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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각선생 Sep 27. 2024

청소를 해도 안 깨끗해 보이는 이유

정리는 꼭 게을러서 못하는 게 아니다.

정리를 못하는 사람 중에 머리카락과 먼지에 유독 민감한 분들이 있다.

이 분들은 평소 생활청소는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다.

내 아버지도 그중에 한 분이다.

어릴 때 내가 머리를 감고 나오면 하수구 머리카락부터 걷어내시던 분이다.

지금도 우리 집에 오시면 그렇게 화장실 청소를 열심히 해주신다.

어디선가 늘 돌돌이를 손에 들고 다니시며 거실이고 안방이고 머리카락을 열심히 찍고 다니신다.

방에 머리카락 떨어지는 건 잠시도 못 보시는데 정작 본인 방 정리는 잘 못하신다.

방바닥을 쓸고 닦는 것만 잘하신다.


먼지에 집착하시는 고객님도 계셨다.

엉망진창이 된 방을 정신없이 정리하는 와중에 물건 하나하나 먼지들을 정성껏 닦고 계셨다.

그 노력에 비해 집 상태는 개가 방안에 똥을 싸도 말을 못 할 지경이다.

이 말은 내가 어릴 때 동네 어른들이 지저분한 집들을 비유해서 하셨던 표현이다.

실제 내가 개를 키워보니 유독 어질러진 방에 들어가서 몰래 똥을 싸고 나오는 게 참 신기하다.


물론 정리 전문가의 집이라고 늘 깨끗하진 않다.

늘 깔끔함을 유지하며 산다는 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다.

정리가 취미인 나도 가끔씩 집엉망으로 방치 때 있다.

다만, 본래 상태로 수습하는 과정이 남들보다 수월하단 점이 다를 뿐이다.




                                왼쪽 사진:  정리 전  /  오른쪽 사진: 정리 후                                


두 개의 사진은 같은 집이다.

전혀 다른 집으로 보일만큼 양쪽 분위기가 다르다.

현재 왼쪽 방 상황에서 손님을 맞이한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 이 상태로 하루종일 청소기를 돌리고 먼지를 닦아도 이 방을 처음 본 사람 눈에는 청소를 하기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성을 쏟은 노력대비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만약 오른쪽 방 상태로 방에 먼지가 좀 쌓였다한들 그 모습이 크게 지저분해 보일까?

아마 이 방을 처음 본 사람 눈에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을 수준일 것이다.

또한 이 상태로 간단히 쓸고 닦는 생활 청소는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큰 마음먹지 않고도 누구나 해결할 수 있다.


원룸 정리가 특히 어려운 이유는 생활감이 너무 잘 보이기 때문이다.

감출 수 있는 수납공간이 작으니 어쩔 수 없이 드러내게 된다.

정리가 안되니 해결해 줄 뭔가를 자꾸 찾게 되고, 그렇게 자잘하게 모인 수납도구는 해결은커녕 좁은 방을 더 어수선하게 만든다.  


당신의 정리를 방해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작은 가구가 늘어날수록 정리는 더욱 복잡해진다.

2. 잘 보이게 둔다고 꼭 물건 찾기가 수월한 건 아니다.

3. 공간 크기에 물건 양을 맞춘다.


공간 크기는 고무줄처럼 팍팍 늘릴 수 없지만 물건 양은 공간에 맞게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어설픈 수납 가구만 늘릴수록 정리는 점점 산으로 간다.

가구도 물건이란 사실을 기억하자

공간 별로 하나씩 정리해 가면서 지금의 숙제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 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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