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내가 고객님께 했던 말이다.
정리 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한 고객님께서 곧 이사를 계획 중이라고 하시면서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의뢰하셨다.
정리 컨설팅이 한두 푼도 아니고, 솔직히 의아했다
어차피 이삿날 되면 다 흐트러질 텐데 굳이 지금 정리를 하시려는 이유가 뭔지 궁금해서 여쭤봤다
고객님은 경험을 통해 확신에 차 있는 말투로 몇 가지 좋은 점을 내게 알려주셨다
시간이 지나 내 정리 경력이 늘수록 그때 고객님의 말은 지금 생각해 봐도 꽤 논리적이고 신빙성 있다.
이사 전, 정리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세 가지로 정리해 봤다.
1. 집이 빨리 나간다.
지저분한 집은 사람들이 보고 그냥 간다.
이게 안 좋은 점이 머냐면 낯선 사람을 자꾸 집에 들여야 한다는 거다
초면의 사람들에게 내 생활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게 불편하지만 이사를 앞둔 상황에선 어쩔 수 없다
지금 내가 사는 모습을 상세히 보여 줄 수밖에~
특히 원룸의 경우엔 계약기간이 짧아 이런 불편함을 더 자주 겪는다.
깔끔한 집은 보는 이로 하여금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쿨한 계약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2. 이사 비용이 절약된다.
틈틈이 버릴 걸 버린 다음 견적을 받으면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다.
이사 서비스도 정리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같은 평수라도 물건양에 따라 비용 차이가 크다.
새로 살 물건은 이사 후 새집에서 천천히 구매하고
버릴 건 최대한 살던 집에서 다 해결하고 오는 게 좋다
쓰레기를 비용까지 지불하고 정성스레 새 집에 함께 입성한 경우를 많이 봤다.
3. 애벌 정리는 스스로 하는 게 가장 만족도가 높다.
이사 서비스는 말 그대로 물건을 그대로 옮겨주는 서비스지 정리 서비스가 아니다.
요즘은 정리 업체랑 같이 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포장 이사 시 이모님 한분이 전체 살림을 자리에 넣어 주신다.
여건상 일일이 신경 써서 제대로 정리를 할 수가 없다
식품을 청소도구와 한 봉지에 그대로 넣어오는 건 다반사였으며 신발과 입에 닿는 마스크 역시 포장 비닐이 뜯기든 말든 구분 없이 함께 들어 있었다.
두 가지 경우로 볼 수 있는데
1. 고객님이 평소 수납한 그대로~ 싣고 온 경우!
2. 기본적인 직업의식이 없는 업체를 만난 경우다.
정리가 안돼 많이 엉망일 경우 어차피 위생관념 없는 집이라 여기고 대충 할 수 있다
시중보다 많이 저렴하거나 포트폴리오가 전혀 없는 업체는 일단 조심하는 게 좋다.
심지어 이런 경우도 있었다.
이사 당일 업체에서 오신 분이 그냥 몸만 오셨길래 상자 같은 거 안 들고 오시냐고 했더니 고객님이 직접 구매하시고 비용을 나중에 청구하라고 하셨단다.
상담 날 알려줬다면 고객님이 미리 준비하셨겠지만 당일 날 이러니 나라도 신뢰감이 사라질 거 같다.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알고 보니 계약한 이사업체에서 고용한 외주업체 직원이었다고 한다.
고객님은 그날 뒷목 여러 번 잡으셨다는 믿기 힘든 실화다.
시간과 인력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대충 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니 이사를 계획 중이라면 틈나는 대로,
모여 있어야 하는 것들끼리 모으고, 버릴 가구가 있다면 미리 표시를 해두는 등, 어련히 알아서 잘해줄 거란 기대 대신 ~ 평소 나만 아는 분류 기준이 있는 물건일수록 섞이지 않게 미리 구분해 놓으면 좋을 거 같다.
새 보금자리를 이쁘고 보기 좋게 정돈하는 건 살면서 천천히 할 수 있고, 필요한 새 가구 구매 역시 미리부터 서두를 필요 없다.
세상엔 돈이 없지 물건이 없어 못 살 일은 드물다는 사실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