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피아노를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아노학원에서 웨이는 아리의 단 하나뿐인 친구였다. 아니, 상하이에서 사귄 유일한 친구이기도 했다. 아리와 웨이는 유명한 상하이국립음악원 앞에 서서 음악원 건물을 올려다보곤 했다. 음악원 건물은 두 사람이 다니던 지아오씨앙(叫响 ‘유명하게 된다’는 뜻) 음악학원에서 이백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웨이는 이 상하이국립음악원에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을 했다. 이곳에서 수많은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아리는 웨이에게 물었다.
“웨이, 있잖아…….”
아리는 한참이나 망설인 끝에 어렵게 입술을 떼었다.
“웨이, 나는 왜 피아노를 쳐야 하지?”
웨이는 아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리는 재능이 있었다. 피아노를 배운 지 2년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쇼팽 에튀드를 훌륭하게 연주할 수 있었다. 맨 처음에는 자신이 아리에게 피아노 다루는 법을 알려 주었는데, 이제는 아리에게 배워야 할 지경이었다. 아리는 다른 아이들보다 진도가 서너 배는 빨랐다. 웨이는 아리를 좋아했지만, 타고난 아리의 능력에 질투를 느낄 때도 있었다. 물론 아리는 웨이의 기분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리는 이상하게도 자신이 남들보다 잘한다는 것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었다.
“아리, 왜 피아노를 치는지 정말 모르는 거야?”
“몰라.”
아리는 고개를 숙인 채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피아노를 좋아하잖아!”
웨이는 답답하다는 듯 외쳤다. 그러자 아리가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 좋아해. 너무나 좋아해. 피아노를 치면 고향이 생각이 나거든. 피아노가 꼭 내게 말을 거는 것 같고. 피아노랑 나는 함께 넓은 초원에서 불어오는 바람 이야기, 풀을 뜯는 야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난 고향의 친구 같은 피아노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싶고 춤도 추고 싶어. 하지만 선생님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해. 그저 피아노와 악보, 그리고 내 손목을 두꺼운 쇠사슬로 꽁꽁 묶어 두려고 해. 그런 식으로는 피아노를 치기가 싫어. 피아노를 칠수록 마음이 더 답답해져서 가슴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아.”
어느새 턱을 타고 흘러내린 아리의 눈물이 땅바닥에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땅에 떨어진 눈물은 아주 작은 별처럼 보였다. 웨이는 아리의 마음을 잘 알 수 없었다. 웨이는 아리가 응석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나 남들이 부러워하는 재능과 기술을 타고났으면서 아리가 무얼 더 원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리야! 너는 피아노에 재능이 있어! 쓸데없는 생각은 말고 조금만 더 연습하면 돼. 그러면 곧 위대한 음악가들의 음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것을 칠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 수 있게 될 거야. 게다가 음악원에 들어가서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될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어쩌면 나보다도 빨리……”
웨이는 말끝을 흐렸다. 그랬다. 웨이는 아리의 재능을 자기가 타고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웨이는 말을 이었다. 자신이 품고 있는 꿈을 아리에게 말하듯이.
“그래, 너는 피아니스트가 되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줄 사명을 타고난 거야. 사람들은 너를 통해 위대한 음악가들의 음악을 듣고 마음속에 맺힌 한을 풀고 아름다움을 깨달아 가는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네 기분대로만 피아노를 쳐서는 안 돼. 더 높은 수준이 되기 위해 힘들어도 꾹 참고 연습해야만 해. 다들 그러고 있잖아.”
“하지만…… 난 위대한 음악가들의 음악 따위 관심 없어. 내 안에 음악이 있는데 왜 다른 사람의 음악을 연주하며 그 사람인 척해야 하는 거야? 피아니스트가 그런 거라면 별로 되고 싶지 않아. 난 그저 피아노와 함께 이야기하며 느낀 것을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면 그것으로 행복할 것 같은데.”
웨이는 아리의 안일한 생각에 갑자기 화가 났지만 꾹 참고 말했다.
“아리, 피아노는 그저 도구일 뿐이야. 음악을 들려주는 도구 말이야. 피아노와 이야기를 한다니……. 아리, 넌 피아노를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멋진 음악의 세계를 펼쳐 보여 주어야 해.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견디고 또 견뎌야 하는 거야.”
“응? 피아노 치는 것이 견뎌야 하는 일이라고? 꾹 참고서?”
아리는 입을 벌린 채 할 말을 잃은 듯했다.
웨이가 보기에 아리는 마치 철모르는 어린애 같았다. 아리는 피아노 연주에 있어서만큼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웨이는 그런 아리의 행동이 귀엽기도 했지만 선생님들은 싫어했다. 피아노를 제멋대로 즐기는 학생보다는 선생님의 지도를 잘 받아들이는 학생을 바라고 있었다. 그들에게 아리는 피아노를 자기 마음대로 치려고 하고, 제 마음대로 연습하고, 기분에 따라 연주의 질이 극락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주 다루기 어려운 학생일 뿐이었다.
웨이는 아리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의 대답이 충분하지 않음을 느꼈다. 어쩌면 아리는 피아노로 음악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티베트를, 자연을 연주하려고 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돼.’
웨이는 끝끝내 피아노 연주로 사람들을 감동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희생도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생 없이 무얼 얻을 수 있을까?
‘아리는 그저 편안하게 살고 싶은 것일까?’
웨이는 아리가 타고난 재능만큼 더욱 큰 꿈을 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리는 아직 어린애라서 잘 모르는 거야. 내가 그 점을 일깨워 주어야 해.’
웨이는 아리의 생각을 더 들어볼 마음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아리는 피아니스트가 되기는커녕 웨이와 같은 길을 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국은 둘이 헤어지게 될 것이었다. 웨이는 아리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리가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는 느낌만큼은 떨쳐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