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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아나 May 21. 2024

1박 2일 말을 안 하다.

13년 전. 젖 먹던 모습이 너무 예뻐 아이가 원할 때까지 젖을 물렸었다. 몇 개월에 떼야한다 어째야 한다는 사회적 개념은 내게 소용없었다. 아이가 원하면 하고 자연스럽게 젖을 뗐다.

그건 두고두고 아이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는지, 지금도 가끔 얘기한다. 난 믿었다. 그래서  끈끈하고 서로가 지금껏 잘 지내왔다고.


아이는 순한 편이다. 특히, 내 걱정을 있는 듯 없는 듯해준다. 티는 전혀 안내는 쿨한 성격이지만, 그 속을 아는 일이 몇 번 있었기에 감동받았었다. 아이를 늦은 나이에 낳았다. 그것도 노산에 난산으로, 못 걸을 뻔했고, 지금도 후유증을 그대로 간직한 채 남자들 군대얘기하듯 난 할 얘기가 많다는 뜻이다.


노산에 낳았으니 난 나이 많은 중학생 엄마다.  하루하루 갱년기 어려움이 비처럼 쏟아지고 집도 절도 없는 이처럼 그 비를 맞고 있다. 집안일, 요리, 청소, 내 몸, 내 정신, 그 어느 하나  아프질 않아서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아이 밥을 위해 편의점 신세를 지기도, 배달 신세를 지기도 했다. 양심에 찔리는 건 건강할 때 얘기다.


아무에게도 이런 내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말할 친정 엄마는 안 계시다. 내 아이가 온몸으로 느낄 거라는 거. 그걸 안다는 게 참 어쩔 수가 없었다. 난 미안하다고 했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하다.,


쌓인 설거지를 밤중에 그것도 술 한잔 먹고 죽을힘을 다해 끝내놓고, 쌓인 쓰레기도 다 버리고,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가 이렇게 다아했다고. 너무 힘들었는데, 다 했다고.

아이는 시무룩했다. 한 건 좋은데 왜 내 팔을 잡고 오버하며 그러냐고 했다. 자기는 그게 싫단다.


나는 서러웠다. 내가 힘들었던걸 알면서 이 순간을 같이 좋아해 주지 않는 아들이 섭섭했다. 차갑게 말하는 사람에게 나는 트라우마가 있다. 그런데, 내 새끼가  나에게 너무 차갑게 말하고 있었다. 내가 술 조금 먹은 게 싫었던 걸까, 오버스럽게 밀린 일을 한 게 싫었던 걸까..


그날 이후  1박 2일 서로 말을 안 하고 있다. 이런 적 처음이다. 우린 화가나도 하루저녁을 넘긴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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