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인터넷상으로 집을 알아보기 시작한 건 아파트에 산지 3개월 정도 지났을 때부터였다.
이사온지 1달 반째부터 이웃들에게 시달리면서 나의 호통과 스트레스도 점점 심해지는 것을 느끼니 아파트를 선택한 것이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아직 집값이 많이 오르기 전에 집을 구한 것이라서 서울 새 아파트치고는 굉장히 저렴한 전셋집을 얻은 것이었다. 게다가 2층이라 다른 층보다 더 저렴했고 밖에 나갈 때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더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싼 게 비지떡인걸까. 하자도 너무 많고 이웃집 소리도 잘 들려서 삶의 질이 너무나 바닥까지 내려갔다. 그 무렵부터 후회가 들었다.
‘몇천만원 더 줘서라도 그때 봤던 다른 아파트로 갈 걸 그랬나.’
‘에휴, 내가 왜 2층으로 왔지. 그때 천만원만 더 주면 10층에도 집 있다고 했는데 거긴 지금처럼 가운데 집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발품 팔아서 싼 아파트에 새집으로 왔다고 다가 아니구나.
제일 중요한 건 이웃들 인복이고 아파트를 튼튼하게 잘 지은 집을 만나는 것도 큰 복이구나...
이제 난 누가 복 중에 으뜸인 복이 뭐냐고 하면 이렇게 말한다.
“돈복도 중요하고 명예 복도 좋지만, 이웃 복이 있어야 살맛나는 것 같다”라고.
매일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이웃들이 나와 잘 맞아야 일상생활이 편할 수 있는 것 같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고 당연한 것 같은 그 평범한 일상은 사실 이웃들과의 조화와 협조 속에서 가능한 것이다.
새 아파트여도 판자집이나 다름없는 이 집을 탈출하기 위해 네이버 부동산으로 별의별 집을 다 알아봤다.
서울의 2층짜리 전원주택도 가봤는데 빚이 너무 많이 끼어있어서 탈락, 양평에 있는 전원주택은 아는 분 소개로 둘러봤는데 한 곳은 산 속에 비탈길을 깎아서 만들어서 집을 지어야 하기에 탈락, 다른 곳은 이미 지어진 집인데 마당도 관리가 안됐고 1층, 2층이 각각 다른 세대가 사는데 위아래 소리가 너무 잘 들리고 집도 너무 넓어서 탈락, 남양주에 있는 집은 산비탈에 있는데 고민하다가 다른 사람이 가져가서 탈락...
수많은 집들이 내 옆을 스쳐갔다. 어떤 집을 봐도 그때 살았던 아파트처럼 처음엔 운 좋게 잘 잡았다고 생각해도 나중에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길까봐 고민이 깊어졌다.
그 와중에 좋아 보이는 집을 만나도 이번에는 이웃들이 날 괴롭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남편이 내게 잘하는 말 중에 ‘걱정도 팔자다.’라는 말이 있다. 미리 계획을 하고 전체적인 상황을 머릿속에서 그려보는 내게 그 말은 맞는 말이다.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에 실컷 당해봤기 때문에 걱정이 더 많아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더욱 의지할 것은 하나님밖에 없었다.
사실 이 새 아파트도 전지전능한 하나님께 기도하고 옮긴 것인데 왜 이렇게 됐지? 그래도 다 주님의 뜻이 있으리라 믿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
‘주님, 다음 이사갈 곳도 제발 알려주시옵소서. 더는 못 버티겠어요. 주님, 제발 좋은 곳으로 날 이끄소서.’
때는 2월 18일, 유난히 이웃들의 소음 공격이 심하던 날, 난 포스트잇에 기도제목을 적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데 답이 없었다. 2월 20일 아침, 한번 더 기도를 하고 그날 점심 때 네이버 부동산에서 드디어 집 하나를 발견했다.
내 기도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God’s Letter ♡] 2/18, 2/20
* 하나님이 주신 우리 가정이 가장 귀합니다.
* 건강하고 지혜로운 아기를 갖고 낳고 기르기 좋은 환경, 사람들이 있길 원합니다.
* 일적으로도 성취가 있고 무리하지 않도록 멀지 않은 좋은 곳을 원합니다.
* 주님이 함께 가자고 하시는 곳을 원합니다.
♡시편16장 11절♡
주께서 생명의 길을 내게 보이시리니 주의 앞에는 충만한 기쁨이 있고 주의 오른쪽에는 영원한 즐거움이 있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