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샤인 Jun 18. 2022

3층에서 다 들려요?

<3층에서 뛰어 슬픈 2층 사람>

서울에서 살았던 새로 지은 아파트에서 우리집은 1층이 복도와 필로티로 된 곳의 2층이었다.  


아랫집 소리가 윗집에 얼마나 들린 것일까? 심증은 있지만 나도 정확하게는 모른다. 그저 내가 느낀 바를 적어보겠다.      


일단 우리집 바로 윗집은 주말에만 오고 평일에는 내내 시댁에 가 있다고 했다. 그 집에서 5살 아이가 뛰어서 바로 문자를 한 적이 있는데 아이가 뛰면 확실히 소리가 작고 가볍다.     

 

평소 오른쪽, 왼쪽의 윗집들에서 쾅쾅 발로 찍어대거나 우당탕탕 뛰어댈 때 나는 소리는 아이가 뛰는 소리가 아니다. 엄청 육중한 성인이 뛰는 소리인데 그나마 여자 혼자 사는 오른쪽 윗집 소리는 집주인이 마르셨는지 왼쪽 윗집보다는 가볍게 느껴지긴 한다. 그래도 새벽 내내 뛰는데 얼마나 시끄러운지... 다시 생각하기 싫은데 이 글을 쓰면서 그날의 고통들이 다시 떠올라서 좀 괴롭기도 하다.     


우리 윗집은 어쩌다 아이가 뛰거나 샤워 욕조에 물을 가득 받고 물 빠질 때 쏴아~ 하는 소리가 나는 정도의 소음이 난다.     


강아지와 함께 사는 오른쪽 윗집 여자분은 혼자도 시끄럽지만 가끔 놀러오는 남자친구와 그 외 친구들이 뛸 때 부엌에서 거실, 거실에서 부엌으로 다다다다 뛰는 게 그대로 느껴진다.     


1년을 조용하다가 시끄러워진 왼쪽 윗집의 부부는 둘다 좀 통통하신 것 같다. (여자분은 실제로 우리집에 찾아온 적도 있어서 봤는데 좀 통통하셨다. 끝까지 소음 낸 적 없다고 하셨는데...하늘에서는 알겠지.) 엄청나게 무거운 소리로 쾅 쾅 쾅 걸으면서 발뒤꿈치로 찍는 소리가 작은방과 안방쪽에서 들렸다. 그 소리는 저녁을 먹고 나서 2~3시간은 계속 된다. 그 후 밤 1~2시에 시작해서 3, 4, 5시에도 수시로 들리는데 정말 힘들었다.  

    

그렇게 6개월 가까이 듣고 이사를 나왔는데 작은방에서 공부를 할 때마다 발망치를 하고 옆집에서는 문을 쾅쾅 닫아대니 너무 머리가 울리고 아파서 공부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공부는커녕 머리가 점점 나빠지는 기분이랄까.      


그냥 음악보다는 재즈를 틀면 좀 나았다. 불규칙한 비트가 흘러나와서 층간소음의 쿵쿵거리는 발망치 소리를 덮어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아노 재즈 찬양을 크게 틀어놓을 때가 많았는데 윗집 소리는 덜 들렸지만 공부가 안됐다.      


정말 집에서 제대로 공부한 날이 없다. 그래도 코로나 예방 주사를 맞지 않아 어딜 쉽게 갈 수 없었고 밖에 나가기도 싫었다. 집에서 예민해질 때로 예민해져서 그런지 ‘사람’들을 마주치고 싶지가 않았다.    

   

그때마다 조용한 곳으로 이사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생겼다. 1년 동안은 남편과 안방에서 웃거나 재밌게 노는 저녁시간이 있었는데 이제는 집안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다 소리가 노출된다는 생각에 말소리도 크게 못내고 속삭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너무 고통스러웠다.


나를 아무도 건들지 않고 크게 찬양곡을 듣고 마음껏 따라부를 수도 있는 집. 이 세상에 정말 없는 것일까?


     


♡야고보서 3장 17, 18절♡

오직 위로부터 난 지혜는 첫째 성결하고 다음에 화평하고 관용하고 양순하며 긍휼과 선한 열매가 가득하고 편견과 거짓이 없나니 화평하게 하는 자들은 화평으로 심어 의의 열매를 거두느니라. 아멘!

이전 08화 축복의 말씀이 저주가 되지 않게 하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