없어서 더 이상 뭐라고 하진 못했고요. 옆 단지에서 민원이 많아서 조심해달라고 말해드렸습니다.”     


이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다시 아파트 카페에 올렸다. “수고 많으셨다”는 말도 있었고 '좀 더 펜스를 높여야한다, 아이들이 위험하지 않게 3주 뒤 말고 당장 조치를 취해야한다, 플랜카드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었다. 난 아파트의 임원도 아닌데 그건 내 소관이 아닌 것 같아 임원들에게 건의를 해봤다.     


생각보다 이번에도 아파트 입주협 임원들은 적극적이지 않았다.


나보고 직접 해보라는 분위기였다. 난 조만간 다른 곳으로 이사갈 전세자라고 하니 자기들도 본업이 있는데 봉사하는 것이라면서 자기 일처럼 하시면 된다나.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임원들은 이 아파트의 집주인이자 직접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고 난 곧 이사갈 전세자일 뿐인데 계속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 이웃집과 윗집 소음 때문에 너무 지쳐있는데 그 일 해결하는 데만 해도 정말 고민이 많았다. 그렇다고 아파트 임원들이 내 이웃간 층간소음, 벽간소음 문제에 대해 도움을 준 것도 없었다.


내가 이웃들에게 편지, 인터폰을 보내는 건 기본 중 기본이고 하다못해 동대표 임원에게 1대1 채팅도 해봤다. 간곡하게 그간의 사정을 말하고 옆집과 옆윗집이 매일 낮밤 안가리고 크게 뛰고 천장을 치며 소리를 내니 중재해달라고 했는데, 정작 관리사무소에 연락해보라는  동대표에게 들은 전부였다.     


입주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사람들은 정말 없는걸까?

하다못해 입주민 대표라도 공감하고 이해하고 공론화해주면 좋을텐데...     


그 당시 입주협 회장은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화내고 욕하는 입주민을 엄중히 혼내는 포스터를 각 동 엘리베이터마다 붙여놨었다. 물론 열심히 아파트를 위해 일하는 직원에게 욕하고 소리를 지르는  잘못된 것이 맞다.


그러나 직원분들에게 연락했을 때 친절하고 정확한 답변을 들은 적이 드물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한참 호소하면 다른 직원 바꿔주고 또 다른 직원 바꿔줘서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게 만들었던 것들, 정작 해결책 없이 아파트 방송 한번 해주는 걸로 선심쓰듯 했던 것들, 그리고 입주민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화를 돋웠던 직원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직원분들의 월급을 주는 입주민 입장에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관리사무소와 한편이 되어서 입주민 대표가 아직 큰 업적이 없는 본인의 입지를 지키려는 수작으로 보이기도 했다. 입주민들의 대표인데 마치 관리사무소의 대변인처럼 보인다고 아파트 카페에 쓴 한 입주민의 댓글을 보고 참 공감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파트의 대표 임원들이 입주민이 이런저런 일로 힘들다는 민원글을 남겨도 제대로 공론화 시키지 않고 회의 안건에도 올리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많다는 것은 슬프고 화가 나는 일이었다.      


그런 일이 누적되면서 나는 입주협 회장과 긴 댓글 토론을 한 적이 많았다. 나 외의 다른 입주민들도 주차장 문제, 아이들 놀이터 문제, 강아지 배변 문제 등으로 입주협과 많은 입씨름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제대로 결론이 난 것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쉽다. 입주민을 대표해서 입주협을 만들었으면 끝까지 입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면 좋을텐데... 하긴 그 단체라는 것이 전세자나 월세자가 아니라 집주인들의 집값 올리자는 목소리를 대변하는 곳이 된 것 같은데 내가 너무 큰 걸 바란 걸수도 있다.      


그러나 동대표나 아파트 임원이라는 건 그 동, 아파트를 대표하는 사람들인건데 이웃끼리 몇 달간 소리가 크게 난다고 하면 중재까지는 아니어도 대략적으로 양쪽 이야기라도 들어봐야 하는 게 아닐까? 관리사무소 직원과 함상의라도 해서 방법을 찾아봤어야 하지 않을까? 나라면 어땠을까? 그 자리에 있었으면 더 잘할 수 있었을까?          




♡고린도전서 12장 3절♡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알리노니 하나님의 영으로 말하는 자는 누구든지 예수를 저주할 자라 하지 아니하고 또 성령으로 아니하고는 누구든지 예수를 주시라 할 수 없느니라. 아멘!

이전 12화 아파트 단체카톡방과 네이버 카페에서 생긴 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