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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아나 Jun 01. 2024

너와 나의 첫 성적표

올해자율  학년제에서 자율 학기제로 바뀐 해다.

1학년 2학기부터 시험을 본다는 뜻이다. 입학 전부터 덜덜 떨리게 했던 수행 평가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으며, 아이가 혹시라도 지칠까 긴장할까, 스스로 준비하는데 눈치 보며 잘 돼 가나 물어보랴, 나 혼자 그동안 속이 속이 아니었다. 아침마다 나가는 구부정한 등짝이 왜 그리 애처롭던지.. 하지만 닫히는 현관문에는 반달눈을 하고 침 질질 흘리는 백일쯤 된 아이의 웃긴 사진이 걸려 있다. 다행인 건가..


어느 날 네시 반. 현관문 열어젖히며  엄마 오늘 어쩌고 저쩌고를 받았는데 어쩌고 저쩌고  상당히 시끄럽다. 자기 딴엔 뭔가 괜찮다는 그런 뉘앙스로 들렸다. 나는 멍하니 듣고 있다가 성적표를 받았다고? 하고 되물었다. 성적표? 잘했건 못했건 괜찮다는 말. 처음이니 좋은 경험 중인 거고, 이걸 발판 삼아 너 자신을 알아가는 거야. 하이파이브하며 파이팅! 이런 시나리오가 머리 위를 둥둥 떠다니는데, 아무 말 없이 손만 슬며시 아일 향해 내민 지 오래였다.


'빨리 대령하지 못할까'


초등 6년과 중등 한 학기의 내 성적표나 다름없다 이 말이다.


정신없이 내 방으로 와 떨리는 가슴 부여잡고 이럴 땐 꼭 안경이 제자리에 없다. 아무튼 읽어 내려가는데, 중간고사는 아니지만 지금껏 이뤄진 학교 수업의  모든 교과에 대한 핵심 내용에 대한 평가 결과, 수행 평가, 인성, 교우관계 등 등 모든 것이 과목 별로 자세히 나와 있었다. 


학교에, 선생님들께, 친구들에게, 내 아이에게 모두모두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차오를 뻔했다. 첫 아이 중등 보낸다는 건 정말이지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심정이었고, 아이보다 내가 훨씬 더 떨렸었다. 어차피 나온 결과.  A면 어떻고, B면 어떤가. 아직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반인 아이지만 새로운 환경과 친구들 사이에서 힘들게 버스 통학하느라 얼굴이 반쪽이 된 하나뿐인 금싸라기 아닌가


준비된 시나리오를  읊어주고는 수고했다 궁둥이를 있는 힘껏 두드려주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다음을 기약하며 저녁밥을 하러 갔다. 어느 지인의 책 제목처럼 나도 다정한 관찰자가 되리라. 되뇌어본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거다. 하루하루 넘어지기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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