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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각선생 Oct 23. 2023

여긴 무조건 간다.

아침 일찍  다녀왔다

샵 보단 미장원이란 이름이 더 숙한~

집 근처 전통시장에 위치한 아담한 미용실이다.


일요일 아침부터 일찍 서둘렀다

아무 데나 눈에 띄면 들어갈 요량으로 무작정 집을 나섰다

시장 대로변을 걷다 보니 조그마한 미용실 간판하나가 에 띈다

문을 열자마자 안에선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났다

식사를 방금 막 마치신 듯하다

드라이 손질이 가능하냐 여쭈니  들어오라 하셨다.

비용도 저렴했다. 그 보다 더 좋은 건 미리 예약을 하지 않고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거다

동네 할머니들이 주로 이용하는 분위기라 사실 큰 기대감은 없다.

이번엔 좀 컨디션이 안 좋아서 헤어와 메이크업 예약을 못했다

근데 막상 당일이 되니 그래도 사소한 것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강사의 외모도 경쟁력이니까~

의자에 앉자마자 나는 원하는 스타일링을 말씀드렸다

설마 영화 속 써니에 나오는 불량 언니를 만드는 건 아니겠지? 내심 불안했지만 운에 맡겼다


"사장님! 아래는 c컬처럼  말아주시고 앞쪽 머리만 띄워주세요  흘러내리는 게 불편해서요

제 요구사항은 이게 다예요 (방긋)"


사장님은 쿨하게 오케이 하신 후, 혼잣말을 하셨다


그냥 제대로 다 해달란 거네~


그런가? 머쓱함도 잠시,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장님 손은 이내 분주 해졌다

비달사순도 울고 갈 고수의 손끝 내공이 내 머리끝으로 전해졌다.

나는 사장님의 손끝 한방에 수임을 인정했다


"바로 이거예요 사장님, 이게 내가 딱 원하는 컬이에요

저 안 그래도 파마할 때도 됐는데 여긴 파마 얼마예요?


손님은 아직 파마하면 안 돼! 아래쪽이 많이 상해서 좀 더 기르고 와야 돼!


어우~이 사장님, 완전 내 스타일이다.

사장님이 마음에 든 나는 경계심 따윈 이미 내려놨다

묻지도 않은 TMI를 이때부터 늘어놓기 시작한다


실은요~ 제가 다른 미용실에 갔을 때요~

신경 써서 잘해달라고 했더니 오히려 정성이 너무 들어가  많이 뽀글뽀글 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지금 이게 딱 좋아요

사장님 완전 실력 짱이예요 제가 원했던 게 딱 이거예요


기분이 좋아진 사장님은 내 수다를 받아주셨다


그럼~여긴 단골들이 멀리서도 와요

내가 여기서만 몇십 년 했는데 우린 ktx 타고 와~


암요 암요 사장님과 기분 좋게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머리손질이 끝났다

예약하고 간 샵들보다 훨씬 내 마음에

시간도 초 스피드 마쳐서 그것도 좋다

그냥 하루전체가 예감 좋다.




정리인으로서 나에게 두 번째 날개를 달아 준 곳!

강남 1인가구 커뮤니티 에 강의가 있는 날이다

사실 한번 강의를 했던 곳에서 재 강의 의뢰가 들어온 적 

그땐 같은 협회에 소속된 강사님 개 해 드린다

사실 난 강의보단 컨설팅 더 체질에 맞다

그럼에도 강의나 새 도전을 계속하는 이유는 지금은 포트폴리오를 메꿀 수 있는 이력 한 줄이 아쉬운 터라  경험이 많을수록 로필이 더 풍성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 1인가구 커뮤니티 센터는 나에게 첫 기회를 열어 준 곳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참 정이 많이 간다

개원하자마자  코로나가 터진 것과 1인가구 최초라는 타이틀을 건 것도 렇고 모든게 겐 특별하다

나에게 이곳은 열일 제쳐놓고라도 가야 할 그런 곳이다




다시 찾은 강남 스테이지는 마치 고향에 온 듯 따뜻하다

내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교육생들 역시 서먹하지 않았다. 편한 나의 마음은 강의에 녹아든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해서 미리 세팅을 마쳤다

오디오 기능은 잘 되는지,

이것저것 테스트를 거치고 나니 아직도 시간이 한참 남았다

복지사님은 아늑한 대기공간을 마련해 주셨다

그곳에서  오늘 수업에 도움을 주실 윤서 님과 교 시작 전까지 편히 마인드 셋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복지사님이 내려주신 향긋한 커피 한 모금은

낯선 공간에 온 윤서 님의 긴장감을 녹여줬다

스테이 g는 일단 공간자체도 넓고 회원들을 위한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수업이 시작되니 간이 참 빨리 간다

이런저런 얘기 좀 나누고 질문 몇 개 받다 보니 벌써 1시간 30분이 흘렀다.

다음 주를 기약하며 서둘러 마무리했다.

열띤 강의를 마치고 나니 기가 쏙 빠진다

배도 고프고 윤서 님과 서둘러 강남을 빠져나와

동네 호프집으로 갔다

우린 시원한 500 한잔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오늘의

빠져나간 기운들을 다시 충전하기 시작했다

2회 차 다음 주 강의를 향해 다시 열공모드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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